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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약국은 약국시장 개방의 트로이목마

  • 데일리팜
  • 2013-12-26 06:24:00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방안 때문에 보건의료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제도권의 의사협회, 약사회 뿐 만아니라 노조,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반응에 정부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면 약사 사회에서는 정부의 법인약국 도입에 대해 왜 이리 반대가 심할까?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발표에 따르면 결국 약국시장을 대기업에 넘겨주게 될 것이고 기존약국들은 몇 개의 체인에 눌려 일본처럼 뒷골목의 초라한 약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법인약국의 장점들로 발표한 주요한 것들을 보면 ▲기업형 합리적 경영 전환 ▲법인의 자본 축적으로 약국 투자 활성화 등인데 이는 결국 기업에게 약국시장을 넘겨주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약사회원들은 그 동안 대자본 진출 후 동네 빵집 슈퍼 이발소 서점 떡볶이집 커피집들이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법인약국 설립․운영은 약사면허 소지자들만 사원으로 참여가능하고 사원들이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형태로 허용하는 방안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오던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과 연계 약사들만이 아닌 일반인, 특히 대기업의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징검다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벌써 복지부도 약사 수만큼 약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비록 해명을 하고 있지만)밝히고 있다.

데일리팜의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 관계자가 "법인약국은 출자 약사 수를 감안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한책임 법인약국이 합법화되면 1개 법인이 다수 약국지점을 거느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약사회가 검토됐던 '1법인 1약국' 원칙이 무너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최은택).

그리고 약사만의 법인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우리는 이를 그동안 정부가 법안이나 정책 등을 도입 시 처음의 약속을 어떻게 무시하고 일을 처리해나갔는지 여러 경우에서 정부의 행태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인천송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외국인학교 허용과정이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2002년 처음에는 송도 병원이 외국인 전용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슬쩍 내국인도 이용하도록 바꾸었다. 외국인 전용학교도 처음은 외국인 전용이라 했다가 내국인 학생 비율을 점점 늘려 나갔다. 그리고 투자 면에서도 처음에는 외국법인만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가 2007년 외국인 투자비율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국내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게다가 명색이 외국인 병원인데 외국인 의사비율은 10%란다.

일단 문부터 열자!

왜 이리 변할까? 무엇을 위해 이런 편법을 반복하는 것일까? 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의료민영화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약국도 병원도 민영화하려할까? 하나의 힌트가 있다. 우리나라 재벌이 3~4세까지 내려왔단다. 그 수가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통시장 마케팅 컨설팅에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면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한단다.

'과거 정주영, 이병철 회장 때는 재벌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아들 딸, 손자, 손녀, 사위, 며느리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도대체 안 건드리는 게 없다'고 말이다. 마케팅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하는 말이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재벌 3세, 4세들이 백화점, 영화관 등을 문화산업이라고 하여 참여하는 건 그나마 양반이란다. 커피전문점, 화장품점을 외국에서 가져다 들여오고 이제는 두부, 콩나물, 피자, 치킨까지 안 건드리는 게 없다. 그러니 병원 약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시장이겠는가? 게다가 지금 약국들은 너무 후진적이란다. 아래를 보자.

'법인 약국을 허용하여 현행 약국이 ▲1약사 체제에 의한 영세함과 비효율적 경영 ▲약 종류가 적으며 재고 관리 미비 ▲접근성 좋은 소형약국은 모든 약 구비가 어려우며 무자격자 조제 성행 등의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법인약국을 허용하여 ▲기업형 합리적 경영 전환 ▲법인의 자본 축적으로 약국 투자 활성화 ▲약사 1일 3교대 가능에 따른 심야․휴일 약국 공백 보완 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관계부처).

이런 영세하고 후진 약국을 우리가 외국의 멋진 체인약국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니 주시오. 보이지 않나 그림이. 그들이 원한다. 그러면 정부가 움직인다. 결국은 자본 편에서 작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 정부의 한계다. 그러므로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 해도 결국은 자본에게 시장을 내주기 위한 일단 ‘한 발 걸치기’ 기법이다. 그동안 대자본은 전문기술직이나 자영업자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최소한의 금도였다. 그러나 이제 '나도 먹을 게 없다'면서 대자본들이 이삭줍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번 뚫리면 끝이다.

지금은 예전의 영리법인이니 비영리법인이니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법인자체를 막아야 한다. 지금은 대자본이 약국 시장을 먹겠다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강남구약사회를 비롯 부산지부와 송파 성남 부천시 약사회 등 일선약사회들이 약국의 몰락을 가져 올 수 있는 의료영리화 방안 세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영리법인약국 허용을 즉각 중단하고 대기업에 약국시장을 팔아넘기려는 재벌친화 정책 전면 폐기와 관련자의 문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분칠한 손인가? 엄마 손인가?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일단 약국 문을 열게 하려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도 자회사로, 철도도 자회사로 하면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약국도 유한책임회사이지 주식회사가 아니고 약사만의 법인이라 한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언제든 주식회사로 갈 수 있다. 합자나 합명회사는 이것이 불가능하나 유한회사나 유한책임회사는 사원총회(주주총회)에서 주식회사로 얼마든지 전환이 가능하다.

유한책임 회사란 2011년 4월 개정 상법에서 도입된 회사 형태(시행은 2012년)로 유한책임사원으로만 구성된 회사로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이사나 감사를 둘 필요가 없다. 주식회사는 정기적으로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야하지만 유한책임회사는 그럴 필요도 없다. 사원 아닌 자를 업무 집행자로 둘 수도 있고, 출자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 주식회사보다 까다롭지 않고 회사채도 일부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주식회사보다 설립을 쉽게 하고자, 유한회사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 형태이다(천문호).

그러나 대안을 제시할 때 유한회사는 절대 아니다. 그 기준은 배당 가능여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누가 하려하는가? 왜 하려 하는가? 그리고 배당이 가능한가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본입장에서 더 이상 넓힐 시장이 없자 그 동안 우군이라 생각한 곳까지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동네슈퍼나 빵집들을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이제 약국 병의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규제되지 않은 고삐 풀린 자본은 모든 먹이를 불가사리처럼 먹어치울 것이다. 소수에게 토지 소유가 집중되어 중산층의 몰락이 로마의 멸망으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를 서로 어울려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참고자료)

- 건약, 2013, 국민건강과 약사사회를 대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키는 4차 투자 활성화조 치는 철회되어야한다.

- 관계부처 합동, 2013, 4차 투자활성화 대책 요약

- 천문호, 2013, 정부가 법인약국의 형태로 유한책임회사를 지목한 이유, 건약 페이스북.

- 최은택, 2013, 법인출자 약사 50명이면 약국 50곳 개설 허용된다, 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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