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 환자와 14일 간 사투 "살아 있음에 감사"
- 이혜경
- 2015-06-25 12:14:4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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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현장에서 어느 중환자실 간호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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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을지대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홍민정 수간호사(40)는 지난 9일 일기를 썼다. 병원에서 90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나와 중환자실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날이다.
코호트 격리가 해제 되기까지 14일 동안을 일기로 기록한 홍 간호사. 을지대병원은 을지대병원은 24일 홍 간호사의 일기를 공개했다.
다음은 을지대병원이 제공한 홍 간호사의 일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지난 밤, 우리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왔다. 90번 이란다.
중환자실에서 마른 몸에 힘든 나날을 보내던 환자들이 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며칠 째 의식 없이 긴 호스줄에 의지해 온 김영순(가명) 할머니는 자신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격리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소리가 더 거칠어졌다.
확진환자, 그리고 격리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중환자실 앞이 소란스럽다. 항의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과 기자들은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결국 우리도 중환자실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태로 격리됐다.
90번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는 총 312명. 메르스에 노출된 인원이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나니, 중환자실에 남은 인원은 몇 없었다. 병가로 쉬고 있는 선생님들이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급히 근무자수를 맞췄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 준비해둔 노란 방호복을 꺼내왔고, N95 마스크를 착용했다. 틈새 없는 방호복으로 온몸은 축축하게 젖었고, 마스크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30분 만에 탈진했다. 하루 종일 땀에 젖어 붙어 있던 속옷은 몸을 감싼 모양 그대로 발갛게 부어올랐다. 쓰라린다.
하루가 지났다. 겨우 시간을 내 중환자실을 나왔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바깥공기가 살에 닿으니, 집에 두고 온 두 아이가 생각났다. 펑펑 울었다. 14일 간 집에 남편과 남을 두 아이를 걱정하며 흐르던 눈물은 비상상황을 알리는 벨소리에 멈췄다.
둘째 날. 확진환자가 사망했다.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엎친데 덮쳤을까. 기존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도 사망했다. 환자 보호자 모두 마지막 인사도, 장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울컥했다. 울먹이며 보호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선생님, 우리가 아니어도 선생님들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엄마 마지막 가는 길 까지 잘 부탁드려요." 울먹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보호자가 오히려 나를 다독였다. 죄송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전할 수 없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다. 시간은 흐르고, 우린 다시 메르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식욕부진과 탈진으로 쓰러지는 간호사가 5~6명씩 나왔다. 쓰러진 인원은 또 다른 인원으로 채워지고, 서로 바삐 손발을 움직였다.
하루는 소란을 일으키던 환자의 손에 맞아 고글이 움직인 간호사가 눈을 크게 다쳤다. 평소 말수도 적었던 환자였는데,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바깥공기도 쐬지 못하니 예민해졌다. 간호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개를 숙이고 서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속상하고 서글펐다.

울음을 멈추고 '죽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뚝심으로 속을 단단히 채웠다. 고글 속 눈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쪽잠을 자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지만,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이제는 울지 않는다.
첫 날엔 격리만 끝나면, 간호사라는 직업까지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이상의 아픔이 없길 바라며 몸이 움직였다. 무거운 방호복과 마스크로 숨이 가쁘고, 머리가 아프면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고르게 쉬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쉬는 시간에 창밖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확인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드디어 하룻 밤. 하루만 더 있으면, 14일간의 격리가 해제된다. 잔뜩 메인 목을 애써 삼키며 아이들과 통화를 했다. "한 밤만 자면 돼, 엄마 기다려 줄 수 있지?."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 속에서 마지막이 보이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금세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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