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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대신 노조, 가난하지만 행복해요"

  • 최은택
  • 2010-08-05 06:30:34
  • 김경자 위원장(민주노총 사회공공성강화위)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본평가 수정안이 건정심에서 통과된 지난달 28일 복지부의 ‘밀어붙이기식’ 약제비 정책을 성토하는 소형 스피커의 울림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주자로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거머쥐고 사자후를 토해낸 사람은 바로 김경자(45·이대약대 85학번) 민주노총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이었다.

그가 보건의료정책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초 민주노총 부위원장 자격으로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가입자대표 위원으로 선임되면서부터.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장과 본부 부회장을 지낸 초강성 이미지의 김 위원장이 약사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노동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첫 직장인 성남 인하대병원에서다.

통상 보름이상 근무하면 한달치 급여를 보상해 주는 게 그가 믿었던 상식이었지만 당시 병원에서는 관행적으로 첫 15일치 임금은 무보수, 다음 15일은 수습조로 100%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못마땅했던 김 위원장은 ‘당돌하게’ 인사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그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언짢은 심정으로 인사부 사무실을 나오는데 맞은 편에 노동조합 사무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위원장은 망설임 없이 조합에 가입했다. 대학을 막 졸업한 1989년 어느날이었다.

인하대병원 노조위원장, 보건의료노조 1~3대 경기본부장,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민노당 최고위원, 현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이라는 약사로서는 낯선 그의 21년의 노동운동의 이력은 이렇게 시작됐다.

“(병원 노조위원장 시절) 약제과장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노동조합 위원장은 최소한 그 회사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약제과장은 내부 모순조차 손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였죠.”

세상에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데 지위고하가 따로 없다면 그 사회를 바꾸고 개혁하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는 게 젊은 그의 생각이었고, 이런 소신은 지금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까.

김 위원장은 “아마 (약대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 중 제일 가난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단언한다.

특히 건정심 위원으로 활동 중인 요즘은 열정에 더욱 불을 당기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건정심 회의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안건 하나라도 소홀이 지나칠 수 없어요.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고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때로는 싸우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는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2011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1조원대 건강보험 재정 당기적자가 분명한 상황에서 보장성은 뒷걸음질치고, 보험료와 수가만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공급자를 견제하는 것은 숙명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옥죄야 한다고 보지만은 않는다.

“민주노총이 의료공급자에 부정적인 시각만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주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종에 대해서는 적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느 업종보다 스트레스가 많고 또한 적정한 보상이 없다면 일할 사람도 없어지겠죠.”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겠지만 근거에 입각해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호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의료계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정부와 공급자, 가입자 모두가 윈윈하자는 전략으로 이뤄낸 약제비 절감과 수가 연동 합의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치는 않지만 약제비 절감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의료계 단체 집행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회원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올 한 해만 협상하고 말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약제비와 수가를 계속 연계시켜야 한다면 장래를 위해서도 의료계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약속과 책임,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때 국민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고, 의료공급자들 또한 국민 건강지킴이로서 지속가능한 의료공급을 실현해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김 위원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최근 경원대 사회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학위논문 주제로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통합를 다뤘다.

친구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휴일 근무약사로 일하면서 학비를 마련해 취득한 값진 학위였다.

그는 “돈이 없어서 문제이긴 한데, 기회가 되면 박사과정에서 공공정책학을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해 후일 노동운동의 정책자문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혹을 넘긴 지금도 ‘꿈’을 이야기 하는 김 위원장의 낭랑한 목소리에는 세상에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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