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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제로'…약국은 라운지다

  • 이혜경
  • 2015-04-02 06:14:59
  • |이·약·궁|"많이 팔라"는 환자 말이 터닝포인트

[12]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파운지약국

당당하다. 약을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던지니 오히려 편하단다.

나영지 약사(37·이화약대)는 9년 전 서울 동부이촌동에 파운지약국을 열었다. 처음엔 처방 조제를 했다. 그러다 1년도 안돼서 전문약을 싹 치웠다. 파운지약국엔 그 흔한 박카스도 구경할 수 없다.

그래도 오로지 약국 방문을 위해 미국에서 귀국하는 환자까지 있을 정도다.

파운지약국은 2011년 서울시로부터 좋은간판 업소로 선정됐다. 약국 입구 오른편에 적혀 있는 병원처방조제는 개국당시 붙었던 것으로, 오는 7월 리모델링 이후 제거할 예정이다.
스물 아홉. 나 약사는 꽃 다운 나이에 개국을 택했다. 현실은 달랐다.

"많이 파세요." 약국 문을 닫고 나가는 손님의 한마디가 비수로 꽂혔다.

편안한 약국을 만들자는 생각에 약국 이름을 파운지(pharmacy+lounge)로 지었다. 2011년 서울시 좋은간판 은상을 수상할 정도로 외관 인테리어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신경썼다.

그런데, 손님 중 한명이 그에게 "많이 팔라"고 인사를 하며 약국문을 나섰다. 순간 '(약국 운영을)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나 약사의 머리를 스쳤다.

환자에게 당당한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환자의 아픔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상적일 수 있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건강해 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을 주지 않았다.

나영지 약사는 하루 1~2명의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평생 약국을 하고 싶을 정도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1시간, 2시간. 환자와 대화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대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있었다. 과거 사랑방이라 불리우던 약국이 서울 동부이촌동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 약사는 최근 5년 간 "많이 파세요"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대신 요즘은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하루 환자 2~3명, 단골환자는 꾸준히 방문

전문약도 없고, 최소한의 비상상비약만 갖춘 파운지약국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2~3명 꼴이다. 하지만 파운지약국은 한 번 방문하면 이내 단골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단골환자는 4~5년 이상 꾸준히 파운지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나 약사를 만나기 위해 귀국을 한 환자가 있을 정도다.

"우리약국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조제를 해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갖추고 있어요. 합성의약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거죠. 환자 상태에 따른 저 만의 조제방법이 있는데, 환자와의 소통이 필수죠."

그 때문인지 단골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약국을 찾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나영지 약사는 지난 2007년부터 서울시 동부이촌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2~3명의 환자가 방문을 하지만, 복약상담은 1~2시간 이상 이뤄지는 파운지약국. 이제는 약사와 환자 사이가 아닌 동네친구를 만난다는 느낌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가 더 많다.

"건강한 사람이 약국을 찾는 일은 별로 없어요. 약을 찾는 사람들은 분명 무엇인가 준비가 필요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죠. 제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제가 더 힘을 받아요."

나 약사는 평생 약국을 운영하는게 목표다. 힘들지 않기 때문에 평생 약국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다. 즐기면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몸이 덜 힘들더라도 '많이 파세요'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면, 평생 약국을 하겠다는 말은 못할거예요. 환자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원동력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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