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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정책적 개입이 판 갈랐다"···제약 사분오열

  • 최은택
  • 2008-11-17 06:50:22
  • 복지부 "최선의 결론" 자평···업계 "비과학적 평가" 발끈

시범평가, 제약계 배려 흔적 곳곳에 묻어나

◇내용=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가 지난 15일 ‘뜨거운 감자’를 베어 물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장 큰 대원칙을 수정했다. 성분별 동일인하율에서 품목별 개별 인하율로 적용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로 인해 비용최소화 분석을 통해 가장 비용효과적이라고 평가됐던 ‘심바스타틴20mg’ 가중평균가 838원(2007년 하반기 기준)보다 비싼 모든 스타틴 품목은 가격을 인하해야 급여목록에 유지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성분별 인하율이 적용돼 약가인하 위기에 몰렸던 일부 제네릭들이 기사회생한 반면, 돌연 일부 심바스타틴 제제는 가격을 자진 인하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최대 피해품목은 오리지널인 ‘조코’와 종근당의 ‘심바로드’다.

화이자 등 일부 다국적사 막판 뒤집기 한판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급평위는 당초 평가결과를 수정해 ‘아토르바스타틴10mg’(리피토)과 ‘로수바스타틴 5·10mg'(크레스토)이 ’심바스타틴20mg'과 비교해 지질강하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토르바스타틴’은 결과적으로 제품이 존재하지도 않는 ‘심바스타틴30mg’, ‘로수바스타틴’은 ‘심바스타틴40mg’을 비교함량으로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 특히 ‘로수바스타틴’은 급평위 최종평가 수일전에 ‘주피터’ 임상결과를 제출하면서 드라마틱하게 막판 뒤집기 한판에 성공했다.

화이자는 ‘아토르바스타틴’의 인하율을 낮췄을 뿐 아니라, 전략품목인 복합제 ‘카듀엣’의 추가 약가인하를 방어해 냈다.

개별 업체별 희비교차···각개전투 불가피

인하율 재조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았던 CJ ‘메바로친’과 노바티스 ‘레스콜' 서방정은 평가결과 적용방식이 품목별로 바뀌면서 되려 낙폭이 소폭 상향 조정됐다.

특허가 잔존한 ’레스콜‘은 정부가 특허미만료 품목의 중복인하에 대한 보완조치 마련을 검토키로 해 일말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지만, CJ는 이번 약가인하 태풍을 온몸으로 맞게 됐다. 굳이 위안을 찾자면 블록버스터인 자사 심바스타틴 제네릭이 인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급평위의 이번 결정으로 스타틴제제는 당초 750억원 규모의 매출순손실이 예상됐지만, 최소 100억원 이상의 추정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체간 희비가 엇갈려 개별업체가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복지부 "불합리한 기준 합리화"···충격파 고려

◇평가=복지부 정영기 사무관은 이에 대해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제약계의 ‘충격완화’를 위한 숙고가 감안됐다는 점도 간접 시사했다.

실제로 급평위의 이번 결정에는 제약업계를 고려한 위원회의 정책적 고려가 곳곳에서 확인된다. ‘성분별 동일인하율’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제약협회의 건의를 수정·보완한 조치다.

제약협회는 당초 838원보다 더 싼 제네릭의 가격을 인하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급평위는 이를 수용해 기준가격보다 더 싼 제네릭을 구제해 주고, 대신 더 비싼 심바스타틴 가격까지 손질했다. 정 사무관은 “불합리한 인하기준을 합리화 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중외 '리바로' 평가결과, 사실상 3년간 유예

중외제약 ‘리바로’(피타바스타틴)에 대해서도 유예 조치했다. 1차 평가지표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입증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2차 목표인 지질강하 효과만 가지고 21.3%로 인하율을 하향 조정했다.

대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입증자료를 3년 이내에 제출해야만 급여를 계속 적용받을 수 있다. 사실상 3년간 평가결과 적용을 유예해 준 셈이다. 정 사무관은 “이미 진료현장과 상당수의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어 갑작스레 급여목록에서 제외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고려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리피토 평가, 심평원 상근심사위원 말조차 번복

‘아토르바스타틴’에 대해서는 아예 공개 설명회 때 나왔던 해명조차 뒤집어가면서 제약사에 유리한 결론을 내줬다. 심평원 이상무 상근심사위원이 “(화이자가 추가 제출한) 로저스 임상결과를 반영해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지만, 급평위는 두 번에 걸쳐 표결까지 해가면서 ‘아토르바스타틴10mg’의 비교함량을 ‘심바스타틴30mg’으로 조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제약업계 일각에서 “화이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정부와 급평위가 무리수를 뒀다”는 의혹이 제기할 만큼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급평위 한 임원도 “곳곳에서 화이자의 냄새가 난다”는 말로, 이번 결정에 대한 못마땅한 심정을 간접 표현했다.

특허미만료 오리지널 보완조치 등 정부에 위임

급평위는 이밖에도 특허미만료 의약품의 상한가가 기등재 목록정비와 제네릭 등재시 약가 20% 자동인하 등으로 중복 인하되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해 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또 기등재 목록정비 사업의 여파로 제약업계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입게 된다면 이에 대한 완화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위임했다.

정 사무관은 “평가결과를 근거로 예상되는 제약계의 추정손실을 판단해 충격파가 급격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 피해를 완화할 정책적 판단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약 "정책목표 도달위해 정치적 개입만 남발"

그러나 제약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경제성평가 방법론에 대한 수용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인 상태에서 정부가 약가를 인하시켜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치적 개입만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개별 업체에게 다른 결과로 평가결과가 반영되면서 제약업계는 사분오열됐다.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제약업계를 감안한 조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경제성평가라는 외피만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약가인하라는 정책적 목표만 실현시켰다”고 지적했다.

표정관리 화이자도 황당?···"의아스럽고 놀랍다"

스타틴을 보유한 한 업체 관계자는 “리피토에 예외를 인정하면서 심바스타틴20mg 가중평균가 기준 자체가 의미를 상실했다”면서 “최소한 중간 단계부터라도 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의아스럽고, 놀랍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아토르바스타틴10mg의 비교함량을 심바스타틴30mg으로 정한 것은 근거에 입각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결론”이라면서 “이번 평가가 비과학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됐음을 다시한번 입증한 일면”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급평위 한계점 명확히 드러났다"

시민단체 쪽은 급평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는 지나치게 제약업계를 고려한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의 당초 취지인 ‘목록정비’라는 원칙을 살리지 않고 지나치게 약가인하에만 무게 중심을 두다보니 논란만 커지고, 평가기간도 불필요하게 길어졌다고 주장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신형근 실장은 “이번 결정으로 급평위의 한계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한마디로 짜증스런 결과”라고 혹평했다.

한 경제성평가 전문가는 “시범평가는 말 그대로 시행착오를 수반한다”면서 “제약계의 주장처럼 전면 재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아토르바스타틴 사례처럼 시범평가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들에 대해 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고 가면 유사한 논란이 5년동안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범평가, 제대로 평가하고 본평가로 가자" ◇과제=이 전문가의 지적처럼 복지부도 시범평가를 둘러싼 평가작업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방식을 채택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영기 사무관은 다만, ‘성분별 평가, 품목별 적용’, ‘경제성 없는 품목에 대한 급여제외 또는 약가인하’ 원칙은 본평가에도 그대로 계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범평가 결과를 보니 본평가는 그야말로 안개 속”이라면서 “그동안 제기돼 왔던 방법론과 절차상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선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를 높였다.

이를 위해서는 시범평가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작업을 진행한 뒤, 본평가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급평위 비용효과만 판단, 가격조정은 공단에"

경성평가 전문가도 “지금 필요한 것은 시범평가 결과와 과정을 바탕으로 본평가에 적용할 원칙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본평가 일정을 맞추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라도 이 점은 분명히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형근 실장은 “급평위가 비용효과성 판단과 가격조정까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다보니 시간도 더 걸리고 논란만 커졌다”면서 “앞으로는 급평위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판단만 하고 이후 급여탈락이나 약가조정은 공단이나 복지부에 넘기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또 “본평가에서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려 비용효과성이 없는 성분은 과감히 급여에서 제외시키고, 필요한 경우 제약사가 조정신청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약 사분오열, 약가 일괄조정 협상안 힘 잃어

한편 이번 급평위 결정 여파로 제약계는 한 가지 무기를 잃어버렸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지속하는 대신, 일정수준의 약가 일괄인하에 대해 정부와 제약업계가 합의하는 안이 그것이다. 제약업계 내 협상파가 줄곧 히든카드로 쥐고 있었는데, 개별 업체가 사분오열돼 협상론은 더 한층 힘을 잃게 됐다.

기등재 목록정비 사업에 대한 법적 대응 논리도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많을 수의 제약사가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때는 정부나 심평원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었지만, 이 조차도 각개전투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제약계 한 관계자도 “힘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 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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