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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아성 삼성서울병원 문전약국가 최대 위기

  • 김지은·정혜진
  • 2015-06-16 06:14:59
  • 외래 처방 90% 이상 감소...긴급반회 소집 자구책 마련

한산한 문전약국가
"병원엔 기자들만, 약국엔 영업사원만 기웃거리네요." 한산하다 못해 음산하다. 넓은 병원 부지엔 간혹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과 방송사 기자, 관계 차량만이 오고갔다. 영락없이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한장면 같았다.

청구액 전국 1등을 자랑하는 약국도 메르스 앞에선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외래진료를 전면 폐쇄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환자의 보호자만 출입이 가능했다. 본관 입구에는 신분확인을 위한 안전요인들과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인근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환자들로 가장 붐빈다는 월요일. 삼성서울병원 인근 문전약국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였다. 대다수 텅 비었고, 일부 약국만 한두명 환자가 대기중이다.

한 문전약국에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들러 약사와 한참 면담을 하다 갔다. 평소라면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영업사원도 오자마자 바로 약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들도 사실상 가장 큰 거래처인 삼성서울병원 인근 약국들의 동향이 꽤나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출입자를 제한하는 병원 입구
"외래처방 5%대로 줄어…당장 다음달 부터가 걱정"

◆병원 정문 문전약국=이번 병원 외래 폐쇄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삼성서울병원 정문에 위치한 대형 문전약국 7곳 정도다.

약사들에 따르면 지난 주를 기점으로 외래 처방 건수는 기존의 5%대로 줄었다. 초진 환자는 전무하고 기존 예약 환자나 장기처방 환자들이 찾고 있지만 이 역시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발행되는 외래 처방전은 사실상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텅 빈 삼성서울병원 정문 전경
약사들은 이번달은 근근히 버틴다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달 청구액이 다음달에 나오기 때문. 조제건수가 80~9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당장 다음달부터 약국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S약국 약국장은 "이번달은 그렇다쳐도 당장 다음달부터가 문제"라며 "다음달 청구액이 나오면 사실상 인건비, 의약품 결제 대금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쪽 약국들은 대부분 성실신고 지역으로 종합소비세도 6월에 납부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P약국 약국장도 "이쪽 약국들은 임대료, 인건비가 워낙 높은데 다음달부터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며 "그 중 대금결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워낙 액수가 크다보니 카드대금으로 막는 것도 한계가 있을텐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곳 약국들은 지난 주를 기점으로 처방전 없이 약 조제가 힘드냐는 환자들의 전화 문의만 폭주하고 있다. 약사들은 사실상 전화 응대에만 대다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전약국 어디에도 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S약국 약사는 약사는 "병원엔 오지 않고 전화 연락도 안되다 보니 약국으로만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전화 응대하며 일일이 설명하고 안내하는 데 진이 다 빠진다.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에서 약을 받게 해달라는 환자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직원 감축 고민…장기화되면 약국 넘어 도매 연쇄부도 가능성도"

당장은 버틴다해도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될 시 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워낙 의약품 거래 금액이 큰 약국들이 위치해 있다보니 메르스 사태와 병원 외래 폐쇄가 장기화되면 약국 파산은 물론 도매, 제약의 연쇄 부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환자가 없어 한가한 약사들
이날 일부 도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이 같은 우려 때문인지 병원 인근 약국들을 돌며 약국의 상황과 더불어 정부 지원 방향 등을 탐문하고 다니는 눈치였다.

상황이 이렇자 ·15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인근 약국들은 강남구약사회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반회를 열고 병원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약사들은 우선 병원이 안내 전화를 통해 환자들과의 연락체계를 갖춰 긴급하게 진료와 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응대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병원과 인근 약국 간 만남 자리를 마련해 협력, 대처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환자 편의와 안전이 우선이란 생각에서다.

더불어 당장 대금결제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환자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처방전 리필제 단기 적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K약국 약국장은 "약국장들은 무엇보다 매달 나가는 의약품 결제 대금을 어떻게 감당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카드 한도 내에서 처리하는 건 한도가 있으니 어음 발행이나 정부가 저리로 대출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해 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당장 종합소득세가 거액인데 납부 기간을 늦춰달란 것도 이야기가 나왔다"며 "또 하도 환자 요청이 많으니 처방전리필제를 단기간 도입하거나 삼성서울병원 지정약국을 5곳 정도 선정해 처방전을 대신 발행해 주는 조치 등도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인근 약국도 타격…"로컬의원 처방도 절반 이상 줄어"

◆병원 주변 약국가=병원 후문 쪽 삼성서울병원 키오스크에 등록된 약국들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정문 문전약국과 달리 후문쪽에 가까운 인근 지역은 주택가와 아프트 단지를 끼고 있다. 문전약국 특성보다 로컬약국 특성이 강하다.

동네 의원에서 처방을 받은 환자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이곳도 메르스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약국마다 '손소독제, 마스크 비치'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고 약사와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병원 후문에 위치한 E약국 약사는 "처방이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으로, 예전보다 70~80% 줄었다"며 "진짜 급한 환자만 직접 오거나 환자 가족이 대신 처방전을 받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인근 지역을 둘러싸고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약국도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이쪽 지역 유동인구가 줄면서 약국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로컬의원도 처방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오후 6시반 경, 일찍 문을 닫은 약국
한 환자는 약국에 들어서며 "병원에 가니 환자는 없고 기자들만 득실거리고 기웃기웃하더라"라며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이 환자는 약사와의 면담을 기다리는 기자에게 '누구냐'고 묻고 '기자다'라는 답에 씁쓸하게 웃기도 했다.

근처의 O약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병원과 다소 거리가 있어 기존에도 삼성병원 처방전 유입이 다수는 아니었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 처방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메르스 공포가 본격화된 지난주를 기점으로 위층 내과, 이비인후과 의원 처방도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약사는 "월요일이 되면 오전은 물론 오후까지 환자가 가득차야 하는데, 오늘 하루종일 의원이 한산하다"며 "그나마 전보다 비타민, 마스크, 손소독제 매출이 크게 늘어 조제 매출 줄어든 것을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달까지는 매약 매출로 근근히 버틸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한두달 후부턴 당장 경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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