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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약, 국가안보 산업…"코로나 사태로 국민체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은 '백신주권'과 '제약주권' 확보라는 국가 과제를 재차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영미권 글로벌 빅파마나 미국 정부로부터 탄탄한 재정지원을 받은 모더나와 같은 현지 바이오벤처로 국한되면서 우리나라가 국민이 접종할 백신물량 수급 여부를 이들에게 재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다. 제약주권 역시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이 멈추고 하늘길이 막히면서 당장 환자가 복용해야 할 의약품 원료 수급이 난항에 빠지면서 그 중요성이 새삼 드러났다. 국내 제약계가 코로나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경구치료제·mRNA백신 개발 지원과 국내개발신약 약가우대 정책 부활에 이어 '토종 원료의약품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지원을 총리실에 요구한 이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제약사들은 국산 원료약 산업은 단순히 제약산업이 아닌 국가안보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고 있다. 코로나 세계대유행 장기화로 해외 원료약 수급 난항이 빈발하면 결국 국민이 먹을 약을 제 때 충분히 생산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원료약 자급률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논리다. 실제 오늘날 국내 완제약 자급률은 80%에 육박하는 대비 원료약 자급률은 지난 2019년 기준 16.2% 수준으로 처참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등은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약을 값싼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 세계대유행이 이같은 원료약 해외 의존도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일본 같은 제약강대국 마저도 자국 원료약 산업이 제약주권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 자국산업 육성에 발빠르게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조 바이든 행정명령을 발효, 원료약 제조업에 300억달러, 연구개발에 1800억달러 투자를 확정했다. 국가안보 보호를 위한 미국 공급망 보호 시스템 개혁을 단행하는 동시에 자국 내 의약품 생산 시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6월 의약품 안정공급 지원 보조금 사업을 발표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약을 국내 제조·공급하는 사업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와 사업자를 1:1 매칭해 1건 당 최대 10억엔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가 유발한 사태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강대국들과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원료약 자급률 관련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계가 총리실에 토종 원료약 산업 육성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이다. 국내 제약계는 우리나라 정부도 원료약 개발 원가를 고려한 약가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국산 원료약 개발 시 세제지원하는 등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도 내 원료약 부문을 신설, 원료약 전문 제약사가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비상 시 공급 확대를 위한 제조시설 보조금·재고유지 등 지원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결국 채산성·수익성이 낮아 아무도 손 대려 하지 않는 토종 원료약 산업에 관심을 증폭시키고 지나친 수준의 손실 없이 원료약 제약사를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원료약 자급률 상승과 제약주권 확보란 숙제를 풀어 낼 수 있다는 게 제약계 견해다. 특히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이슈화 한 '소재·부품·장비 2.0 전략' 내 차세대 핵심전략기술 후보에 원료약을 포함시켜 범부처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협회 엄승인 상무는 앞서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국산 원료약 산업 육성 방법으로 필요성이 큰 원료약 200개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을 제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지 않고 중국·인도 등 해외 수입하는 원료약 200여개 성분부터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게 엄 상무 주장이었다. 글로벌 신약 대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원료약 산업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꾸준히 지원해야 신종 감염병 사태 등 치명적인 외부 요인으로 부터 제약주권과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원료약 산업은 특정 제약사의 의무도 아니며 제약산업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부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책을 배치하고 재원을 지원해야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는 게 원료약 산업"이라며 "굳이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지 않아도 국산 원료약 자급률 자체가 지나치게 낮은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원료약 산업이 제약주권을 지키는 길이자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방편이라는 주장에 대해 일부는 동의하지 않거나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무리수라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린 장장 2년 가까지 코로나19가 촉발한 우리 일상의 변화를 직접 겪었다. 백신이 부족해 대통령이 해외 제약사 대표와 화상회의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약 산업은 사실 이미 오랫동안 방치·소외돼 스스로 일어설 힘을 소실한 상황"이라며 "제약주권, 백신주권의 절실함을 코로나 사태로 뼈저리게 느꼈다면, 이에 상응하는 원료약 자급률 증진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부연했다.2021-10-01 17:36:15이정환 -
국산신약 약가우대 부활…글로벌 시장 진출 원동력[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내개발신약의 해외 시장 진출은 이제 비단 제약계만의 비전이 아닌 국가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정부 과제가 됐다. 실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는 제약산업과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이자 미래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반복 중이다. 하지만 제약사들과 제약산업 종사자들,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 발언이 형식적인 표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투자로 국산신약을 개발해도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약가를 깎거나 해외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되는 국내 약가우대 정책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제약계 불만이다. 속칭 '블록버스터 국산신약' 탄생을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인큐베이팅 능력은 매해 그 자질을 의심받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국무총리실에 현행 국산신약 약가제도의 문제점을 호소하는 동시에 '있었다가 없어진' 국내개발신약 약가우대 정책의 부활 필요성을 개진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국산신약 약가우대 조항의 폐지를 결정했다. 내·외국인 차별조항인데다 자칫 국가 간 외교·통상 마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 이후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백신 자국중심주의'를 표방하며 자국산업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과 견줘 지나치게 소극적인 제약산업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블록버스터 국산신약이 탄생하려면 국내개발신약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누적·반복돼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현행 약가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현행 의약품 가격 평가 시스템이 국산신약의 세계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토로하며 약가우대 조항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종전 대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국산신약에 낮은 가격을 부여하면 해외 수출 시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국가 별 협상이 이뤄지게 돼 수출 의약품 가격 역시 높게 받을 수 없다. 한국의 낮은 신약 가격이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해외 수출 가격에도 직접 영향을 주는 셈이다. 실제 한국의 신약 가격을 참조해 자국 가격을 결정하는 국가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등 다수다. 터키, 브라질, 벨기에 등도 원산지 국가 가격을 참조한다. 아울러 대다수 중동국은 터키 가격을, 남이국은 브라질 가격을 참조한다. 우리나라의 낮은 국산신약 약가 정책이 전 세계로 번지는 나비효과로 작용하는 이유다. 국산신약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국내 신약 약가 평가 제도가 제네릭 등을 포함한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시장가격)으로 산정한 후 협상을 거쳐 대체약의 90%~100% 수준으로 등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시해 약가가 낮아질대로 낮아진 약을 포함한 대체약을 근거로 비슷한 수준에서 신약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국산신약 경쟁 제품의 제네릭이 출시되면 경쟁품 가격이 53.55%로 떨어지는데, 경쟁품 제네릭이 출시된 후 개발된 국산신약은 가격 평가 시 53.55%로 약가인하된 경쟁품이 기준이 된다. 국산신약 연구개발에 수 십억원~수 백억원을 투자해도 제네릭보다도 낮은 가격과 취급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한미 FTA 합의로 인한 통상마찰 문제로 국산신약 가격을 우대하는 조항마저 지난 2018년 사라지면서 국산신약을 헐값 취급하고 있다는 제약계 원성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국산신약 가격 제도 선진화 방안으로 ▲경쟁약 제네릭 출시 후 개발 신약은 경쟁약 가격을 보정해 평가하고 ▲신약 가격의 사후평가 인하 시 우대를 적용해 보정 가격을 일정기간 보장하는 정책을 제언했다. 쉽게 말해 국산신약 가격은 경쟁약 특허가 유지될 때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해 신약 연구개발 가치를 반영해 달라는 얘기다. 또 세계 제약시장 진출을 위해 국산신약 임상시험 기간과 신약 특허기간을 고려해 약 10년 간 국산신약의 약가우대를 해달라고 했다. 이런 정책이 뒷받침 돼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국산신약 개발 의지를 고취시키고, 개발에 성공한 국산신약을 해외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는 게 국내 제약사들의 입장이다. 이같은 국내 제약계 요구를 총리실이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일지, 나아가 총리실이 제약계 요구가 담긴 정책 시행을 보건복지부 등 약가제도 소관 부처를 향해 시행을 촉구할지 등이 국산신약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국산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상위제약사 한 관계자는 "공들여 만든 국산신약을 홀대하거나 헐값 취급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돼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국산신약 도전의식을 독려할 수 있다"며 "신약에 투입된 연구개발 가치를 반영한 가격 평가를 현실화 해야한다. 신약 가격의 사후 인사 시 우대정책을 적용하고, 우대가격을 일정기간 유지할 필요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약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제약사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신약을 만들 의지가 있는데다 해외 수출을 통한 수익 창출 포부까지 갖췄다"며 "결국 우리나라 정부가 국산신약 가격을 제대로 평가하고 우대해야 해외시장에서 승산을 갖출 수 있는 게 오늘날 전 세계 제약시장 현실"이라고 피력했다.2021-09-30 17:38:57이정환 -
코로나 게임체인저 '경구약·mRNA', 정부 지원 필수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이 2년째 장기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국민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에 내년 3월, 우리나라는 5년마다 치르는 직선제 대통령 선거 마저 앞뒀다.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 산업 전반이 급격히 뒤바뀔 수 있는 대형 이슈가 중첩된 지금, 국내 제약계 역시 제약산업 정책 선진화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우리나라 제약산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정부를 향해 국가적 정책 지원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시동은 국무총리실(김부겸 총리)이 걸었다. 총리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원하는 국가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제약협회는 즉각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의견수렴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정책 수요는 세 가지 큰 카테고리이자 키워드로 압축됐다. 제약협회는 제약사들의 목소리가 담긴 키워드들을 지난 8월 총리실 제출을 마쳤다. 데일리팜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제약바이오협회가 코로나 팬더믹, 대선 국면 속 선정해 총리실 문을 두드린 키워드 세 개를 순차적으로 조명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대 화두 역시 '코로나19' 였다. 그 중에서도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와 최신 백신 플랫폼으로 평가되는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게 국내 제약계 중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는 모두 14개에 달한다. 이는 기허가 의약품의 치료 적응증을 코로나19까지 확대하는 '약물 재창출' 사례와 아예 처음부터 적응증 타깃을 코로나로 삼은 신약 개발 사례를 포함한 것이다. 경구용 치료제는 코로나 세계 대유행 사태를 역전시킬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과거 타미플루가 신종플루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입증한 이후 유사 바이러스 치료는 백신을 활용한 예방요법과 감염 이후 경구제 복약이란 옵션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이후 타미플루로 증상 호전 효과를 볼 수 있는 바이러스들은 인류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인 MSD가 경구치료제인 몰루피라비르를 개발했지만, 가격(치료제 단가)이 90만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경구제 개발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세계 여러 국가 역시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려 경구약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더욱이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인 유행병인 엔데믹화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구약 효용성은 한층 커졌다. 특히 현존하는 정맥주사 치료제는 병원에서 투약 후 환자 일상을 멈춘 뒤 하루~이틀 간 경과를 살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경구약은 환자가 약국에서 구입해 가정에서 간편 복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부처를 향해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개발해 공급해달라고 촉구중이다. 국산 몰루피라비르가 하루 빨리 탄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인 임상시험 틀을 제공하고 더 많은 임상기관과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에 앞장서란 얘기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출범한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중앙IRB)를 활용해 더 많은 임상기관과 연구자, 피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우라고 했다. 국내 제약계는 코로나 백신 개발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으로 평가되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뛰어넘어 차세대 플랫폼인 mRNA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실제 올해 8월을 기준으로 국내 식약처 승인 후 임상시험중인 사례는 총 10건이다. 국제백신연구소,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HK이노엔 등이 임상진행 주체다. 이들은 대다수가 유전자재조합백신이나 바이러스벡터백신, DNA 백신이다.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승인받거나 준비중인 제약사도 6개에 달한다. 아이진, 한미약품·ST팜·GC녹십자·킴코, 한미약품·진원생명과학, 이연제약, 삼양홀딩스, LG화학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제약계는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국 대비 약 3년정도 늦은 mRNA 백신 개발 기술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지난해 12월에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미국, 유럽에서 개발된 다수 백신이 대규모 접종에 들어간 반면 국내개발백신은 올해 4월 기준 모두 1상 또는 1·2상 단계로 해외와 기술격차가 여실하다. 약 3년 가량의 mRNA 백신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해법으로 국내 제약계는 미국이 채택·시행한 '초고속 작전(OWS, Operation Warp Speed)'을 제시했다. 미국은 바이러스 벡터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구매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정지원을 단행했다. 재조합단백질 백신을 만든 노바백스, 사노피·GSK 역시 미국 정부로 부터 각각 1억 도즈의 구매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mRNA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벤처 모더나에겐 한화 약 1조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결정했다. 구매 계약 물량 역시 3억 도즈에 달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능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국산 코로나 경구약과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상 플랫폼을 제시하고 재정지원을 해야한다"며 "경구약은 코로나 팬더믹 종식을 앞당길 게임체인저다. mRNA 백신 플랫폼은 향후 신종 감염병 등장 시 맞춤형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경구약 개발은 제약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인 임상 프로토콜을 제공하고, 중앙IRB에 더 많은 임상기관과 연구자가 참여할 때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국산 mRNA 백신을 개발중이거나 개발 후보로 평가되는 제약사들에게 부족함 없는 재정지원을 해야 해외와 벌어진 기술격차 3년을 상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2021-09-29 18:38:00이정환 -
"실거래가인하는 낡은 제도"…제도개선-폐지 택일해야[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2016년 개편된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 제도는 3번의 시행을 통해 과거 폐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전히 원내 처방 비율이 높은 의약품, 주사제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됐고, 이들 의약품에 특화된 제약사들이 애꿎은 약가인하 타격을 중점적으로 받았다. 신약도 예외없이 약가인하를 당해 국산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 기조와 배치되고 있으며, 약가인하로 유통업계와 약국가의 업무는 폭증했다. 단 0.02%로 사실상 인하의 의미가 없더라도 반품과 정산 업무를 해야 해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이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의 발주로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팀이 진행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에서도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의 개선 필요성에 높은 공감을 표했다. 해당 조사는 학계와 협회, 업계, 요양기관 약가 관련 담당자 20명을 선정해 진행한 델파이 조사(전문가들이 모여 피드백하며 합의를 도출하는 기법)다. 2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 결과 현행 약가 사후관리 4개 제도 중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가 목적이나 취지에 가장 부합하지 않는 제도로 꼽혔다. 제도 운영의 형평성, 과정의 투명성, 결과의 수용성 평가에서도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는 보통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사 손실이 보험재정 절감과 비교해 적절한지 여부를 보는 제도의 상당성 항목에서는 평균 2.8점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지속성 여부에서도 4개 제도 중 최하위 점수(평균 3.1점)로 실거래가 약가인하제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이 제도는 약가인하로 인한 반품, 폐기 등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제도로 평가된다(평균 6.0점). 이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지난 2016년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로 각 단계별 인력 투입량을 추정해본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단계별 환산된 비용을 합산한 결과 이 제도로 연간 약 517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차액보상 손실, 반품 경비, 폐기 비용 등 직접 손실까지 합하면 더 큰 규모의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를 전면 폐지하는 것 보다는 부분 개정하는 쪽에 더 힘을 실었다(평균 6.3점 대 7.4점). 합리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R-zone 도입 ▲신약에 대한 약가인하 유예 ▲특정 제형 감면 비율 확대 및 원내·원외 처방 비율 고려 ▲인하율 상한선 폐지(조정) 등이 거론된다. R-zone은 실거래가와 약가 차이에서 일정 구간은 면제해주는 '합리적 조정 범위(Reasonable zone)'를 말한다. R-zone 구간을 인정해 일정 부분 시장 경쟁에 의한 저가 거래를 유도하고 약가인하 타격도 줄이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과 유사한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제를 실시하는 일본, 대만, 호주 등에서는 모두 R-zone을 두어 해당 범위 내에서의 저가 공급을 인정하고 있다. 호주는 10%, 대만은 신약의 경우 15%, 제네릭의 경우 6%를 각각 적용한다. 일본은 기존 2%에서 올해 5%로 R-zone 구간을 확대했다. R-zone을 도입하면 1~2% 미만의 비실효적인 약가인하 형태는 사라지리란 기대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집중 타격을 받는 주사제를 비롯한 원내의약품에 대한 감면 비율 확대 혹은 원내·원외 처방 비율을 고려한 인하액 산정 등을 함께 제안하고 있다.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방지책이다. 동시에 현 약가인하율 상한선 10%를 폐지하거나 조정해 제도의 균형을 맞추자는 제언도 나왔다. 이재현 교수는 "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1~2% 인하 사례는 줄이고, 약가와 실거래가가 크게 차이나는 품목은 상한선을 두지 말거나 조정함으로써 재정 절감이라는 본래 취지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제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상시 약가인하 기준이 여럿 마련되고 실거래가 상환제로 보험 재정 절감을 이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제는 구시대적인 제도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김성호 바이오에피스 대표(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과거 약가인하를 상시로 할 기전이 없었을 때 마련됐던 실거래가에 의한 약가인하제는 더 이상 유지해야 할 명목이 사라졌다"라며 "제약 산업도 하나의 성장 산업으로 여겨지는 현 시대에서 낡은 사고방식에 기댄 구태의연한 제도는 산업화에 도움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손실을 늘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일몰제로 전환해 재정절감 효과를 상호 비교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현 교수도 "상환제 내에서 가격경쟁을 시킨다는 제도의 취지가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제는 개인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본다"라며 "다만 이번 연구 조사에서 폐지보다 개선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는데, 이는 이 제도가 폐지되고 새로운 제도가 마련될 경우 약가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지와 개선의 기로에 선 제도를 손질하기 위해 업계는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도의 폐지 혹은 개선은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델파이 설문결과 등을 참고해 R-zone 도입과 원내의약품 감면 확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협회는 지난 7~8월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협회 측은 "다음주 국회 토론회 등으로 실거래가 약가인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2021-09-24 06:30:00정새임 -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약-유통-약국 모두 피해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개편된 실거래가 약가인하제가 실시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추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며 제도가 크게 정비되었지만, 여전히 '쏠림현상'을 해소하지 못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6년 개편된 실거래가 약가인하제의 골자는 2년 주기로 요양기관의 의약품 청구금액을 조사해 산출한 가중평균가격이 기준상한금액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상한금액을 인하하는 것이다. 요양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해 저가 거래를 유도한 후 실제 거래된 가격으로 약가를 인하해 약제비 증가를 억제하는 취지로 정부의 약가 사후관리제도의 한축에 속한다. 과거 고시가 상환제도, 실거래가 상환제도,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를 거치며 지금의 실거래가 약가인하제가 자리잡았다. 2016년 개편안은 업계 지적을 반영해 보다 현실적인 제도로 변화했다. 사회적 비용과 해외 제도를 감안해 실거래가 조사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고, R&D 투자와 수출을 도모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감면율은 30%에서 최대 50%로 늘렸다. 또 집중적으로 인하 타격을 받는 주사제형은 30%를 감면하고 있다. 많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제도의 폐해는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편된 제도 하에 현재까지 이뤄진 총 3번의 약가인하 결과를 살펴보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발주해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팀이 진행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번의 약가인하로 정부는 연평균 1081억원의 보험재정을 절감했다. 평균 4061개 품목에 대해 품목당 평균 2400만원씩, 평균 1.5% 약가를 인하한 것이다. 약가인하는 특정 품목에 집중됐다. 2020년도 인하된 3924개 품목 중 71%는 2018년에도 중복 인하됐던 품목이다. 또 48%는 2016년에도 가격이 깎인 바 있다. 즉 절반 가까운 품목들이 집중적으로 약가인하를 당한다는 의미다. 주력 분야에 따라 특정 제약사로 쏠림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3차례 인하에서 3번 모두 인하 품목 수 상위 10위에 든 제약사가 6곳에 달했다. 품목 수가 많은 종근당이나 한미약품 외에도 종합병원 비중이 높은 동아에스티 그리고 신경정신과, 안과 등 특정 질환에 특화된 명인제약, 환인제약, 한림제약의 의약품 다수가 약가인하 대상이 됐다. 2020년 기준 명인제약은 172개 품목, 환인제약은 108개 품목이 약가인하됐다. 수액제를 많이 다루는 JW중외제약, HK이노엔(CJ헬스케어)도 단골 대상이다. 주사제형에 30%를 감면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사제·수액제에 편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위법 행위가 없음에도 이들 제약사가 지속적으로 약가인하라는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신약도 예외가 아니다. 20개 가량의 국산 신약들이 3번의 실거래가 조사를 거쳐 최소 0.02%에서 최대 3.5% 약가인하를 당했다. 일본이나 호주 등이 신약에 대해 약가인하를 유예하며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산출하는 요양기관 청구금액 가중평균가격은 대개 제약사의 출하가가 아닌 요양기관과 계약한 최종 도매업체의 판매가다. 도매, 도도매를 거쳐 결정된 공급가격이 약가인하의 잣대가 되는 것이다. 제약사는 어떤 도매업체가 어떤 협상을 거쳐 얼마에 공급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산출한 가중평균가격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도도매 유통이 급증하고 있어 최종 도매업체의 공급가를 근거로 약가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당위성이 더욱 약해졌다는 비판이다. 도도매를 거쳐 구매가 이하로 공급되는 불법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이에 대한 제재 없이 제약사만 약가인하라는 처분을 받는다. 도도매상이 구매가 이하로 공급하는 사례는 국공립병원 입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메인 그룹을 초저가 낙찰받은 도매업체가 제약사에 추가적인 대량 할인을 요구한 후 다른 도매업체에 싸게 도도매로 넘긴다. 그럼 도도매 업체는 타 요양기관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런 비정상적 거래는 행정처분 대상이다. 제약업계 종사자는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가 매우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도매업체가 구매가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는 엄연한 약사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당 업체의 처벌은커녕 의약품 약가인하의 근거로 삼고 있다. 구입가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도매상의 공급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나치게 재정 절감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서 정책끼리 충돌하기도 한다. 정부는 의약품 저가 거래를 장려하기 위해 약을 싸게 구매한 요양기관에 장려금을 주고 있다. 동시에 제약사에는 약을 저가로 공급했으니 약가를 깎겠다고 한다. 제약사는 약가인하를 피하기 위해 상한가 거래를 추구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저가 구매를 장려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저가 공급을 제한하는 셈이다. 정책이 서로 충돌하니 정부가 애초에 의도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4가지 사후관리 제도가 동시에 운영되면서 잦은 약가인하로 제약사와 도매업체, 병원·약국의 업무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정부는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와 함께 사용량-약가 연동제, 급여 확대에 따른 약가인하, 특허 만료 등으로 제네릭 등재로 인한 약가인하 등 총 4개 사후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제도의 실시 주기는 각각 다르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매월 또는 매년 주기로 실시하며, 급여 확대에 따른 약가인하는 사유 발생 시마다 시행한다. 제네릭 등재로 인한 약가인하도 수시로 이뤄진다. 약가가 인하되면 병원과 약국, 도매업체는 차액만큼 정산을 한다. 통상 최근 2개월 이내 주문한 약의 30% 수량에 대해 차액을 자동정산하고, 2개월 전에 주문한 약은 실물 반품을 한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기준일 뿐 일부 제약사는 자체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그에 맞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한번에 수천개의 품목이 동시에 약가인하되기도 하고 품목마다 급여확대, 특허만료 등으로 수시로 약가인하가 이뤄지고 있어 차액 정산과 반품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폭발하는 업무량에 한계를 느낀 대한약사회는 지난 6일 대규모 약가인하에 따른 약국가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한 달에 몇 번씩은 약가인하로 인한 정산·반품 업무가 생긴다. 특히 몇백개 품목이 한꺼번에 약가인하 되는 경우엔 많은 인력이 여기에 매달려야 한다"라며 "약국과 제약사 사이에 끼어 유통업체의 부담만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쏠림현상·불필요한 업무량 폭증·신약 개발 의지 저하·정책간 불협화음 등으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제의 지속가능성에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6년 개편 당시 혁신형 제약·주사제 감면 등 업계 의견이 반영됐지만, 여전히 원내 비율이 큰 의약품을 지닌 제약사에 편중되고, 한 품목이 많게는 1년에 2~3번씩 약가인하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약사가 영문도 모른 채 약가 인하를 당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요소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2021-09-23 06:30:00정새임 -
제미글로 5번·트라젠타 1번 인하…사용량연동제 모순[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미글로군 5번, 트라젠타군 1번, 자누비아군 2번. DPP-4 억제제를 기반으로 한 당뇨치료제들이 출시 후 지금까지 받아든 사용량-약가연동제(PVA) 약가인하 성적표다. 2012년 단일제가 첫 출시된 제미글로군은 9년동안 5번의 약가가 깎였고 같은 해 출시된 트라젠타는 같은 기간동안 2번 깎였다. 두 약제보다 4년 먼저 시장에 나온(2008년 출시) 자누비아군은 13년동안 2번의 사용량-약가연동 약가인하가 결정됐다. 10일 데일리팜이 당뇨약 시장에서 드러난 사용량-약가연동 제도 취약점을 조명했다. 국내 제약계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관련 개선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PVA 유형 다 조항이 국산신약과 글로벌신약 간 특수성을 세밀히 반영하지 못해 일부 역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해외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해 국내 시장에 진입한 신약들도 사용량 연동제로 인한 약가인하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있겠지만, 유독 국산신약에게 가혹하게 제도가 적용되는 측면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내사들의 지적이다. 적어도 DPP-4 억제 기전의 당뇨약 시장을 살펴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일부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토종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는 지난해 국산신약 최초로 1000억원의 연매출을 넘기며 DPP-4 억제제·복합제 시장 3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제미글로군 매출은 단일제 362억원, 메트포르민 복합제 802억원으로 총 1164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제미글로군은 총 5번의 사용량 연동제 약가인하가 결정됐다. 2012년 첫 출시 후 2016년 유형 가, 2018년 유형 나 조항에 따라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가 됐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유형 다 조항으로 협상대상 선정돼 약가인하됐다. 제미글로군은 올해에도 유형 다 조항을 근거로한 약가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PVA 유형 다 조항으로 인한 약가인하 횟수만 총 4번, 총 약가인하 횟수는 6번이다. 국산 당뇨신약 슈가논은 2016년 출시 이후 아직까지 약가인하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 PVA 협상에서 약가인하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5년여만에 PVA 협상대상이 된 슈가메트는 가중평균가 90%로 등재된 가장 저렴한 DPP-4 억제·메트포르민 복합제다. 반면 DPP-4 억제제 시장 1위와 2위를 점유중인 글로벌 의약품 자누비아군과 트라젠타군은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횟수가 각각 2번과 1번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자누비아는 출시 후 13년 동안 2번, 제미글로와 같은 해 출시된 트라젠타는 9년 동안 1번 인하된 점을 고려할 때 국산신약 제미글로의 약가인하 횟수는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국산신약 개발에 성공하거나 개발을 준비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PVA 제도가 유독 국내개발 의약품에게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더욱이 국산신약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대체하면서 연매출 볼륨을 올리는 상황이라, 단기·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건보재정 건전성을 튼튼히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사들이 건보재정에 긍정영향을 미친 의약품을 PVA 협상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약가인하 횟수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자누비아, 트라젠타 등 글로벌 당뇨약은 전 용량의 출시 채비를 완전히 끝낸 후 시판허가와 급여등재 절차에 돌입한다. 반면 제미글로, 슈가논 등 토종 당뇨약은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 등 연구개발 예산 문제로 전 용량을 한꺼번에 출시하지 않고 개발 완료 용량 순서대로 허가와 급여작업에 나선다. 국내사들은 이 같은 글로벌 의약품과 국산 의약품의 차이가 PVA 협상제도에 섬세하게 반영되지 않은 게 국산신약의 연속 약가인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PVA가 용량별 개별 협상이 아닌 동일제품군별 협상으로 진행되면서 급여등재 이후 출시된 추가용량 약제가 시장 안착해 매출이 고성장할 즈음이면 유형 다 조항에 따른 약가인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추가 적응증 확대 필요성이 없는 당뇨약 대비 적응증 확대가 필수적인 질환군의 국산신약은 PVA 제도로 인한 약가인하 부담이 훨씬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에이치케이이노앤 케이캡이 대표적 사례다. 케이캡은 기존 PPI계열 약제들이 이미 갖춘 적응증을 추가로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PVA 제도대로라면 케이캡은 연구개발 투자로 적응증 확대에 성공, 연 매출이 상승하는 대로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약가인하 처분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대체약 보다 저렴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국산신약에 대한 PVA 적용시 재정절감을 고려해 '약가인하 처분 무조건 제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PVA 제도 목적인 '보험약제비 지출 합리성 향상'을 충족시키고 국산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서 건보재정 기여도를 협상 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산신약 개발사 한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국산신약 개발·허가 시 용량을 부분적으로 쪼개 허가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글로벌사 처럼 전 용량을 한꺼번에 개발을 끝마치고 동시 출시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현실이 PVA 제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국산신약은 상대적으로 약가인하 협상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국산신약은 결국 고가 글로벌약 시장을 대체해 나가면서 매출을 키운다. 정부는 국산신약이 건보재정에 긍정 기여하는 것에 공감은 하지만, PVA 협상에 이를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토로했다.2021-09-11 18:18:59이정환 -
'초저가 낙찰' 개선 여론 고조...정부 의지만 남았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수십억대 의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기현상은 약가 제도와 국가계약법,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만들어졌다. 이를 국공립 병원이나 제약사, 정부 등 주체자들이 10년 넘게 수수방관하면서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문제는 이들 중 가장 힘이 작은 의약품유통업계가 낮은 낙찰가로 인한 손실을 모두 떠안으면서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득보는 병원·정부·제약사…유통업체는? 1원 낙찰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병원이나 제약사, 정부 모두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원외-원내 코드가 동일한 국공립 병원에서 보험 약가 1000원인 A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경우,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품비 절감 장려금을 받는다. 정부는 처방·조제 의약품 구입 금액이 약품별 상한가보다 낮으면 절감액을 산출해 10~30% 정도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제약사는 낙찰만 되면 원내에서의 손실을 외래 처방으로 메울 수 있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원내에서 20% 매출이 발생한다면 외래 환자의 원외 처방은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내에서 1원 공급으로 손실이 나도 결국엔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이에 원내-원외 코드가 분리된 병원은 제약사의 진입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다. 다만 예가 자체가 매해 낮아지고,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다. 정부는 의약품 구매 금액이 낮을수록 건보재정을 아낄 수 있어 이득이다. 따라서 재정 절감 차원에서 저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약품비 절감 장려금이 이에 해당한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실거래가 조사 대상에 국공립병원을 제외했다. 실거래가 조사는 정부가 의약품이 실제 거래되는 금액을 조사해 약가에 반영하는 것인데, 여기서 국공립병원의 구매금액은 제외하는 것이다. 의약품유통업계 내에서도 일부 규모가 있는 업체는 주요 그룹을 낙찰시키면서 이득을 본다. 다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기반 지역이 아닌 타 지역 병원에 입찰하는 월경이 빈번해지면서 가속화됐다. 입찰 문제는 가장 입김이 센 정부나 구매능력이 큰 병원이 적극 나서줘야 하는데, 이들 입장에선 개선 필요성이 높지 않아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손해를 입는 쪽은 다수의 영세한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은 점점 낮아지는 예가, 높아지는 경쟁 속에서 이득은커녕 손실 폭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이 시장은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영세 업체들은 납품 실적이 부족해 가산점도 받기 힘들다. 결국 했던 업체가 계속 낙찰되는 구조"라며 "예가도 너무 낮으면 유찰이 되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인데, 큰 업체들은 뻔히 손실이 보이는데도 다른 데서 메울 수 있어 낮은 가격에 낙찰을 시킨다. 중소기업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라고 호소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해법과 장단점 뚜렷 해결책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다. 일단 국공립병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을 따르고 있어 과하게 가격이나 경쟁을 제한할 경우 해당 법과 배치될 수 있다. 주로 나오는 대안은 적격심사제 확대와 원내-원외 코드분리, 약가 사후관리제 포함, 예가 산정 현실화 등이다. 적격심사제는 정부가 초저가 낙찰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1995년 도입한 제도다. 납품이행능력이 있는 입찰 참가업체를 선별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가격 외 납품이행능력이 고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국공립병원 입찰에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수 병원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2015년에는 국가계약법 상에서 최저가 낙찰제가 폐지되고 종합심사제로 대체됐다. 다만 일부 병원은 여전히 최저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적격심사제를 모든 병원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현재 적격심사제 내에서도 과열 경쟁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일부 유통업체는 적격심사제의 허점을 이용해 대리입찰 등 편법으로 낙찰률을 높이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적격심사제에서는 예가 평균치 범위 내 업체들 중 우선협상자를 무작위로 뽑는다. 이에 일부 업체는 몇몇 대리업체를 함께 내세워 평균치 범위에 속하게 될 업체를 세팅한다. 원내-원외 코드분리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서로 코드가 다르면 80%의 원외시장을 위해 입찰에 목메는 현상이 사라지리란 기대다. 실제 서울대병원이 1원 낙찰 방지를 위해 원내-원외 코드를 복수로 나눈 뒤로 1원 낙찰 현상은 사라졌다. 다만 코드 분리를 법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고, 예정가격 산정 현실화와 같이 가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병원은 전년도 낙찰가를 기준으로 하되 사용량과 타 병원의 구매가 등을 함께 고려해 올해 예가를 산정한다. 타 입찰에서 최저 구매가가 나오면 반영할 수 있으므로 예가는 보험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구 데이터 기준의 가중평균가를 반영해 현실화된 예가를 산정해달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요청이다. 코드가 분리돼 경쟁이 완화되더라도 예가 자체가 너무 낮은 수준이면 저가 낙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원 등 초저가 구매가를 예가에 반영하는 것 역시 국가계약법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병원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성사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른 대안은 약가 사후관리에 국공립병원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으로 의약품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공립병원의 구매가가 실거래가 조사에 포함되면 초저가 낙찰을 제약사들이 꺼리게 되고, 자연스레 적정가가 형성되리란 전망이다. 약가인하는 제약사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므로 실효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초저가 낙찰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약가 사후관리에 국공립병원을 포함하는 방안이 가장 최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실거래가 약가인하제 자체에 대한 폐해가 지적되고 있는데다 다수 제약사 반발도 우려돼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초저가 낙찰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협회 측 관계자는 "초저가 낙찰은 오래 전부터 혁파돼야 했던 사안으로 입찰 최저가 사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적격심사제 확대, 코드 분리제 등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6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만남에서 1원 낙찰 문제가 언급됐고, 김 이사장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 직전의 의약품유통업체가 늘어나면서 유통협회는 이번에야말로 초저가 낙찰을 근절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정부와 제약업계, 병원이 얼마나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의지를 갖느냐이다. 12년째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초저가 낙찰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2021-09-09 06:30:00정새임 -
"19억 물량을 1원에 투찰"...기형적인 초저가 낙찰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국공립병원 의약품 입찰 시장이 갈수록 최악의 경쟁 구조로 치닫고 있다. 1원을 포함한 초저가 낙찰은 유통업계를 더욱 옥죄고 있지만 10년 넘게 해소되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로 남았다. ◆경쟁 부추기는 병원, 기꺼이 뛰어드는 제약사-유통업체 올해 주요 국공립병원의 연간소요의약품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난 4월 실시한 입찰에서 그룹 전체가 1원에 낙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의약품들을 1원에 제공하겠다는 업체가 50곳 넘게 속출한 것이다. 해당 그룹은 17그룹과 18그룹으로 규모는 각각 17억원, 19억원에 달한다. 어떻게 20억에 달하는 물량이 1원이 되는 기형적인 결과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다른 그룹들은 단독 품목이 많은 반면 17·18그룹은 대다수가 치열한 경합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17그룹의 아토르바스타틴은 한국화이자제약과 동아에스티, 종근당, 유한양행, 삼진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까지 총 7개 제약사가 경합을 벌여야 한다. 도네페질 역시 동아에스티와 대웅바이오, 환인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HK이노엔 등 7개사가 올라있다. 로사르탄, 라베프라졸, 텔미사르탄 등도 비슷하다. 17그룹 87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13개에 불과하다. 18그룹도 마찬가지다. 90개 품목 중 단독 품목은 단 3개 뿐이어서 나머지 87개 품목을 두고 최소 2곳에서 최대 7곳의 제약사가 경쟁해야 한다. 젬시타빈은 5개사, 로수바스타틴은 7개사다. 입찰은 의약품유통업체가 참가하지만, 낙찰을 받으면 공급계약을 맺은 제약사를 희망 제조사로 기재해 계약이 체결된다. 즉 의약품유통업체는 제약사의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경합 품목이 많고 한 품목 당 후보군에 오른 제약사도 많다 보니 무려 60여개 업체가 1원을 투찰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7그룹은 60개사, 18그룹은 57개사가 각각 1원 투찰했다. 특히 제약사와 유통업체들은 원내보다 훨씬 큰 원외 시장을 잡기 위해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일산병원 입찰에서 혈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역시 원내-원외 코드가 동일한 보라매병원에서도 초저가 낙찰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이뤄진 의약품 입찰에서 경쟁이 심한 22그룹에 1~2원을 투찰한 유통업체들이 100여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가는 낮지만 아토르바스타틴, 에르도스테인, 로수바스타틴 등 원외 처방액이 큰 품목들이 포진해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원내보다 원외 시장은 병원에 따라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백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원내처방은 6조7997억원인 반면 원외처방은 14조748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컸다. 특히 국공립 병원은 한 성분에 여러 품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입찰에 성공한 한 곳의 제약사 제품만 쓰기 때문에 다음 입찰 공고까지 주변 시장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다. ◆원내-원외 달라도 뛰어드는 과열 양상 악순환 원내-원외 코드가 다른 국공립 병원에서도 저가 낙찰이 속출하기도 한다. 이는 의약품유통업계 내 경쟁 심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지역 기반의 병원 입찰 위주로 돌아가던 병원 입찰 업체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타 지역을 넘나드는 월경이 빈번해졌고, 규모를 앞세워 타 업체가 엄두낼 수 없는 금액을 투찰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일부 국공립 병원 입찰을 대행하는 이지메디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저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 국공립병원은 나라장터나 자체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지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몇몇 의료원은 이지메디컴에 외주를 주고 있다. 문제는 이지메디컴 내 입찰 데이터가 쌓이면서 품목 최저 가격을 추정해 예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병원 입장에서는 가능한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니 남는 장사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예가가 점점 낮아질 수록 수익이 악화된다. 예가가 지나치게 낮다면 아무도 투찰하지 않아 유찰되고, 이를 반영해 예가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유통업체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낮은 수익 나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업계 수익도는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한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번 낮아진 예가를 올리는 건 정말 어렵다. 따라서 적정 예가를 맞출 수 있도록 상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아 힘든 면이 있다"면서 "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시장 상황에 내부 경쟁도 심화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2021-09-08 06:30:00정새임 -
다발골수종의 인싸 '레블리미드'… 이니셜 'R'의 무게[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약이 질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치료 가이드라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후발 신약들이 해당 약물과 '병용'을 통해 기회를 찾는다. 다발골수종(MM, Multiple Myeloma)에서 BMS(세엘진)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는 그런 약이다. 레블리미드는 출시 이후 다양한 신약이 시장에 진입하고, 2017년 10월 특허 만료 이후에는 제네릭 제품까지 출시됐음에도 다발골수종치료제의 백본(backbone)치료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TNF-알파억제제 '휴미라(아달리무맙)'에 이어 세계 매출 2위를 기록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앞섰다. 보유 적응증 갯수와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케미칼의약품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다. ◆다발골수종 모든 치료단계에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효능이 좋고 안전하다. 레블리미드는 사실상 주력 적응증은 다발골수종이 전부다. 그러나 다발골수종 내에서 1차치료부터 재발 후 2차요법까지 모든 치료단계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레블리미드는 2009년 12월 국내 승인 이후 꾸준히 적응증을 확대했다. 2014년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2차요법으로 보험급여가 적용됐고, 2015년 1차요법(덱사메타손 병용) 적응증을 추가했다. 2017년에는 급여 확대를 통해 새로 진단 받은 이식이 불가능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1차치료는 물론, '벨케이드(보르테조밉)'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한가지 이상의 치료에 실패한 경우 레블리미드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 영역에서 학계가 주목하는 유지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 레블리미드는 'CALGB 100104' 연구를 통해 단독 유지요법과 위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 평가했다. 91개월 중앙 추적관찰 기간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6개월(vs. 대조군 27개월), 전체 생존율은 113.8개월(vs. 대조군 84.1개월)로 대조군(위약)에 비해 임상적으로 개선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레블리미드는 다발골수종 신약들에게 친구같은 존재다. 레블리미드를 포함한 3제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유럽암학회(ESMO)에서 표준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레블리미드의 'R'은 이들 3제요법의 백본(Backbone)' 역할을 하고 있다. 암젠의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는 KRd(키프롤리스·레블리미드·덱사메타손)', BMS의 '엠플리시티(엘로투주맙)'는 ERd, 다케다의 '닌라로(익사조밉)'는 IRd, 얀센의 '다잘렉스(다라투무맙)'는 DRd 등 3제요법을 통해 2차 이상 요법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항암제 매출 1위…내수도 굳건 레블리미드는 한때(2019년) 글로벌 항암제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97억 달러(한화 약 1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다발골수종이라는 1개 암종에 국한돼 있는 약물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국내 시장에서도 레블리미드는 꾸준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다발골수종 약물 시장에서 1위를 뺏겼다. 2018년 제네릭이 출시된 특허만료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매출 역시 고무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같은 BMS 보유 약물인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의 매출까지 고려하면 무려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급여 장벽에 막힌 유지요법…암질심서 난관 특허가 만료됐지만 레블리미드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레블리미드는 현재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 '유지요법' 등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적용을 꾀하고 있다. 재발률만 무려 70~80%인 다발골수종에서 유지요법의 필요성은 이미 수년전부터 강조돼 왔다. 하지만 등재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실제 2019년부터 BMS는 등재 절차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논의의 진전은 없다. 레블리미드는 지난 1일 CAR-T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 상정으로 주목을 끌었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정부 입장에서 병새가 호전된 환자가 정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 차원으로 복용하는 약물에 보험재정을 할애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단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고민은 옳다.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입증된 무진행생존기간은(PFS, Progression Free Survival) 52.8개월이고 비교군인 위약은 23.5개월이다. 2배 이상의 격차다. 연구 데이터로 가정하면 이식 후 유지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는 훨씬 빠르게 2차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레블리미드와 함께 3제요법을 이루는 약물들은 키프롤리스, 엠플리시티, 닌라로, '다잘렉스 등 상대적으로 고가 품목들이다. 1개 약제를 유지요법으로 투약해 재발을 늦추는 것이 고가의 3제요법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레블리미드는 특허가 만료, 약가인하가 이뤄졌으며 유지요법까지 급여기준이 확대되면 추가 인하가 적용된다. 엄현석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혈액암센터장)는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유지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유지요법 옵션인 레블리미드가 다발골수종 유지요법으로 급여 확대 승인을 받아 국내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하루 빨리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2021-09-08 06:25:00어윤호 -
타그리소, EGFR 변이 폐암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폐암은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이지만 20년간 5년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치료가 크게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치료제다. EGFR 변이를 타깃하는 표적치료제는 1세대를 거쳐 3세대 약물까지 등장하며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 중에서도 3세대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표준 치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타그리소는 L858R, exon 19 결핍으로 대표되는 EGFR 변이와 T790M 변이를 모두 저해하는 3세대 EGFR-TKI다. 3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을 보여준 유일한 제제로, 뇌 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강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세대 '이레사'에 이어 3세대 '타그리소'로 완벽하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타그리소의 전세계 매출은 지난해 기준 43억3000만 달러로 등장 5년 만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유일한 3세대 EGFR 약물로 경쟁자가 전무한 상태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독주' 타그리소, 한국에선 '가시밭길' 아이러니하게도 타그리소는 한국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첫 급여 등재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승인 자체는 초고속이었다. 2015년 11월 미국에서 최초 신속 승인된 이후 타그리소는 전 세계 5번째로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그런데 그 당시 국내에서 같은 3세대인 신약이 함께 등장해 난항이 예고됐다. 지금은 사라진 비운의 국산 신약, '올리타'다. 타그리소는 글로벌에서는 유일한 3세대 약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올리타와 경쟁을 벌여야 했다. 당시에도 올리타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허가가 취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여 협상이 동시에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올리타에 비해 타그리소는 정부 입장에서 '너무 비싼 약'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6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에 해당하는 타그리소를 비급여 판정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약평위를 통과했지만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도 쉽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연장의 연장을 거친 끝에 2017년 12월 2차 치료제로 최초 급여 등재될 수 있었다. 그 사이 올리타는 안전성 이슈와 신약 가치 상실 등으로 개발이 중단됐고, 한동안 타그리소의 독주가 이어졌다. 급여 등재와 더불어 올리타 환자까지 흡수하면서 타그리소는 아이큐비아 기준 분기 매출이 30~4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2018년 12월에는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하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차 급여 등재 역시 가시밭길이다. 2019년 FLAURA 3상 연구의 아시아 하위분석 데이터가 발목을 잡은 것. FLAURA는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글로벌 임상이다. 전체 임상 결과로는 전체생존기간(OS) 38.6개월로 1세대 약물 대비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 문제는 아시아인만 따로 떼서 본 하위 분석 결과였다. 아시아 서브그룹의 위험비(HR)가 0.995로 1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조군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아시아인에서 효과를 재확인하기 위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FLAURA China 데이터도 제출했으나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한지 2년이 넘어가지만 급여 조건은 2017년 12월에서 시간이 멈췄다. 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타그리소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타그리소의 연간 매출은 2017년 103억원에서 2018년 594억원, 2019년 7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65억원으로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1차 표준 치료제로 자리…거부할 수 없는 흐름 올해도 타그리소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올리타에 이어 두 번째 경쟁자가 등장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올해 1월 조건부 허가부터 7월 2차 치료 급여 등재까지 초스피드로 타그리소와 동일선상에 올랐다. 또 올해 초 암질심이 FLAURA China 데이터에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안건이 재상정되려면 급여 조건이나 업데이트된 데이터 등 새로운 변화를 보여야 한다.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는 다른 약물들과의 순위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글로벌 치료 기준이 타그리소로 표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종합압네트워크(NCCN)는 이미 2년 전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카테고리1 중에서도 유일한 선호요법으로 타그리소를 꼽았다. 비용이 높아 1차 치료 급여에 소극적이었던 영국도 지난해 타그리소를 1차 표준치료로 인정하며 급여를 적용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44개국이 타그리소를 1차치료제로 급여 인정하고 있다. 아시아 OS 논란에도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인정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일본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역시 1차 급여 적용된다. 결국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는 반대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들의 원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치료 흐름의 변화와 높아지는 환자들의 요구 속에서 타그리소가 급여 확대라는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할 부분이다.2021-09-01 06:29:00정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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