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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천억 빼앗고 500억 주며 신약개발하라면…"

  • 최은택
  • 2012-01-06 06:45:00
  • 서류상 정부 지원대책 수준급…현실성은 '낙제점'

"새고 있는 (R&D 예산) 물길부터 바로 잡아야"

"연간 1조6천억원 BT분야 지원금 중 제약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자금은 500억원 수준이다. 새고 있는 물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가 제약산업에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네릭과 리베이트에 기반한 산업구조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진단에서다.

'채찍'은 매섭기만 하다. 범정부 차원의 리베이트 단속으로 제약산업을 옥죄더니 보험약값에도 칼을 댔다.

제약업계가 추계한 손실액만 연평균 2조5천억원에 달한다. 연 13조 규모 경량급에 불과한 국내 제약산업은 20%나 체중을 감량해야 할 처지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인하가 제약산업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궐기대회를 가졌다.
문제는 이번 약가인하가 매출만이 아닌 실질이익 감소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R&D 투자를 늘리라고 해놓고 밑천을 통째 빼앗아갔다고 제약사들이 아우성치는 이유다.

당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제약산업 지원방안을 내놨다.

제약업계 의견도 폭넓게 수용해 '근사한' 밑그림을 그려놨다.

정부,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오늘 또 발표

정부는 오늘(6일)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2012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약가 일괄인하에 대한 보완대책 이외에 새로운 방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이미 발표한 대책들이 탄탄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는 글로벌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6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액도 사업연도를 다 합하면 1조1천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런칭해 북미진출 지원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당근'은 아직은 '계륵'으로 평가된다.

신약개발연구조합 관계자는 "지경부, 교과부, 복지부, 국토부, 농림부, 중기청 등 웬만한 정부부처와 지자체까지 신약개발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되다보니 전 부처가 얼마를 지원했는 지 조차 정확한 통계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있는 BT 통계를 보면 연간 1조6천억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신약개발에 실질적으로 쓰이는 금액은 1천억원 내외다. 이마저도 제약사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5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T기술이 가장 잘 응용되는 분야가 의약품이고 시장 비중도 8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떡고물만 주어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약개발사업단 걸음마 수준...기업과 경쟁도

신약개발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는 더욱 차갑다.

우선 글로벌 신약개발을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범주기신약개발사업단을 보자. 지경부, 교과부, 복지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5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약업계는 시행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국책 지원프로그램과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산학연과 벤처가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를 포트폴리오화 해 철저히 검증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기초 인프라 매니지먼트를 토대로 국내 R&D 수요, 글로벌 마켓 수요를 매칭시켜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시간이 없다고 기존 국책사업 시스템을 모방한다면 돈 만 쓰고 성과는 없는 또하나의 옥상옥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산업단에 대해서는 정체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전주기적 신약개발 연계시스템을 지향하는 범주기신약개발산업단과는 달리 이 사업단은 신약개발 중계역할을 수행한다.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비임상과 초기 임상을 직접 수행한 뒤 기술이전하는 방식인데, 과연 시장의 수요가 고려된 정책 결정이었는 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제약계 한 연구자는 "2015년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 최소 4건 이상의 기술이전과 1개 이상의 항암신약 제품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주기적 신약개발사업을 전문·특화시킨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성과주의에 매몰돼 설립된 조직이 아닌 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항암신약개발산업단을 빗대) 정부 지원사업은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해 기초연구와 기업을 연계시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데 사업단이나 센터 등이 스스로 연구소가 돼서 기업의 경쟁자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단 운영체계
'콜럼버스' 취지 좋지만 탑승 아이템은 제한적

충북오송에 터잡은 신약개발 첨단복합의료단지 사업방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 사업은 대구경북을 포함해 8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임상시험센터, 임상시험용의약품생산센터 등을 기반으로 융복합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인데 기업유치나 하드웨어 투자에 집중돼 제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연구자는 "대규모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조그마한 세제혜택으로 연구소를 유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요에 근간을 둔 지원조직으로서의 기능이 우선 강조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산업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사업의 취지나 북미시장 진출을 자극하는 역할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인프라가 매칭돼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콜럼버스호'에 탑승시킬 제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스타팅 포인트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엔드포인트에서 시작해 배를 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R&D 인프라 등 주변여건이 성숙됐을 때 '콜럼버스 프로젝트'도 함께 숙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주기적 신약개발사업단 등이 실효성있는 역할과 성과를 거둘 때 '콜럼버스호'도 만선의 뱃고동을 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제약산업육성기금 설치·성공불융자 도입해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 지원은 제약사에 대한 직접적인 육성대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4월 첫 지정될 혁신형 제약기업은 제약산업육성법에 기반한다.

정부도 제약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 중심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방침을 숨기지 않고 있다.

관건은 현실적인 인증기준을 마련해 연구개발 중심적인 제약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약가 인센티브 등 R&D 유인을 위한 제반장치들을 정부가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혁신형 제약사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만 고려할 게 아니라 투자비용의 규모 등을 고려해 인증기업을 등급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향후 수립될 제약산업육성 5개년 계획에 법률 제정과정에서 삭제된 제약산업육성기금 설치와 성공불융자 도입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총리 주재로 오늘 열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제약산업선진화종합대책을 논의한다.

이 대책에는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산업 지원방안, 해외시장 진출지원을 위한 대책, 전주기적 신약개발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실행계획 등이 촘촘히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개발연구조합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대책은 약가인하 철회다. 이것을 거스를 수 없다면 약가인하만큼의 규모있는 R&D 투자를 통해 제약사들이 리스크 부담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품화 이후 대책 부재...국가도 리스크 분담필요

국내 한 연구중심 제약사 임원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신약개발을 독려하려면 제품화에 성공했을 때 이익이 돌아온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신약으로 허가받았는데도 급여등재 과정에서 가치를 또 따지고 약가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의욕적으로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약개발 독려와 과정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제품화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중심 제약사 임원도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임상이 중요하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현재는 금융융자 이외에는 지원대책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국가와 기업에 모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서 "국가가 리스크를 분담하는 차원에서 해외임상에 성공불융자를 기반으로 한 매칭펀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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