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보 흑자재정 에누리 없다"…수가인상 예년수준?
- 최은택·김정주
- 2015-05-18 06: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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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하게 얽힌 배분정책…또다시 주목받는 부대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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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수가협상과 13조 재정흑자의 알고리즘
오늘(18일)부터 보름간 내년도 수가인상률을 놓고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 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의약서비스 공급자단체는 올해 연말 건강보험 재정 누적수지가 1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장 내년도 수가협상에서는 12조8000억원인 작년도 재정흑자분을 놓고 첨예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 수가협상 구조상 이 싸움의 승자는 정부이거나 보험자가 될 공산이 크다.
데일리팜은 수가협상 당사자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만나 지난주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올해 수가협상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듣기위해서 였다. 한국노총 김선희 국장(가입자), 공급자협의회 간사단체 대한약사회 이영민 부회장(공급자), 건강보험공단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보험자) 등이 그들이었다.
13조원에 육박하는 건보재정 흑자분이 예상대로 당사자 모두가 생각하는 올해 수가협상의 최대 관전포인트였다. 하지만 해석은 너무나 달랐다.
거꾸로 가장 높았던 연도는 2013년과 2014년였다. 인상률은 2.36%로 같았다. 의약단체들은 그동안 물가인상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률을 감내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재정이 남아도는 지금 만회해 달라는 주장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건강보험 재정은 10조원 이상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전체 평균인상률은 2.22%에 그쳤다. 그러고 보면 재정이 흑자라고해서 반드시 그만큼 수가를 더 올려주는 건 아니었던 셈이다.
의약단체들의 불만은 여기서 시작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났을 때는 수가를 인하했고, 재정이 안정화될 때까지 동결이나 저상장을 감내했다.
2010년도 수가협상을 보자. 누적수지 9000억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당기수지는 1조2000억원 적자였다. 당시 약국은 의약품관리료 구간을 조정해 내용상 1200억원, 약국수가로 치면 4%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수가인하를 받아들였다. 의료계 또한 영상수가 인하라는 회오리를 맞았다.
의약단체 한 관계자는 "올해 말에는 담배부담금 증가와 보험료 정산 등으로 15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최대 흑자는 가입자의 의료이용 추세 변화, 보험료 수입 등 여러요인이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저수가를 감내해온 공급자의 희생과 기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영민 부회장도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올해는 공급자가 기여한만큼 수가를 보상해주도록 보험자나 가입자가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평균 3% 돌파를 원하는 눈치였다.

이상인 상임이사는 "객관적인 자료만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면 이를 토대로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 의약계가 주장하는데로 수가가 너무 낮다면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희 국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특히 "공급자단체는 희생과 기여를 이야기하는데 실제 그런 지는 알 수 없다"면서 "가입자들의 의료이용 감소나 약가 일괄인하 등이 흑자재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솔직히 공급자들이 기여도를 이야기할만큼 능동적으로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의약단체는 기여도를 운운하는 데 눈 씻고 찾아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상인 상임이사나 김선희 국장의 논리를 살펴보면 내년도 수가인상률도 평균 2%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단체에게 13조원이든, 15조원이든 흑자재정은 '남의 집 곳간'인 셈이다.
◆배분정책의 알고리즘=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와 비급여 개선에 여념이 없다. 흑자재정을 오롯이 다 투여해도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이미 쓸 데가 정해진 곳간인만큼 의약단체가 내심 '돈잔치'를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내년엔 총선도 있다. 가입자단체들은 흑자재정분을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도 4대 중증질환에 국한하지 말고 다른 질환에도 형평성 있게 가져갈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부가 손쉽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거나 낮은 수준으로 묶는 것이다. 가입자 측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가입자단체에는 경영자총연합회 등 사용자단체도 있고, 요식업단체도 포함돼 있다. 이들 단체 입장에서 회원들의 준조세 부담이 낮춰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결국 재정흑자의 배분정책은 건강보험료 인상을 낮추거나 불안한 미래를 위해 '쟁여두는' 쪽(적립)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의약단체도 사실 이런 알고리즘을 잘 알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수가협상에서 어차피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의제까지도 포함한 의미"라면서 "그러나 결과가 향하는 방향은 상당부분 정해져 있다는 걸 우리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예년 수준인 이유?=가장 중요한 건 현 수가협상 구조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재정운영소위원회는 내년도 수가인상에 따른 평균 추가소요재정, 이른바 '밴딩' 폭을 결정한다.
유형별 수가협상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협상결과는 이 구간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이 '밴딩폭'은 재정흑자와 상관없이 최근연도 급여비 지출현황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한마디로 전체 평균 수가인상률은 의약단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입자와 보험자(정부개입)에 의해 결정되고, 그 다음이 공급자단체의 역할이 된다.
재정흑자 국면에서도 의약단체들은 이 주어진 파이를 나누는 데 서로 골몰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조차 건보공단이 의뢰한 연구용역 중간결과에 따른 유형별 순위가 상당부분 반영된다. 급여비 지출현황이 수가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선희 국장은 "실질적인 수가협상은 이제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새롭게 개입할만한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년 수준에서 의약단체들간 인상률 '줄세우기'가 올해도 재현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급자단체 한 관계자도 "현 유형별 협상 구조에서는 매년 이런 행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김 국장의 진단에 공감했다.
◆부대합의의 유혹=지난해 수가협상에서는 부대합의 불용론이 거세게 제기되면서 협상에서 활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마지막까지도 이 카드를 쓰고 싶어했다.
현 수가협상 구조나 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3자 모두 공감한다. 보험자는 유형별 협상 전환을 통해 의약계의 발목에 족쇄를 채웠던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제도 개선에 문을 열 수단으로 부대합의를 활용하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김선희 국장도 "가입자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는 수가"라고 했다. 부대합의를 통해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 인상률을 수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제도개선을 전제로 한 부대합의는 보험자가 가입자를 견인시킬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고, 공급자단체에도 명분을 줄 수 있는 유인책이다.
이상인 보험이사는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도 부대합의는 얼마든지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영민 부회장은 "이미 히든카드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유형별 '주판알 튕기기'로 넘어가면 장담할 수 없다는 여운도 남겼다.
파이가 타의에 의해 정해지고, 서로 더 많은 조각을 가져가는 싸움이 계속되는 구조에서 인상률에 천착할 수 밖에 없는 의약단체 입장에서 부대합의는 유혹의 '선악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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