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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의사대표자대회…산과·안과는 "두고 보자"

  • 이혜경
  • 2012-07-02 06:44:51
  • 요약
  • 수술거부 카드로 DRG 반대한 의협 20일간의 행보는?

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7개 질환 전면 시행에 반발해 수술 거부를 선언한지 20일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중재로 철회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한국 갤럽에 의뢰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51% 이상이 포괄수가제 시행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의협의 명분 찾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정 전 대표와의 접촉을 의협 내부 고위 관계자 3~4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조심스러웠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의협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정치권 카드를 마련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위기가 30일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흘러나왔다.

5월 24일 건정심 탈퇴 선언이후, 9일 안과의사회의 수술거부 결의부터 20일간의 노력이 정몽준 전 대표의 약속 하나만 믿고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날 연대사를 진행한 산부인과 김재연 법제이사는 "행사 하루 전까지 의협의 (수술거부 철회) 결정을 지역 및 직역 단체 회장이 몰랐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날세워 비난했다.

◆전의총 회원만 100명 이상…의사대표자대회 맞나?=포괄수가제 시행 직전일로 예정됐던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두고 대다수 의사 회원은 포괄수가제 저지를 위한 단체행동의 시작으로 인식해왔다.

따라서 의협이 정 전 대표의 중재로 수술거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 의미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일까지 예정대로 700~1000여 명의 의사대표자가 모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달리 행사장에 마련된 1000석의 자리는 가득찼다.

노환규 회장은 "앞 줄 좌석에 VIP 팻말이 있어서 심기가 불편해 내려놨다"며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VIP이고 의사 대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초 의협은 시도 및 시군구의사회, 대한의학회, 각 학회, 개원의협의회, 여자의사회, 의대교수협의회, 전공의협의회, 공보의협의회, 대의원회, 의대생 등 각 지역 및 직역 단체 대표자가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과연 행사 당일 모인 일선 회원과 100여명의 전의총 회원,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채운 사무국 직원까지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4개과 합의했다고 하지만…불안한 안과, 산부인과=포괄수가제 저지를 위해 수술거부를 결정했던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산부인과 등 4개과가 의협과 어떻게 합의를 이뤘는지에 대한 목소리 청취도 이번 전국의사대표자대회의 관심사였다.

임시총회를 열고 일주일 수술거부를 가장 먼저 결정한 안과의 입장은 어땠을까.

vod 박우형 회장은 "안과의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백내장 수술을 접어야 할 때가 됐다"고 입을 뗐다.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실을 폐쇄하고, 외과 의사가 수술실을 없앨때 이해하지 못했다던 박 회장은 "안과 의사가 수술실을 없앨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은 앞으로 아프면 안된다"면서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맹장염에 걸리면 안되고, 눈도 잘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국민을 볼모로 수술거부를 선언한 의료계에 일침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회장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는다"며 "복지부 임채민 장관, 박민수 과장은 경제를 전공해서 경제 논리로 의료를 보지만 의료는 경제가 아니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5~10년 후 평가 사업을 통한 정부의 책임과 건정심 구조 개혁을 약속하며 수술거부 철회를 요구한 의협에 대해서도 "정몽준 전 대표와 책임을 져야 한다. 지켜지지 않으면 더 큰 투쟁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고, 이것은 모두 당신들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연 이사(왼쪽)과 박우형 회장
의협 집행부가 각과개원의협의회와 정부의 대화 창구를 막은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의료창구 일원화로 의료계를 분열시키기 시작했다"며 "의·병협 갈등 또한 심화되고 신구갈등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 하루 전 정몽준 전 대표와 중재로 수술거부를 철회한 노 회장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김 이사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하고 결정한 것이 행사 하루 전날 취소가 됐다"며 "그럼에도 각 지역 및 직역 단체 대표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의협 회장이 대표자들과 소통을 단절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단합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회장은 30일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일부 회원이 대회 중단을 요구했다고 하면서 "포괄수가제를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 의사의 권리를 찾겠다는, 노예 해방을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얘기 했다"고 말하면서 향후 투쟁을 예고했다.

◆수술거부 철회 전제조건 불이행시 저지노력 계속=의협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이후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은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독일 등 선진국과 같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반드시 재구성돼야 한다" 며 "지불자(정부 및 사용자)와 공급자(의협)가 동수로 참여하는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을 즉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은 향후 1년 내 제도 전반에 걸친 재평가를 시행하고, 포괄수가제의 확대, 축소 혹은 폐지 여부는 이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끝까지 포괄수가제의 대한 저지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제2, 3의 포괄수가제 사태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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