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Y형! 해줄 말이 없어 정말 미안해요
- 조광연
- 2011-11-28 12: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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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형! 제약업계 사람들이 약값이 일괄적으로 인하되면, 제약인 2만명 이상 실직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복지부처럼 반신반의 했어요. 미래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위상에 대해서만 크게 걱정하고 고민했지,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맥없이 회사를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형이 23일 전화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을 때 한동안 멍했고, 변변찮은 위로의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죠. 하기야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인들 위로의 힘을 발휘하겠어요? 그저 긴 침묵만이 아주 오랫동안 형을 알아왔던 나의 애틋한 마음이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며 좋겠어요. 이 순간마저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말이 한심하죠? 별의미도 없는 건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에요. 형이 전화했던 그 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이후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중소상공인과 농어민 대책을 면밀하게 마련하고, 기업들이 고용창출에 신경을 써달라고 특별히 당부했어요. 미래 경제영토가 넓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한미FTA와 일괄 약가인하가 우선 사람을 먼저 치네요. 정책 달성을 위해 누군가는 거룩한 희생을 해야하고, 그 희생자가 바로 나라고 주문을 걸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같이 근무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형은 회사와 집 밖에 모른다는 말을 자주 들었잖아요. 회사 일에 발벗고 나섰고요. 겨우 차 한잔 마시는데도 연신 시계를 보아 불안하게 만드셨죠? 물론 형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그러고는 서둘러 상황을 마무리하고 회사로 뛰다시피 사라졌어요. 대표이사라도 되는 양 회사 비전을 자신의 비전으로 일체화시키며 회사를 다녔던 형은 대체 뭘 잘못한겁니까?
형! 해직이나 면직보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 하나에, 떠나야만 하는 운명의 제약인들은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약값 인하가 국민들의 약값부담을 줄여준다니 그를 보람 삼아야 할까요? 제약인들도 엄연히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한 국민의 일원인데 말이죠. 2040년께 평균수명이 90세에 육박한다는 전망이 끔직하게 다가오는 날, 갑자기 공무원들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정책의 대의명분으로 몸을 가릴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 후를 상상해 보아라. 이 얼마나 멋진가'라고 결과 중심으로만 말하면 그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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