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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홍제동으로 간다, 그녀를 찾아

  • 이혜경
  • 2013-06-19 12:24:52
  • 요약
  • 5년째 노숙인 영상장비 촬영 맡은 석을혜 원장

"전 인터뷰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칭찬이라니요. 할 일을 했을 뿐인데…."

MRI, CT 등 영상장비 촬영으로 오전 진료가 많은 영상의학과 특성 상 점심시간이 갓 지난 시각에 석을혜(45) 원장을 서울 홍제동 스마일영상의학과에서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멋쩍은 표정을 짓던 석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도 "노숙인들도 의사들 앞에선 환자 일 뿐"이라고 다짐을 주었다. 의사가 아닌데도 히포크라테스가 상상됐다.

칭찬합시다 인터뷰 [下] 스마일영상의학과 석을혜 원장

냄새나는 노숙인은 환자도 아닌가요?

스마일영상의학과는 1년 평균 노숙인 200여명의 CT와 MRI 등 영상의료기기촬영을 진행한다.

서울역 노숙인다시서기의원에서 721번 버스를 타고 스마일영상의학과에 들른 이들은 검진 당일 판독 결과물을 손에 들고 다시 서울역으로 향한다.

최영아 원장이 석을혜 원장을 두 번째 '칭찬합시다' 주인공으로 꼽은 이유로 "말을 잘 듣지 않는 노숙인들도 스마일영상의학과만 다녀오면 너무도 착하게 판독 결과물을 내놓는데,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석 원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라고 짤막히 말했다.

궁금해 더 깊게 물었다. 노숙인 환자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자 석 원장은 뜸을 들이다 "직원들이 잘 도와줘 노숙인 진료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11년전 개원한 스마일영상의학과는 석 원장을 포함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과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개원 당시부터 함께 해준 가족 같은 직원이라는 석 원장은 노숙인 진료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석 원장이 서울역 노숙인다시서기의원과 협력병원을 체결한지 햇수로 5년. 1년 평균 8000만원 가량의 판독비를 석 원장이 부담하고 있다.

그는 "무료봉사를 하자는 계기는 딱히 없었다"면서 "병원이 안정을 찾으면서 굳이 밖에서 하지 않더라도 병원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찾다가 노숙인 진료와 인연이 닿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석 원장은 노숙인 진료 뿐 아니라 서대문구 치매 어르신을 위한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시 각구보건소가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치매 MRI 비용으로 10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이 제도를 처음 만든게 석 원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석 원장은 "MRI로 치매 여부를 판독할 수 있는데 과거 35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우리병원을 시작으로 치매 MRI를 10만원으로 맞췄고, 지금은 서울 대부분 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석 원장은 최근 서울시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야기는 다시 노숙인 진료로 돌아왔다. 석 원장에게 진료할 때 힘든 일이 없느냐고 묻자 "진료보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써달라고 부탁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의료급여 1종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춰 달라고 부탁하는 노숙인들이 종종 있는 것이다.

석 원장은 "화를 내는 분들도 있지만, 어차피 일반 환자들도 똑같기 때문에 같은 환자라고 생각하면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검사 결과에 따른 의사의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한다.

석 원장은 "노숙인들은 결핵 유병이 많고 알콜성으로 보이는 간질환 빈도가 높다"며 "판독 결과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영상의학과에선 치료가 선행되지 않은 검사는 의미가 없다는 특징 때문에 노숙인 진료에 있어 이 부분이 가장 회의가 든다는 것이다.

혹시 석 원장의 남편도 '칭찬합시다' 첫 번째 인터뷰이 최경아 원장 처럼 의사인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는 "남편은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석 원장이 노숙인 무료진료를 돕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마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할텐데,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어 많이 부끄럽다"며 "집안에서 진료 이야기를 하지 않아 아마 내가 노숙인 진료를 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숙인 진료로 인해 '칭찬합시다'가 연재된 이후 사람들에게 '이 병원은 노숙인이 온다'는 편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석 원장은 "일반 환자와 노숙인 환자는 다를 바가 없다"며 "힘이 닿는데 까지 노숙인 돕는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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