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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 10년, 비용-접근성 대척점 확인된 국회토론

  • 최은택
  • 2017-01-24 06:14:54
  • 키워드는 ICER·사용량 통제·가격평가 일원화

"지난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가 ICER를 논의과정 없이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중증질환 보장강화 정책의 부작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권 의원이 주최했는데, ICER 탄력적용이나 경제성평가 면제 등 여러 특례제도가 선별목록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약가제도 개혁방안'은 근거에 입각해 임상적으로 유용하고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을 선별한다는 초심으로 제도를 되돌려야 한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두 가지 상반된 주장으로 편이 갈렸고, 정부는 그 중간에서 '막대기 구부리기'를 하는 모양새였는데, 이는 국회 의원회관 작은 간담회실 내 풍경이었지만 국내 약가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 진영의 축소판이었다.

권혜영 교수(목원대 의생명과학부)는 이날 '의약품 가격규제정책의 현황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모색'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신약관련 쟁점사항으로 ICER 탄력적용,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 특례제도, 약가협상 면제 등을 거론했다. 그동안 선별목록제도를 시행하면서 신속등재와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도입된 규제완화들이었다.

권 교수는 ICER 탄력적용의 무원칙, 위험분담제의 투명성 저하와 운영상 비효율, 대체약제 및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 정의의 모호성, 질병정보 노출 우려, 경평특례 A7 조정최저가가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성평가를 대체하는 기준으로 적정한지 여부, 약가협상의 원칙과 목표, 함의에 대해 재조명 등을 문제점과 의제로 끄집어냈다.

또 복제약과 관련해서는 현 제도가 재정절감 효과를 실현하고 있는 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고, 시장경쟁기전 도입 활성화 방안, 처방의 효율성과 처방의 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새로운 전략으로는 공급측면의 가격규제를 넘어 수요와 공급, 가격과 수량을 동시에 규제하는 효율적이면서 예측가능한 비용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맥락에서 약품비 고정예산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처방의 질 관리와 관련해서는 환자안전 과점에서 DUR 활용론을 강조했다.

권 교수의 문제인식은 시민사회단체나 비용효과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현 정부의 산업친화적인 정책은 자원배분에서 일편향으로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갈 수 있고,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대표적인 사례로 권 교수가 쟁점으로 거론한 ICER 탄력적용, 협상생략 등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미국 사례를 보면 신약 신속허가나 신속등재 이후 '블랙박스' 사례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약가제도에서 일련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재평가 또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림대의대 서국희 교수도 "ICER 부분을 비중있게 이야기 하고 싶다. 위중한 질병에 쓰거나 환자 수가 적고 대체가능약제가 없는 신약은 ICER가 높아도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비용효과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경평특례의 경우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데도 평가를 안하는 경우가 있는 데 굳이 이런 제도를 두는 건 포지티브를 허물겠다는 것이고, 중요한 '허들'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약을 도입할 때는 비용효과성을 따지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제약계 시각을 여과없어 드러냈다.

김 전무는 "경평에 치중하다보니까 2007년부터 경평자료를 낸 신약이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실제 등재된 신약은 10% 수준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상적인가. 경평은 ICER임계치로 결과가 나오는 데 아예 가격을 정해놓고 경평모델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 이렇게 할거면 경평은 왜 하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심사평가원에서 임계값 1300만원 수준에서 급여적정 평가된 뒤 건보공단과 협상에서 최종 합의가가 더 조정된 약제 상한금액으로 경평을 돌려봤더니 임계값이 500만원이 나왔다는 주장도 내놨다. 더욱이 신약이 제네릭이 포함된 낮은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와 비교돼 제대로 가치가 반영되지 않는 점 등 비교가격 수준의 문제점도 강조했다.

김 전무는 "RSA 등은 이런 상황에서 항암제나 희귀약제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비상구이자 출구다. 특례나 예외제도 자체가 아니라 인정범위가 너무 제한적인게 문제다. 환급제도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김 전무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RSA나 경평특례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상의 보루다. 현 상황에서는 남용되지 않도록 살피는 게 중요하지 과거로 되돌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 간 역할을 명확히 재정리해 가격 문제 때문에 급여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발제자와 패널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거나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소개했다.

고 과장은 "ICER 탄력적용을 받은 약제는 총 10개 내외다. 이 약들로 인해 약품비가 크게 늘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가장 획기적이면서 고가약으로 알려진 하보니나 소발디도 경평을 통해 '1GDP' 수준에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ICER 탄력적용은 대체약제가 없는 항암제 등에 예외적으로 적용된 수단으로 선별목록제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은 비약이라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RSA나 경평특례도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예측가능하면서 지속 가능한 약품비 관리제도를 위해 앞으로는 거시적 관리기전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그는 "발제자가 약품비 고정예산제를 제안했는데 공감한다.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적용 가능한 모델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복제약 가격정책을 놓고는 약간의 혼선으로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권(혜영) 교수는 아토르바스타틴 사례를 제시하면서 현 제네릭 가격정책은 오리지널 대체효과가 없다면서 시장경쟁 측면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고(형우) 과장은 "일괄인하 전에는 약품비 비중이 29%였는데 이후 26%로 떨어졌다. 약품비 절감 측면에서 일괄인하가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권 교수는 다시 "모두 다 53.55%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체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이런 방식으로 조금 더 이어졌다.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핵심만 보면, 권 교수는 2012년 일괄인하 과정에서 도입된 '동일성분동일약가제' 영향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이 같아지면서 시장대체 효과가 없어진 점을 이야기한 데 반해, 고 과장은 약가 일괄인하에 의한 약품비 절감효과에 주안점을 두고 논리를 전개하면서 쟁점이 엇나가서 생긴 일이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서울대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약가결정구조 일원화' 논란을 별도 화두로 던졌다. 김(성호) 전무와 안(기종) 대표의 패널토론에서 착안한 것이다.

안 대표는 "심사평가원은 급여적정 여부만 보고 가격은 건보공단에 넘겨야 한다"고 했고, 김 전무는 "제약사 요구가는 심사평가원에서 한 번, 건보공단에서 또 한번 두 번 깎인다. 불확실성이 생기는 이유인데, 항암제 등 일부 약제만이라고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이 비용효과성 부분을 합동 평가해 달라"고 제안했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김국희 약제등재1부장은 "심사평가원은 급여적정 여부만 보고 가격은 건보공단에서 결정하자는 얘기인데 경제성평가를 급여적용 평가에 활용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원론적인 설명을 내놨다.

한편 가격과 사용량 동시 규제, 약품비 고정예산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권(혜영) 교수의 제안에 김(성호) 전문와 안(기종) 대표는 공감했다. 김 전무는 "가격만으로는 비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사용량을 놔두고 가격만 통제하면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갈 수록 작아질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약품비 고정예산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의료영역에서도 총액개념을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젠더로 발굴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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