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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뚝딱뚝딱…'태안군 맥가이버' 강 약사

  • 정혜진
  • 2015-05-06 06:14:59
  • |이·약·궁|파스진열대·한약장 등 소규모 인테리어 직접 설계

[15]충남 태안 옵티마솔약국

충남 태안 옵티마푸른솔약국
어수선하지만 약사 동선에 맞춰 잘 짜여진 약국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환자 공간과 더불어 일반약 진열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제실 안으로 들어가니 또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그다지 넓지 않은 약국이지만 넉넉한 조제공간에 많은 수의 조제약이 구비된 충남 태안 옵티마솔약국. 좋지 않은 여건에서 약국을 시작했지만 점차 상황에 맞춰 스스로 약국을 고쳐가고 있는 강신택 약사(38, 삼육대)를 만났다.

약국 공간을 틈틈이 고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한편, 약국 수납공간과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들고 설계했다. 강 약사가 '맥가이버'가 된 데에는 젊은 약사들의 고충도 일조하고 있었다.

"이만큼 바꿔놓기도 힘들었어요"

기자가 머문 반나절 동안 약국에는 처방 환자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태안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상당하다.

"굴, 전복같은 해산물이 많이 나는 곳이다 보니 굴까기 등 수작업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다른 농어촌 지역보다 평균 소득도 높고 병의원 이용률이 높습니다. 손으로 작업하는 어르신들은 관절염 발병 빈도가 높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자주 찾으시거든요."

태안 내 한 정형외과는 하루 방문 환자만 3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솔약국은, 그런 정형외과는 아니어도 가까운 곳에 내과가 있어 처방전 유입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처음 약국을 열었을 때, 인테리어 업체는 처방 공간을 협소하게 만들었다. 전기 배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처음엔 약국체인 없이 혼자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봤어요. 그런데 건물주가 업체를 선정해주더군요. 강제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건물주 업체에 일을 맡겨야 할 것 같았어요. 처음 공사가 마무리됐을 때만 해도 처방 비율이 높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약국을 여니 조제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시쳇말로 손바닥만한 조제실에는 약을 비치하기도 힘들었다. 조제기를 들여놓자 조제실은 옆으로 비껴서야 간신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해졌다. 안되겠다 싶어 집기를 전부 옮겨 정면에 있던 환자 응대 공간을 한쪽으로 밀고 조제실을 넓혔다. 약 수납장도 새로 만들어 넣었다.

일반약 장도 새로 짜 넣었다. 응대 공간 뒤 짜투리 공간을 벽을 허물고 수납장을 짜 넣었다. 지금은 일반약 판매대 뒤에 바로 창고 역할을 하는 수납장이 있어 편리하다. 한창 유행인 'DIY'이라고 하기엔 소박하다. 하지만 강 약사가 소품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한 건 환자 패턴에 맞지 않았던 당초 솔약국 공간 상황에서 비롯됐다.

"원래 가구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는데, 약국에 필요한 게 눈에 띄니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적당한 걸 사서 쓸수도 있겠지만, 약국에 제일 알맞은 걸 아는 건 약사 본인이라는 생각에 치수를 재고 설계도면을 그리기 시작했죠."

강약사가 설계한 일반약 수납칸(왼쪽)과 제작한 파스 수납장(오른쪽)
"약국 다른 사람에게 팔면 울 것 같아, 당신"

이렇게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한 수납장이 어느 덧 약국 내 제법 눈에 띄게 자리한다.

파스 종류가 한눈에 들어오는 파스 진열대는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것까지 강 약사 손으로 했다. 약국 한쪽에 눈에 띄는 한약수납장은 강 약사가 설계해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사용해왔다.

강 약사는 '이름표를 넣을 수 있는 손잡이를 찾아 백방으로 알아본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의약외품과 일반약 설명을 담은 제품 가격표도 강 약사가 디자인해 출력한 결과물이다.

엑셀 파일을 이용해 만들면서 배경 색깔에도 의미를 담은 거라고 설명했다. 냉파스부터 온파스까지 색깔을 달리하고 가격과 특징을 간략하게 적어넣었다.

각종 밴드를 모아놓은 진열대에도 강 약사가 제작한 가격표가 눈길을 끌었다.

"소소하게 작은 수납장이나 진열장을 제가 설계해서 목공소에서 제작한 것들이예요. 인테리어를 한꺼번에 하기 보다는 제가 그때그때 조금씩 고치고 더하며 꾸려온 약국이예요. 아쉬운 점도 많지만 애착도 크지요."

오죽하면 부인이 '약국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면 당신 울겠다'고 까지 했을까. 지인들의 말처럼 강 약사가 약국에 쏟는 애정은 대단하다. 조제실 전문약 관리를 위해 쉬는 날에도 혼자 나와 약을 정리한다고 한다.

강 약사가 설계해 제작을 맡긴 한약장
직접 디자인, 제작해 비치한 제품 설명표
"처방전이 여기저기 많은 병의원에서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방약이 자주 바뀌는 통에 골치가 아파요. 이것만 해결돼도 약국 하는 데 힘들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문전약국 버금갈 만큼 많은 약을 가지고 있고, 사실 관리하기에도 벅찬 수준이죠. 그래도 처방이 들어오면 물리치지 않고 모두 조제한다는 방침이예요. 어르신들이 약국 여기저기 다니기 힘드시기도 하니까요."

"젊은 약사의 고민, 모두 나와 비슷할 것"

삼육대를 졸업한 강 약사는 서울에서 안산으로, 안산에서 다시 태안으로 옮겨와 정착한 경우다. 좀체 도시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여느 젊은 약사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 여기에는 인생을 좀 더 여유있게 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약사로서 직업에도 충실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민 끝에 태안에 정착했습니다. 서울과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고 무엇보다 시외버스 터미널과 멀지 않아 머지 않은 미래에 동네가 더 많이 발전할 거란 생각이었어요. 동네도 조용하고 살기 좋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전원생활만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약사 직능을 순수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도시보다 지방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과거에 씁쓸했던 계기가 있었다.

강신택 약사
"안산에서 약국을 할 때, 하루 50만원이 채 되지 않던 매약 매출을 몇 달간 정말 열심히 복약지도하고 상담한 끝에 70만원 대까지 올렸어요. 정말 뿌듯했어요. 단골도 생기고. 그런데 목 좋은 곳에 약국이 들어서고 그곳은 상담도 없이 하루 80~100만원 매약 수입을 그냥 올리는 거예요. 약사 개인이 아등바등하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입지가 약국 존재 의미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경쟁은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그는 지금 젊은 약사들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자신이 약국을 열심히 가꾸지만 전문가가 해내는 '한 방 인테리어'를 당하지 못하듯, 자본과 높은 임대료로 밀고 들어오는 약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강 약사는 지방 행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약사들이 도시를 벗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은 제 약국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예요. 상황이 좋지만은 않지만 지금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야지요. 당장은 약국에서 더 좋아질 여지가 없는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당장 여름 오기 전에 얼음정수기도 놓고 싶고, 어수선한 약 배송박스도 정리하고 싶고요. 고민 대신 하나씩 풀어가는데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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