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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3조 희망고문, 목표관리제 '주판알' 튕기는 의약

  • 김정주
  • 2015-05-28 06:14:56
  • 건보재정 흑자에 건정심행 'No'…공단, 부대조건 고삐

[이슈분석]=2016년도 보험자-공급자 2차 수가협상

사상 최대 건강보험 재정 흑자 상태에서 0%대에 가까운 물가 인상률, 건보료 인상의 비관적 전망 등은 다양한 측면에서 보험자 협상단에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 27일 추가소요재정분( 밴딩)이 가닥잡히자, 건보공단은 곳간의 열쇠를 틀어쥐고 유형별 수가협상단 측에 강력한 부대합의조건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밀었다.

통상 유력한 부대조건은 협상 말미 막전막후 상황에서 제시됐던 관례상, 이번 공단의 협상 행보에서 공급자 기대를 원천차단하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공단 '희망고문'에 공급자 좌불안석

일단 12조8000억원의 흑자 재정은 그간 저수가를 외치던 공급자들의 수가보전 기대치를 충분히 높여놨다. 공급자 측은 2000년대 초반 재정파탄 사태부터 재정 악화 위기에 이르기까지 보험자가 위태로울 때 함께 고통 분담했던 과거를 고려해 넉넉한 인상률을 보전해 달라고 성토하고 있다.

'넉넉할 때 인심을 후하게 써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지만, 이 흑자가 과연 공급자만의 노력의 결과냐는 물음에는 가입자, 보험자, 공급자 간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에 공단을 설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자 측은 협상 결렬로 인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행을 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년 간 경험으로 건정심행은 절차만 복잡할 뿐, 협상 당시 건보공단이 제시했던 최후의 인상률로 결정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치과협회 마경화 부회장.
지난해 건정심 행을 택했던 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모두 건정심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각 유형이 피력할 만한 사안을 건정심 테이블에 올려놓는 다는 점에서 일면 전략적일 수 있지만, 그 외에 단순 수가인상률 결정으로 가는 것은 아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치협 마경화 부회장(협상단장)은 "작년 협상에서 0.1% 더 요구했다가 건정심에 넘겨졌지만 세 차례나 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지리하게 기다린 후, 결국 공단이 제시했던 마지막 수치로 결정났다"며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던 수치를 제 3자들에 의해 강요받는 것 자체가 페널티"라고 강변했다.

사상 최대의 재정 흑자는 공급자 협상단들을 건보공단 협상 테이블에 앉혀둘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공단으로선 결렬로 인한 타격(협상력 부재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실익 없이 추가재정분만 남발할 위험도 생기게 된다.

반대로 각 유형별 공급자 협상단 입장에서는 높은 인상률과 강한 부대조건 사이, 기로에 놓일 수 있다. 가시 꽃에 앉을 수도 떠날 수도 없는 벌이 된 셈이니, 순탄하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부대조건 '드라이브'…각 단체, 거품 뺀 제로섬 예고

보험자는 흑자 '지분'을 요구하는 공급자에 맞서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했다. 협상 초반 공단은 낮은 물가와 수가 연동 필요성을 언급해 각 협상단과 기싸움을 벌였다. 밴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밴딩 확정 후 공단의 전략과 공세는 명확해졌다.

지난해 공단이 협상 막판까지 끌고 갔던 부대조건, 즉 목표관리제가 그것이다. 목표관리제는 가입자의 총액계약제 도입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키는 동시에 만일에 있을 재정적 위험을 보험자-공급자 간 분담하는 형식의 안전망으로, 공단이 만든 부대조건 중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대체조제 활성화와 같은 정책과 연계된 부대조건은 직능 갈등으로 비화되거나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존재하는 데 반해, 목표관리제는 각 유형 특성에 맞게 수위를 조절하고, 그 방법도 다양해 실용적이다.

지난해 공단이 협상 테이블에서 목표관리제 카드를 꺼냈을 때만 해도 각 유형 협상단들이 맞딱뜨린 충격파는 상당했다. '이름만 바꾼 총액계약제'라는 인식 때문에 회원들의 원성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충격파가 수그러들고 합의에 의해 세부 방법론이 설계된다는 인식개선, 수가인상률에 더해 '매력적인 +α'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각 협상단들의 불만을 상쇄시키는 모습이다.

또 한 측면에서는 목표관리제 수용 논의 과정에서 공단으로부터 제시받을 인상 가능 수준을 되도록 빨리 전달받아 협상에 역이용 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실제로 각 협상단 측은 2차 협상에서 목표관리제 카드를 받은 뒤 "부대조건을 받지 않고 충분한 수가인상을 보전받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목표관리의 상한선과 기준이 무엇이 되냐에 따라 수용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며 여지를 뒀다.

수가협상장.
이에 맞선 공단의 행보도 만만찮다. 공단은 지난해 전 유형 연동 협상으로 목표관리제를 부대조건으로 내놨다가, 결국 의협의 선공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이를 전례 삼아 이번 협상에서는 각개 부대조건으로 진행 중이다.

어느 한 유형이 부대조건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유형과의 협상에 아무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장치를 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목표관리제 수용에 따른 막판 '제로섬 게임'은 더욱 맹렬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소위가 목표관리제 수용을 감안해 충분한 여분의 재정을 남겨놨다 하더라도 전체 규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대조건을 수용한 유형이 막후 협상에 지렛대가 되면서 타 유형 협상에 파급을 미쳐, 남은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가려는 각 협상단의 정보경쟁과 눈치싸움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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