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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CEO 방한, 반갑지만 호들갑 떨일도 아냐

  • 어윤호
  • 2016-04-05 06:15:00
  • 릴리, 베링거 등 본사 경영진 방문에 관심..."좀 나아진 상황"

소문이 난 것도, 잔치가 열린 것도 맞다. 먹을 게 많을지 모를 뿐이다.

올해들어 회장, 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이름만 들어도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고 새해가 시작된지 4개월이 채 안됐다. CEO 방한이 예정된 다국적제약사도 10곳이 넘는다.

처음은 아니지만 상황이 다르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쾌거가 있었고 국내 대기업 삼성의 바이오시밀러가 상용화된 이후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주가는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1. 그래서, 이제 외자사는 한국에 관심 폭발?

관심은 폭발적이다. 빅파마 고위직의 방한 소식은 지금 또다른 빅딜의 가능성으로 점쳐진다.

단순 내부 행사 참석을 위한 방문에도 현미경을 들이댄다. 정부의 '파마 2020'에서 말한 '세계 7대 제약강국'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내려지고 있으며 주식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반영한다.

무의미하진 않다. 분명히 한국 제약산업의 기류는 바뀌었다. 릴리 회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호기심에 찾아갔다 하더라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얼마전 공시를 통해 보여진 상장 제약사들의 R&D 투자 규모 역시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장미빛은 아니다. 얼마전 내한 소식이 화제가됐던 한 빅파마 R&D 파트 관계자는 "나아졌다는 인식은 있지만 한국 제약업계가 일취월장했다는 판단이 아니다. 이전에 외자사 고위직의 내한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의사결정권자 방문은 어떻게해서든, 어디에서든 새로운 물질을 찾으려는 빅파마의 의지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외자사는 한국을 봤다. 확인 결과, 2010년 한국을 방문한 외자사 CEO, 부회장 급 인사는 상위 10개사 내에서만 7명이었다.

당시 노바티스,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회사들이 신약 발굴을 위해 국내에 R&D 인력을 배치했으며 본사 차원에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빠른 회사는 2006년부터 이미 이같은 작업을 시작했다.

2. 그런데, 맛있는 집은 얼마나 되는데?

한미의 기술이 좋았다. 애초에 잭팟이 쉬웠으면 그리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자사들은 철저한 계산하에 'HM'시리즈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들였다.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는 인슐린과 GLP-1유사체의 장기지속형제제 후보물질을 칭한다. 사노피의 경쟁사 노보노디스크가 해당 파이프라인을 지녔다.

릴리가 가져간 'HM71224'는 BTK(Bruton-tyrosine-kinase)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백혈병과 림프종 2차치료제로 미 FDA와 유럽 EMA의 허가를 획득한 '임브루비카(이브루티닙)'와 같은 기전인데, 수많은 적응증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여기서 한미는 아직 상용화 전적이 없는 류마티스관절염을 타깃으로 1상을 마무리했다.

팔릴 물건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고민의 흔적도 역력하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몇번이나 이같이 얘기했다.

"퀀텀프로젝트와 같은 개념으로 C형간염에 쓰이는 인터페론의 장기지속형제제를 개발중이었지만 '소발디(소포스부비르)'를 비롯한 경구용 C형간염치료제들의 등장이 이어짐에 따라, 임상 2상 단계서 개발을 접었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안 될 프로젝트를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선구안은 제약업계에서 절대적이다. 외자사는 경쟁사의 도입을 막기 위해 '드롭(Drop)'을 목적으로 물질을 사기도 한다.

가령 최근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 소식을 알리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관련 기술을 보자.

물론 가치는 있다. 다만 ADC는 기술보다 독성이 중요하다. 항원-항체 복합에 의한 내제화 과정은 일반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의 수도 제한돼 있어 강력한 약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ADC에 사용되는 약물은 일반 항암제보다 100배, 많게는 100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

이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나의 ADC가 상용화된다. 실제 지금까지 ADC 개발에 실패한 제약사만 20곳이 넘는다. 수많은 외자사들이 현재 ADC 후보물질을 드롭하고 있다. 지금 빅파마들의 시선은 항체-항체 접합 약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웅제약과 SK케미칼이 자체적인 제제 개발을 통해 미국에 들고간 항생제와 치매치료제 제네릭이 현실적이고 고무적일 수 있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국내사가 3곳이고 R&D 잘하는 회사가 번 돈의 20%를 R&D에 넣는다. 노바티스가 지난해 59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중 30% 가량을 R&D에 쏟았다.

자체적인 거품제거가 필요하다. 업계에 쏠린 이목을 악용, 주가 튕기기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정부도 언론도 옥석을 가려주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차렸다면 빅파마가 알아서 찾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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