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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막겠다는데 왜 안믿나"

  • 조광연
  • 2011-05-04 06:50:00
  • 김구 회장 "공공장소, 약사관리 원칙서 푼다"

김구 대한약사회장(66)은 2011년 5월 현재 가장 고독한 남자 중 한명이다.

고독의 원인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다. 김 회장은 '강력한 정부의 추동력과 정부 못지않게 강력한 약사들의 염원' 사이에서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최선과 최악, 차선과 차악의 논리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당연히 최상의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 막아내라'는 주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의도하는 최선책은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등을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경제 논리도 관철시키고 국민 불편도 잡고 싶어 한다.

실제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여러 차례 "일반의약품이 약국 외에서 판매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30 만개 생긴다, 수십 년간 약사독점을 해소해야 한다"며 일반약이 슈퍼에서 판매돼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설파해 왔다. 슈퍼판매 논란의 진앙이다.

3일 오후 김구 회장을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김 회장은 막 세안을 마치고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부처 사이에서 수십 년째 홀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사실상 막아온 복지부도 최근엔 힘이 다소 빠져 특단의 대책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몰렸다. 일부 시민 단체와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부처가 함께 높여온 압력이 임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게도 감압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와인을 마시고서야 잠자리에 든다"는 김 회장을 만나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진행과정과 입장을 들었다. 3일 오후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막 찬물에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회장님의 입장은 뭡니까.

"제가 대한약사회장입니다. 약국 밖에서 의약품 판매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목숨 걸고 막아야하고 막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논점은 일반의약품 슈퍼판매가 아닙니다. 사실이 잘못 알려져 우리 회원들의 염려가 큰데 이 점에 대해서는 진실 유무와 관계없이 우선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문제가 아니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지금 우리 회원들은 일반약이 슈퍼로 넘어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빼앗겼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현행 약사법 안에서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5월 중 마련하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발표의 핵심입니다. 이게 우리가 당면한 숙제입니다."

-일반 약사들은 이를 슈퍼판매와 다르지 않게 보는 것 같습니다. 특수 장소 일반약 판매라는 점에서 특수 장소를 편의점 등으로 확대해 걱정한다는 겁니다.

"대한약사회는 공공기관을 특수 장소로 지정하고 반드시 약사 관리 아래서 가정상비약이 취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휴일이나 심야시간의 국민 불편을 해소하려 합니다. 약국이 문을 열고 있는 상황까지 취급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

-약사들 중에는 대체 그동안 뭐했느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번 봅시다. 그동안 기재부가 어땠습니까.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경제논리로 밀어 붙이면서 일반약을 슈퍼 등에서 판매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재부 방안은 현행법 안에서 국민 불편 해소라는 방향으로 물줄기가 틀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큰 폭발력을 가졌던 사안인 일반인 약국개설 문제 논의를 더는 하지 않기로 매듭지었습니다. 약사만의 법인인 합명회사로 굳혀진 거죠. 그리고 전문약과 일반의약품의 비중 조정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

-일반의약품의 물줄기를 바꾼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많은 약사 회원들이 참여한 심야응급약국과 당번약국 활성화라는 자발적 노력이 국민 불편, 다시 말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문제로 사안의 본질을 변경시킨 겁니다. 쉽게 말해 일자리 창출 문제로 접근해온 기재부의 생각을 국민 불편 해소 문제로 돌려놓았다는 것이죠.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것입니다. 심야응급약국은 이 처럼 큰 역할도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죠."

-어떤 면에서 공은 복지부, 더 정확히 대한약사회로 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 불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기재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옳으신 지적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대한약사회가 안게 된 숙제입니다. 모든 지혜를 짜낼 겁니다. 공공장소에서 가정상비약을 취급함으로써 의약품의 공공성을 확보할 겁니다. 다음으로 가정상비약 보급을 통해 국민 불편이라는 국민여론을 완화시키고 반전시킬 것입니다. 국민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일반약 슈퍼판매를 아예 잠재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봅니다."

-약사들의 합의와 협력이 필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그래야 정부와 협상력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우선 가정상비약을 구입하기 불편하다는 국민여론을 최우선적으로 누그러트려야 합니다. 가정상비약 보급과 함께 약사 회원 스스로도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좀 더 늘려 주셨으면 합니다. 참으로 절박한 문제여서 회원님들에게 간곡하게 협력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약사들 사이에서는 강경 대응 이야기도 나옵니다. 궐기대회나 폐문, 단축근무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일반의약품이 약국 밖으로 나갈 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입니다. 국민들은 우리의 어려운 속사정을 모르고, 기득권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득권이 궐기대회를 한다? 그러면 문제의 본질이 바뀝니다. 일반의약품의 국민 불편 문제는 곧바로 기득권의 밥그릇 지키기로 변질됩니다. 이건 지는 게임입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가장 먼저 죽겠다는 각오로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할겁니다."

일반의약품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 공천설 이야기가 떠돈다고 했을때 그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은 "대한약사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위해 일반약을 넘긴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는데요.

"(저도) 들어봤습니다. 그저 황당할 따름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국회의원에 뜻이 없습니다. 지부장 회의 등에서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저는 약사 회원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약사회장이란 말입니다."

-특수 장소 등 약국외 판매 방안을 약사회가 먼저 꺼냈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약사회가 지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정부의 선택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심야시간대에 약을 사기 불편하다는 여론이 높은데 대안이 없느냐고 정부가 먼저 이야기 한 것이죠. 슈퍼판매로 확대되려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전제조건을 통해 (건보재정 절감 방안에 따를 의약품 관리료 인하 움직임 등) 몇몇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 보려고 협의에 응한 겁니다. 심야응급 갖고는 안된다면서 정부가 협의를 해보자는데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버티면 일방통행의 길을 열어주는 거라고 판단 했습니다."

-끝으로 약사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대한약사회는 공공장소에서 약사관리 아래 일반의약품이 취급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비약 보급 사업도 진행함으로써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약사사회)가 생각하는 방안입니다. 그래서 근무시간 연장 노력 등 약사 회원들의 합의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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