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신 '과정'으로 MR 평가는 '무한도전'
- 안경진
- 2017-02-20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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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K·사노피·노바티스 등 다국적사 '정성평가' 비중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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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위제약사들이 영업사원( MR)들의 실적평가에 반영해 왔던 거래처 처방내역(통계표)을 받지 않기로 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될 듯 하다. 내부적인 CP(자율준수프로그램) 강화 기조와 더불어 처방내역 제공이 불법 리베이트의 단서가 될까 우려하는 병원가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셈이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예외일 순 없다. 최근 1~2년 새 실적 위주로 이뤄졌던 MR 평가에 변화의 움직임이 하나둘 포착된다.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한다는 건데, 한마디로 영업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겠다는 얘기다. 매출 실적과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기존 방식이 실적경쟁을 과열시키고 리베이트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일찌감치 그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비쳐진다.
◆GSK·사노피·노바티스도 '질적평가' 동참= 이 같은 시도를 처음 강행했던 제약사는 GSK다. 2011년 영국 본사 차원에서 시도됐던 '환자 최우선 프로그램'을 2015년부터 전 지사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변화였다.
GSK는 담당하고 있는 품목의 처방건수가 얼마인지를 따져 인센티브를 지급했던 기존 방식 대신, 질환이나 약물 등에 대한 영업사원의 지식수준과 전달능력 등이 새로운 평가항목으로 포함된다고 밝혔다. 각각의 요소에 일정 비율을 적용한 뒤, 팀장평가를 더해 최종 점수가 산출되는 방식이었다.
당시 회사 측은 "본사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해 본 결과 영업 효율은 물론 의료진들의 만족도도 향상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정작 업계 반응이 석연치 않았다.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더라도 평가가 객관성을 잃게 될 경우,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영업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사노피 아벤티스도 '차세대 리더 육성프로그램(MRCDP)' 도입을 계기로 정성평가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본래 MRCDP 프로그램은 차장급 영업직들 가운데 승진 의향이 있는 신청자에 한해 필요한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관리나 대인관계, 팀워크, 사고영역 등 질적 평가항목들이 MR 평가요소에 추가됐다. 가령 콜수를 따지더라도 어떤 취지의 방문이었는지를 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지난해 7월에는 수십억원대 리베이트 적발로 곤욕을 겪고 있는 노바티스마저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인센티브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매출목표(타깃)를 없애는 대신, 질환 및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GSK나 사노피와 유사하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영업사원 평가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목표 및 실적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들을 도입한 것"이라며, "영업 목표와 개인 인센티브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대신 개인과 팀의 역량개발 노력, 고객 만족도 등이 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성장률 등의 재정적 실적평가 비중을 현격하게 낮추고, 제품과 질환에 대한 영업사원의 지식과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보전달에 대한 고객 만족도 등이 중요한 직무역량 기준으로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노사간 신뢰형성 필수…영업현장은 적응중?= 여전히 일부 회사들에 국한된 사례들이고, 시행된지 오래되지 않아 이를 평가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새 제약업계의 환경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부인하긴 힘들다.
국내사들 중에도 실적 자체를 배제하는 것 까진 아니라도 MR들을 평가할 때 학술역량 등 디테일 비중을 높인다던지, 새로운 평가방식을 고민하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정성평가 시스템을 도입한지 어느덧 2년차가 된 GSK의 경우,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츰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년 새 바뀐 부분도 있다.
시행 당시에는 분기마다 질환이나 약물, CP 관련 시험을 보고 디테일링 계획을 평가받게 해 점수비중(%)을 매기도록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면, 지금은 팀장에게 종합적인 평가를 맡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평가를 위해 별도 회의를 열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자는 내부 논의가 있었단다. 회사 관계자는 "팀장이 최종 단계에서 점수를 합산하는 관찰자라기 보다 전반적인 평가과정에서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부 방식을 조정하게 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GSK 홍유석 대표는 "영업사원 스스로에게 한장의 처방전이 현금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를 하게 됐었다"며,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탓에 저항이나 걱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착 됐다고 본다. 평가방식이 바뀐 다음에도 회사의 매출이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내부 연자들의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수치에 집착하다 보니 평가를 위해 별도 회의를 잡아야 하는 등 불필요한 절차가 생기고, 영업사원들이 영업에 몰입하는 데 되려 방해가 된다고 느꼈다"며, 영업사원들의 업무 퀄리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매일 현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팀장이라고 판단해 팀장평가 비중을 높이게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팀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될 수 있다는 불만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팀장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늘려가고 있다는 부연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GSK 직원도 "오랜 기간 굳어온 관행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영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올바른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새로운 평가방식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시간'과 '노사간 신뢰형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다국적 제약사 직원은 "객관성만 보장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영업사원들 입장에서 제일 궁금한 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라며, " 매니저의 주관적 평가에 치우칠 소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막상 업무의 질을 따지다가도 매출이 줄면 영업사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10개월째 임시사장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노바티스의 경우, 불안정한 경영체제로 인해 평가방식이 다시 실적 위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져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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