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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무좀약부터 혈압약까지 성분명 처방

  • 홍대업·한승우
  • 2007-07-09 08:08:37
  • 보건소 17곳, 성분명처방 경험...약국가 "환자·약국에 긍정적"

서울 광진구 보건소 앞에서는 성분명처방을 받고 조제하는 환자들을 종종 목도할 수 있다.
후터분한 6월말의 날씨. 고혈압 환자인 K모(여·76)씨가 땀을 훔치며 언덕배기에 위치한 서울 광진구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들고 나온다. 그의 처방전에는 아테놀올50mg과 유한양행의 다이크로짇정(이뇨제)이 기재돼 있다.

K씨는 인근의 K약국을 방문한다. 그는 약국 안에서 한숨을 돌리며 힘겹게 처방전을 내민다. K약국의 H약사는 찬찬히 처방내역을 검토하고, 잠시 뒤 약봉투와 영수증을 환자에게 건넨다.

광진구보건소 인근 약국 1일 4∼5건 성분명처방 받아

광진구보건소를 방문한 K씨가 받은 처방전.
약봉투에는 아테놀올50mg 제제 가운데 최고가인 현대테놀민정(보험약가 283원)이 아닌 한미아테놀올정(221원)이 들어 있다. 이 약국에선 한미아테놀올정이 없을 경우에는 하원아테놀정(45원)을 조제한다고 기자에게 귀띔한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P모(여·49)씨. 이 환자는 보건소에서 감기몸살로 해열·진통·소염제와 골격근이완제 등을 처방받았다. 처방전에는 아세트아미노펜300mg과 유유제약의 린락사125mg, 건일제약의 크리돌 200mg 등이 기재돼 있다.

인근 약국에서는 상품명을 제외한 아세트아미노펜300mg의 경우 초당약품공의 엔다펜정300mg(10원)이나 삼남제약의 삼남아세트아미노펜(10원) 대신 크라운아세트아미노펜(5원)을 조제해준다.

이같은 광경은 광진구보건소 앞에서 종종 목도할 수 있다. 이 보건소에서는 가벼운 감기환자나 고혈압환자 등에 성분명처방을 한다. 주로 처방하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아목시실린, 아테놀올, 알마게이트, 암부록솔 등이다.

통상 처방전당 품목이 4∼5개 정도라고 하면, 1∼2개 품목에 대해 #성분명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품목을 성분명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

인근 K약국은 하루 20∼30건의 보건소 처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5∼10건 정도가 성분명이 포함된 처방전이다.

H약사는 “성분명처방이 나오면 약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폭이 넓어서 좋고, 환자 입장에서는 저가약 조제가 가능해서 1석2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테놀올 장기처방시 약값 30% 이상 차이

광진구보건소와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S약국은 “보건소에서 아목시실린 제제나 일부 감기약 등에 대해 성분명처방이 나오고 있다”면서 “성분명처방은 약값에 민감한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된 환자 P씨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약값이 저렴해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실제로 환자 K씨는 사정이 다르다.

K씨의 경우 25일을 기준으로 다이크로짇정과 함께 현대테놀민정을 조제할 때는 전체 약값이 4,800원에 이르지만, 한미아테놀올은 4,300원을, 하원아테놀올은 3,000원을 각각 부담하게 된다. 적어도 500원에서 1,800원의 환자본인부담금 차이가 난다. 즉, 이 환자의 경우 성분명처방을 하면 최대 37%에서 최소 30%의 약가차이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한 환자가 광진구보건소 인근 K약국에서 조제를 하고 있다.
광진구보건소에서 내과진료를 담당하는 공보의 L씨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는 “흔히 사용되는 아목시실린 제제의 감기약이나 아테놀올 제제의 혈압약을 성분명으로 처방한다”고 말한다.

즉,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제제에 대해서는 성분명처방이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품명처방 역시 오리지널보다는 제네릭 처방을 많이 낸다고도 했다. 광진구보건소는 이런 식으로 성분명처방을 한 건수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2,184건에 달한다.

연제구보건소, 감기약 등 성분명처방...3월말까지 7,400여건

서울 동작구보건소도 마찬가지. 여기서는 감기약인 아목시실린과 혈압강하제인 스피로노락톤25mg/히드로클로치아짓25mg, 위장약인 피베리움 브로마이드50mg과 소화불량약인 엘리벤돌100mg 등의 제제가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된다.

동작구보건소측에 따르면, 올해 3월말까지 1만5,000여명이 방문했고, 이 가운데 1,626명이 성분명처방을 받아갔다. 보건소의 전체 처방품목은 300개이며, 이 중 13% 정도에 해당하는 40품목 정도를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있다.

물론 혈압약의 경우 환자가 기존의 약을 요구하는 경우 그대로 처방하지만, 굳이 그렇지 않다면 스피로노락톤25mg/히드로클로치아짓25mg으로 처방을 낸다고 부연했다.

보건소 주변 B약국에서는 스피로노락톤25mg/히드로클로치아짓25mg의 경우 명인제약의 스피로자이드정(60원)으로 조제하고 있다. 피베리움 브로마이드는 근화제약의 피베리움정(137원)을 조제하지만,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일양약품의 디세텔(137원)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부산시 연제구보건소도 성분명처방을 낸다. 지방에서는 성분명처방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앞서 언급했던 광진구보건소나 동작구보건소에 비하면 처방건수가 7,422건으로 그 수치만 3∼4곱절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소화제인 레바미피드와 무좀약인 플루코나졸, 항생제인 아목시실린500mg, 감기약인 세프라딘, 항생제인 시플로프록삭신, 혈압강하제인 카르베딜롤 등을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있다.

용산구보건소, 성분명처방 중간형태...‘성분명+상품명’ 병용기재

용산구보건소에서 환자 H씨가 받은 처방전.
특히 연제구보건소는 성분명과 상품명이 동일한 제품을 처방한다고 의사 J씨는 전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환자에게 투약될 의약품에 대한 혼동 우려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진구보건소 역시 일부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다. 플루코나졸 제제나 위장약인 라니티딘 등이 그렇다. 올 3월말 기준으로 586건에 불과해 많지는 않은 편이다.

현재 성분명처방을 시행하고 있는 보건소에는 상품명에서 성분명으로 넘어가는 중간형태를 띤 곳도 있다.

용산구보건소가 그렇다. 이곳을 방문한 20대 후반의 환자에게 건넨 처방전에는 진해거담제인 브롬핵신과 향정약인 알프라졸란 성분이 기재돼 있다. 다만, 별도의 괄호안에 각각 ‘비졸본’과 ‘자낙스정’이라고 상품명을 병용 기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변 약국가에서는 성분 및 상품명이 함께 기재돼 있지만, 대체로 상품명으로 조제를 한다. 굳이 처방을 내는 공보의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제품이 품절됐을 경우 대체조제를 하는 것은 일반 병의원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편이라고 전한다.

용산구보건소에서는 3월말 현재 1만2,306건을 성분 및 상품명으로 병용 기재해 처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보건소 17곳...국공립병원 2곳 성분명처방

성분명처방을 하는 국공립병원도 있다. 국립재활원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13품목에 대해 연 3,000건 이상을 성분명처방으로 해왔지만, 올해에는 성분명처방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춘천병원은 100% 성분명처방이다. 다만, 주로 정신과 약물이 처방되고, 입원환자 위주의 처방이 대부분이다 보니, 원외처방은 극소수이다.

이처럼 현재 성분명처방을 하고 있거나 과거 실적이 있는 보건소는 전국 240여개 보건소 중 서울 9곳과 지방 8곳이며, 국공립병원 2곳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현재 성분명처방을 중단한 곳도 있다. 강북구와 동대문구, 양천구, 서대문구, 종로구 등이 그렇다.

특히 종로구의 경우 지난해까지 전체 처방 중 22%에 달하는 6만여건을 실시해왔지만, 올해의 경우 실적이 없다. 프로그램을 성분명 대신 상품명으로 보험코드를 기재하도록 변경한 때문이지만, 지난해 성분명처방과 관련된 보도로 인해 의료계의 보이지 압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들 외에 다른 보건소에서도 시메티딘 등이 성분명으로 처방되고 있어,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통계자료에 나와 있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성분명처방을 하는 보건소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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