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항암제? 풀진 못했지만 격하게 공감 가는 말들
- 최은택
- 2015-06-05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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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불 가치 충분한가" vs "환자 치료 접근성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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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선별목록제도 도입이후 우리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고가약제 급여 논란이다. 가령 일반신약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통과율은 73% 수준인데, 항암제는 56%로 이보다 훨씬 낮다. 경제성평가 '허들'을 넘지 못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선별목록제도의 부작용이나 한계점으로 지목될 수 밖에 없었다. 위험분담제도나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제도, ICER값 탄력 적용 등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잇따라 도입된 '땜질공사'인 셈이다.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새 제도들은 사방에서 도전받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 상당수는 급여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제약업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볼멘소리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회장 김진현) 전기학술대회 두번째 심포지엄으로 4일 열린 '고가 항암제 급여정책을 둘러싼 쟁점검토'는 이런 논란의 '도가니'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양봉민 서울대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고, 패널토론자로는 이화여대 배승진 교수, 고대의대 신상원 교수,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 한국얀센 임경화 이사, 복지부 이선영 과장 등이 초청됐다.

무슨 내용일까? 먼저 항암제는 고가의 치료비용이 든다. 지난 1997~2004년 사이 일반약제는 비용증가율이 47% 수준이었는데, 항암제는 같은 기간 267% 급증했다.
반면 건강편익은 미미하거나 불확실하다. 이는 '높은 비용'과 '높은 ICER'로 표현된다. 더구나 취약한 임상자료로 경제성평가가 어렵고 최종지표로 결과를 관찰하기도 쉽지 않다. 종종 'Crossover Design'(교차설계)이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급여율이 낮고, 그만큼 환자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고가 항암제의 급여 적정 평가율 56%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정책으로 이런 고가 항암제들이 '특별대우'를 받는 게 타당한 것인가?
배승진 교수는 "자원은 한정돼 있고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고가항암제에 대한 이런 특별대우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지 의문"이라면서 "(환자 접근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험분담제도는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가 필요한 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위험분담이 아니라 가격을 낮추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왜 약값이 비싼 데 대해 우리는 문제 제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로비시도 논란이 불거졌던 폐암치료제 잴코리캡슐 이야기도 꺼냈다. ICER값을 다른 약제보다 두 배나 높은 5000만원 수준으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 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정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해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가약만 선별해서 급여화하는 제도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효과가 좋은 약제, 비급여인 필수약제를 적절한 가격에 급여화하는 게 맞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위험분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급여목록에 먼저 등재시키고 효과는 나중에 확인하자는 건 환자를 '마루타' 쯤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성평가를 면제하는 희귀질환치료제 특례제도에 대해서는 자칫 효과도 확실치 않은 약제가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다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고가항암제 급여 등재가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치료 기회를 확대한다고 하는 데 실상은 고통받는 환자가 더 늘어나는 아이러니로 이어진다고 했다. 고가항암제조차 실제 임상에서는 10명 중 1명 꼴로 효과를 본다는 주장이다. 이조차 짧으면 수 주, 길어야 수 개월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효과가 없는 9명의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치료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도 환기시켰다. 그는 "우리사회는 환자와 의사 모두 항암제를 안쓰면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다른 초이스(치료법)가 없어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항암제를 쓰고 싶어하고, 의사는 항암제를 투약해야 병원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항암제를 권하는 시스템을 넘어 안쓰면 안되게 압박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항암제 투약을 결정하는데는 5분이면 된다. 손쉽다. 반면 쓰지 않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10시간이 걸린다"며 "의사와 환자가 오랜기간 심사숙고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항암제에 대한 요구자체를 최소화해야 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감하거나 복지부가 급여기준을 제한해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안기종 대표는 "배승진 교수의 주장 중 효과가 미미하다는 표현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잴코리 사례를 들었다. 이 항암제를 써온 60여 명의 환자들을 모니터했는데 드라마틱하게 질환이 개선된 환자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가령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이 약제를 투약받고 3일만에 퇴원해 아이들과 근교에 소풍을 간 환자도 있다고 했다.
그는 "환자단체가 그동안 급여 신속 등재를 요구해온 항암제는 잴코리처럼 생명연장 효과가 확신한 약들이었다"고 말했다. 덮어놓고 모든 항암제 신속 등재를 요구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는 효과가 좋은 항암제조차도 포지티브시스템으로 전환된 이후 급여등재 절차가 너무 길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백혈병치료제 타시그나는 허가부터 등재까지 3년 10개월, 잴코리는 3년 4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잴코리 등재기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동안 어쩌면 살 수도 있었던 환자 수백명이 명운을 달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돈 있는 사람은 살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죽어야 하는가."
요구안도 내놨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가받은 항암제는 식약처 허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심평원이 급여평가를 동시에 실시해 먼저 급여 등재시킨 뒤, 약가협상은 나중에 하자고 했다. 등재가격은 경제성평가 특례를 적용받는 희귀질환치료제처럼 A7국가 최저가로 정하고, 사후 환급하는 방식으로 계약하거나 A7국가에 더 낮은 가격으로 등재되면 연동해 약가를 떨어뜨리는 제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험분담제도가 급여 등재가 안되는 고가항암제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항암제는 등재이후에도 급여기준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데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한 약제는 이게 허용되지 않는다. 제약사가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항암제 급여등재 장애물로 대체약제 문제도 거론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대체가능한 약제 범위를 심평원에 물어봤더니 오래된 약물인 인터페론이 포함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페론이 글리벡의 대체약제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이런 약을 대신 쓰라는 것은 환자입장에서는 인권침해"라면서 "대체약제 범위가 과연 의약기술의 발전을 반영하고 있는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경화 이사는 비교약제 문제부터 꺼냈다. 최근 개발되는 항암제들은 표적치료제가 주류다. 그런데 오랜된 1~2군의 저가 항암제와 비교된다. 세포독성이 강한 항암제와 신예 표적항암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임경화 이사는 "기등재약도 OECD와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런 약제와 비교하니까 신약 가격도 낮아진다"며, 항암제 급여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ICER값이 탄력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는 "항암제는 2상 임상자료를 토대로 허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질병이 위중하다는 얘기다. 항암제만 특별 대우해주는 게 아니라 이런 질환 특성이 감안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험분담제도 등 급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에는 감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활용도가 낮다고 했다.
그는 "위험분담제도는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적인데다가 경제성평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또 급여 확대가 불가하고 굉장히 높은 담보비율에 이자비용 부담도 크다. VAT도 이중부담한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제약사들이 선택을 기피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본래취지는 퇴색될 것"이라고 했다.
희귀질환치료제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도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제 활용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 들어온 약제만 놓고보면 특례 적용을 받을 만한 약제는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나치게 제한을 둬서 실효성을 못거두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해외 선진국들이 항암제 급여적용을 위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는 동향도 소개했다. 특히 다기준의사결정(MCDA)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했다. 호주의 경우 질병의 위중도를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환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회와 정부, 의사, 학계, 환자단체, 제약계가 활발히 토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ICER값이 중요하게 판단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ICER만으로 급여를 결정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급여 적정평가에 MCDA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약제에도 선별급여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임경화 이사는 결론적으로 "학계, 산업계, 환자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런 정책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먼저 이선영 과장에게 항암제에 ICER를 탄력 적용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시민참여방식으로 고가 항암제 급여등재나 확대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는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임경화 이사에게는 약간의 추가적 이익(베너핏)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생명연장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는 기준은 몇 개월 정도로 생각하는 지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선영 과장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의결을 합의로 봤다고 설명했다. 임경화 이사는 "가치를 인정하는 기간을 정하는 것은 어렵거나 무의미하다. 암 종류, 예휴,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를 것"이라고 했다.
안기종 대표는 양봉민 교수에게 대체약제가 없는 약제에 한해 '선 등재 후 가격협상'하는 시스템 도입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양봉민 교수는 "임상적 유용성이 확립됐다고해도 실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효과가 있느냐를 따져보면 사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경우에도) 환자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분담제도도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사안인데, 배승진 교수 지적처럼 이 제도는 영국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임상적 유용성 입증을 누가 할 것이냐, 효과 검증은 누가 할 것이냐,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쟁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위험분담제는 해외에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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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4 18: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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