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카운터약국, 100곳도 실명댈 수 있다"
- 홍대업·노병철
- 2008-06-02 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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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도매상 직원 '폭로'…약국, 약사보다 카운터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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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 기자는 평일(5월26일) 오후 4시40분경 약국을 방문했다. 드링크를 요구하자 가운을 입지 않은 한 40대 중반의 남성(S모씨·44세)이 박카스 한 병을 건넸다.
카운터, 복약상담에 일반약까지 판매…“나 약사에요”
이 남성은 이어 기자에게 “결혼을 했느냐, 간이 좋지 않다”면서 간장약과 아미노산 제품을 권했다. 간기능을 회복하면 정력에도 좋다고 했다. 가격은 3개월분 25만원.
기자가 가격이 비싸다며 고개를 가로젓자, 몇 번의 승강이 끝에 그는 간장약인 헤피루사(보령제약, 7만원)와 아빈타캡슐(종근당 계열회사 경보팜, 6만원)을 권유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내 진열된 약장에서 헤피루사와 A약국에 밖에 없다는 아빈타캡슐을 꺼내온다. 빈속에 먹어도 괜찮다며 헤피루사는 아침저녁으로 1정씩, 아빈타는 아침저녁으로 2정씩 식사후 복용하라고 설명해준다. 덤으로 비타민씨 드링크까지 한 박스 내주었다.
당일 오후 7시30분경 데일리팜 기자는 A약국에 전화를 걸어 약에 대해 문의할 것이 있다며, S씨를 부탁했다. 전화기 저편에서 ‘S부장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S씨에게 약에 대한 부작용을 문의한 뒤 곧바로 “약사가 맞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기자는 다음날(5월27일) 관할보건소에 S씨가 약사인지를 문의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카운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A약국에 대한 관리카드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다.

보건소, 눈 가리고 아웅…지역약사회 “A약국은 무소불위”
보건소도 지난 4월말 이 곳에 대해 약과 드링크를 무자격자가 판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약사감시를 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는 적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데일리팜 기자는 카운터로부터 단 30분만에 13만원어치의 일반약을 구입한 뒤 약국 문을 나설 수 있었다. 한마디로 보건소는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행위는 물론 2년전 면대의혹으로 검찰수사까지 받았던 이 곳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있었다.
지역약사회장은 “사실 이 약국은 보건소도, 약사회도 손을 쓸 수 없는 곳”이라며 “지난 5월20일 MBC 불만제로 보도 이후 대형약국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했지만, 이 약국은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일리팜이 A약국에 관한 불법행태를 취재하게 된 계기는 전직 도매상 직원 B모씨(49·익명)의 제보 때문이었다. B씨는 제약사 5년, 도매업체 15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약국영업의 베테랑이며, A약국과는 몇 년 전 8개월 남짓 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
A약국의 행태가 기본적 상도의도 없는데다 개설약사가 수시로 바뀌는 등 면대의혹까지 받고 있지만, 관할보건소는 물론 약사회조차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B씨의 증언이다.
전직 도매직원 “카운터 약국, 50∼100곳 실명도 댈 수 있다”
충격적인 것은 A약국 외에도 이같은 약국들이 전국의 시군구는 물론 읍면 단위까지 1∼2곳씩은 존재한다는 증언이었다.
B씨는 “내가 알고 있는 불법 카운터 약국을 상호까지 거론하더라도 당장 50∼100개까지 제보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B씨의 증언에 따르면, A약국에서 근무하는 카운터들은 급여가 없는 소위 ‘쁘로제’(%)를 택하고 있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마진이 큰’ 일반약 등을 방문객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어떤 품목은 10%를, 다른 품목은 15%를, 또 어떤 품목은 그 이상을 월급 대신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즉, 2008년 약국가의 현실은 얼마나 능력 있는 근무약사인지 또는 카운터인지는 얼마만큼 많은 약을 팔아 큰 이익을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근무약사보다 카운터가 좋다?…약국, 매출만 올리면 그 뿐
근무약사와 카운터의 임금은 월 300만원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약국장 입장에서는 칼퇴근 하는 근무약사보다는 퇴근시간이 지나도 약국관리에 적극적인 카운터를 더 선호한다.
환자 복약지도에 대한 두려움 탓에 조제실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 근무약사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응대하는 카운터가 믿음직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의약분업 8년이 지난 지금, 단순히 처방조제만으로는 경제적 메리트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게 되자, 매약을 통한 매출을 기대하면서 카운터를 고용하는 약국장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지역 한 약사회장은 “현재는 투명하게 드러나는 처방조제 수입만으로는 약국이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그런 탓에 분업 이후 절반 이상 급감했던 카운터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한때 ‘창고지기’로 전락했던 속칭 ‘카운터’, ‘다이맨’, ‘선수’들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점차 조직화돼 가고 있다. 예를 들어, MBC 불만제로 PD가 어느 약국을 방문했다고 하면 1분내 그들만의 채널을 통해 ‘적색경보’를 발령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카운터들이 연수를 갖고 정보교환을 하는 등 보다 조직화돼 가고 있다고 이 약사회장은 덧붙였다.
그는 충격적인 고백도 했다. 어떤 카운터들은 수도권 또는 지방의 가난한 약대생의 학자금을 지원한 뒤 졸업하면 바로 그 학생을 대표약사로 내세워 면대약국을 개설한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팜 제보자 B씨도 카운터들의 조직화에 수긍했다. 지역별로, 친분 관계별로 10명 또는 그 이상의 인원이 월 1회 정도 미팅을 갖고 각종 정보 등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사와 카운터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 보건소의 약사감시가 나온다고 하면, 카운터를 보호하기 위해 약사가 각 지역약사회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의 정보를 알려준다.
카운터의 불법이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약사의 책임이 따른다. 현행 약사법상 카운터가 의약품을 취급하다 적발되면, 무자격자에 의한 판매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를 관리하지 못한 약사 역시 양벌규정에 의해 같은 처벌을 받게 되며, ‘약국 업무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이 병과된다.
카운터 양형, 너무 가벼워…“적발 카운터 다음날 버젓이 영업”

경기도 지역 한 약사회장은 카운터 척결을 위해서는 양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없이 많은 카운터들이 적발됐지만, 한 번도 수감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벌금형이 대부분이며, 징역형은 온갖 방법과 수단을 이용해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이 약사회장은 “사정기관에 의해 적발되거나 MBC 불만제로에 의해 적발된 약국도 다음날 가보면 버젓이 카운터가 매대 앞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약사들이 카운터보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며 약사 연수교육의 강화와 면허갱신제 도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데일리팜 제보자 B씨는 “약사가 카운터를 안 뽑으면, 카운터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며 “그런데도 카운터가 설치고 있는 것은 반대로 약사들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카운터는 과거 전문적인 약사인력을 충당할 수 없던 시기에 생겨났고, 그들은 생존본능에 따라 지금껏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약사들은 이들을 척결대상이라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막상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약사사회의 돌연변이인 ‘카운터’를 진정 척결하고 싶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생관계를 끊어내고 장사꾼이 아닌 약사(藥師)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외부의 손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상처는 더욱 깊고 아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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