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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머

"리베이트 관행 못버리면 시장 통째 내준다"

  • 최은택
  • 2009-08-03 06:50:50
  • 복지부, '종합세트' 마련 박차… "다국적사 점령" 우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시행을 공식화했다.
"변하지 않으면 자멸한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

의약품 보험약가와 유통에 대한 규제가 그 어느때보다 심해졌다. 정부는 리베이트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제약산업 전반에 메스를 가하려는 태세다.

제약계의 반응은 양분된다. 대기업 계열의 한 업체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앞으로 변신을 모색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이라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반면 중소제약 한 임원은 “잘 모르겠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업체에 따라 현실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베이트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 또한 고민이 없지 않다. 현실성 있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 "가장 어려운 작업에 손 대고 있다" 토로

복지부 ‘의약품 가격 및 유통 TFT’ 팀장인 임종규 국장은 데일리팜과의 전화통화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에 손을 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TFT는 급여등재시 제네릭의 약가산정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하향 조정하고 실거래가상환제를 손보는 쪽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제네릭 약가와 실거래가제가 리베이트를 조장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약가제도 개선논의는 그동에도 리베이트 근절대책과는 별개로 진행돼 왔었다.

실거래가상환제는 실상 병원과 제약업계가 개선을 요구한 단골 의제였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전에는 참조가격제 도입논의가 불붙었다가 좌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약가제도 논의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윤희숙 박사 "높은 제네릭 가격이 리베이트 온상"

지난해 5월 ‘약가제도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 지출효율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혜성같이 나타난 KDI 윤희숙 박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산업적, 공익적 근거도 없이 등재시점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체감하는 현 제도가 보험재정에 악영항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제네릭간 약가가 세배 이상 나타나고 무엇보다 퍼스트제네릭에 초과이득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KDI 윤희숙 박사.
윤 박사는 같은 달 열린 보건행정학회 심포지엄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제네릭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복제약의 가격거품을 제거하는 데서 약제비 정책은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복제약 가격이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구조조정이나 효율화 유인을 억제하고 신규진입으로 인한 영세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진단을 근거로 처방도 내놨다. 지금은 ‘평균실거래가제’로 표현되는 ‘최저가 실거래가상환제’가 그것이다.

제약사들이 매분기마다 판매가격을 제출하면 동일성분내에서 최저가약을 상환대상으로 지정하도록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대안이었다. 용어만 달랐지 ‘ 참조가격제’를 도입하고 보험상환 기준을 최저가 제네릭에 맞추자는 말과 다름 아니다.

감사원, "제네릭 약가동일화-체감제 폐지" 권고

감사원도 2007년 11월에 실시한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지난해 발표하면서 “등재순서에 따른 인센티브를 없애고 (제네릭) 약가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었다.

선순위 등재 제네릭이 약효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후순위 제품보다 항구적으로 높은 가격을 인정받게 돼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권고내용에는 제네릭 약가체감체 폐지 외에도 특허만료약 약가일괄 인하, 참조가격제 도입, 의약품 공개입찰 확대, 약가재평가 개선, 실거래가 사후관리 제약으로 확대 등이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는 그러나 참조가격제 도입에 ‘유보’(보류) 입장을 감사원에 전했고, 제네릭 체감제 폐지 또한 제약산업의 현실상 제한점이 많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또 잇따른 공개토론회에서도 참조가격제 도입 시기상조론을 들어 당장은 개선 또는 도입 의사가 없음을 간접 시사해왔다.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를 전반적으로 평가한 감사원 보고서.
이태근 과장, 제네릭 정책 손질 급선회 시사

하지만 리베이트 척결이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올해들어 분위기가 급선회한 인상이다.

실제로 복지부 이태근 보험약제과장은 지난 5월 제약협회 주최 ‘의약품 유통투명화를 위한 영업총수 간담회’에서 “제네릭 위주의 약가정책과 자율경쟁을 막은 실거래가 상환제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에 안주 신약개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창조적 파괴를 하지 못했다는 게 최근의 진단들”이라면서 “이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같은 날 “특허를 회피한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위주로 약가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 “제네릭 위주의 약가 우대정책은 막을 내려야야 한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정부의 이런 변화와 개선의지는 TFT 정책자문단에 윤희숙 박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TFT가 내놓을 ‘리베이트 종합세트’는 뭘까.

일단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는 지난 1일부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강력한 단속과 약가인하를 무기로 제약업계의 부정 가능성을 일소하겠다는 사후관리책이다.

여기다 앞서 거론됐던 ‘평균실거래가상환제’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릭 등재가 대폭 인하-평균실거래가제 수순

이는 제네릭이 판매되고 있는 성분의 경우 일정기간 거래된 약가의 가중평균을 보험상환 기준으로 정하는 것을 염두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참조가격제’ 도입을 시사한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이태근 과장.
실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최저가 실거래가제’보다는 충격이 덜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

이와 함께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 인하도 고려중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현 제도는 퍼스트제네릭이 진입한 경우 특허의약품 가격을 80%로 낮추고, 제네릭(5순위까지)은 (오리지널의) 인하전 가격의 85%, 인하후 가격으로는 68%의 약가를 받는다.

그리고 후순위 제품은 직전 제네릭 약가의 90%로 체감된다. TFT가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68% 적용율을 낮추는 것과 체감제를 없애는 두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입법을 준비 중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 중요한 고려요소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처방총액인센티브제’는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타깃으로 한다면 이 제도는 병원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리하면 리베이트 ‘종합세트’는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평균실거래가제(참조가격제),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 하향조정 및 체감제 폐지, 저가구매인센티브로 모아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제네릭 가격인하, 리베이트 척결 실효성 의문"

국내 제약사 한 약가담당자는 이에 대해 “실제 개선이 가능한지, 무엇보다 리베이트를 척결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TFT의 논의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목욕물 버리다가 애까지 버리는 꼴 아닌가. 리베이트 잡겠다고 국내 제약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면 의약품 시장은 다른 나라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이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래 신성장 동력인 국내 제약산업 육성과 규제강화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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