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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의 대형화…상장사 매출 넘고 IPO도 봇물[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비상장제약사의 최근 5년은 '격변'이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우선 외형이 확대됐다. 일부는 대형 상장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사도 30곳에 육박한다.자본시장 진출도 활발해졌다. 비상장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문턱을 넘고 있다. M&A(인수합병)로 주인이 바뀌거나 사명이 변경된 곳도 여럿이다. 비상장사, 매출 성장세 지속2018년 개별 기준 연매출 1000억원이 넘은 비상장사는 15곳 정도다. CJ헬스케어(현 코스닥 상장사 HK이노엔, 4907억원), 동아제약(3812억), 대웅바이오(2767억), 유한화학(1888억), 명인제약(1705억), 한국휴텍스제약(1602억), 한림제약(1396억), 아주약품(3월 결산, 1263억), 동광제약(1217억), 건일제약(1136억), 삼오제약(1108억), 코오롱제약(1068억), 한국프라임제약(1025억) 등이다.지난해는 30여곳으로 늘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늘은 수치다. 동아제약(6310억), 대웅바이오(5117억), 제뉴원사이언스(2861억), 한국휴텍스제약(2542억), 명인제약(2425억), 한림제약(2230억), 동광제약(2059억), 아주약품(2052억), SK바이오텍(2024억), 유한화학(1690억), 보령바이오파마(1678억), 유니메드제약(1647억), 한국프라임제약(1606억), 마더스제약(1590억) 등이다.건일제약(1374억), 코오롱제약(1350억), 삼오제약(1302억), 유영제약(1291억), 제뉴파마(1281억), 메디카코리아(1231억), 동국생명과학(1202억), 한국팜비오(1191억), 태극제약(1166억), 한미정밀화학(1111억), 태준제약(1110억), 풍림무약(1078억), 대우제약(1016억) 등도 있다.동아제약과 대웅바이오 연매출 규모는 상장사를 포함해도 전체 15위 안팎에 해당된다. 한국휴텍스제약, 명인제약 등 2000억원 이상 비상장사도 전체 제약사 중 30위 정도에 위치한다. 연매출 규모를 500억원 이상으로 하면 비상장사의 대형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2018년 30여곳에서 2023년에는 50여곳으로 늘어났다. 50곳 중 이든파마(962억원), 한국비엠아이(928억원) 등은 매년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올해 1000억원대 가입이 점쳐진다. 넥스팜코리아 계열사 이든파마의 경우 지난해 매출(962억원)은 2017년(96억원)과 비교해 10배 늘었다. CSO 전문기업 이든파마는 지난해 지급수수료만 601억원을 집행하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익수제약은 올해 500억원 클럽에 도전한다. 반기 최대 매출(222억원, 전년동기대비 52%↑)로 발판을 마련했다. 주력 우황청심원, 공진단을 필두로 실적 신기록에 도전한다. 익수제약은 향후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최근 해마다 매출 앞자리가 바뀌고 있어 실적을 바탕으로 IPO 경쟁력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릴레이 상장비상장사의 기업공개(IPO)도 줄을 이었다. 2018년 동구바이오제약, 알리코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하나제약, 2020년 위더스제약, 한국파마, 에스케이바이오팜, 국전약품, 2021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2022년 알피바이오, 2023년 블루엠텍, 2024년 티디에스팜 등이다. 코스피 하나제약, 에스케이바이오팜을 제외하면 모두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다. 엠에프씨는 연내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시 제약업종 원료의약품 소재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이 된다. 엠에프씨는 JW중외제약, 휴온스 등 국내 대형제약사와 파트너를 맺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명인제약, 마더스제약, 메디카코리아 등도 내년 즈음 IPO(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숫자로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개별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800억원을 넘겼다. 800억원은 상장사를 포함해 매출액 상위 100대 제약사 중 10위 안쪽에 해당되는 수치다.마더스제약 매출은 2년새 2배 가량 증가했다. 2021년 811억원에서 지난해 1590억원으로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메디카코리아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1년 892억원, 2022년 1002억원 2023년 1231억원으로다. 이외도 아주약품, 익수제약, 동국생명과학 등도 IPO를 준비중이다.최대주주 변경최근 5년새 최대주주가 변경된 비상장사도 많다. 대표사례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다. CJ그룹은 2018년 한국콜마에 CJ헬스케어(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를 매각했다. 1조3000억원 규모다. 이후 CJ헬스케어는 2020년 HK이노엔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HK이노엔은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제뉴원사이언스는 2020년 사명을 변경해 출범했다. 전신은 IMM PE가 4500억원 규모에 인수한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다. 콜마파마도 2021년 제뉴파마로 사명이 변경됐다.제뉴원사이언스는 출범 4년만에 새 주인을 맞이했다. IMM PE는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에 제뉴원사이언스를 7500억원에 넘겼다.보령파트너스는 백신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3200억원(지분 80%) 정도에 매각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개인 회사 보령파트너스다.비상장사 격변의 5년에는 사건사고도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휴텍스제약과 신텍스제약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법적다툼이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제약사측이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화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알짜 비상장사는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면서 새주인을 맞기도 한다. GMP 이슈도 발생했다. 격변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2024-10-16 06:00:54이석준 -
신약 허가수수료 4억원...허가기간 얼마나 단축될까?[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하자 제약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협회 등을 통해 인·허가 심사수수료의 적정 수준 인상을 통한 전문 심사인력 확충을 건의해왔다.신약 하나를 개발하면 시장 진출의 성패는 빠른 허가와 공급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약 허가까지 평균 420일 정도가 소요됐다. 이는 법정기간 120일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국내 신약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의약품 허가 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더라도 허가기간을 단축하는게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수수료가 인상되는 만큼 심사 인력 확보와 역량 보장, 법정처리기한 준수 등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지난 6월 열린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 회의 결과에서도 대부분 식약처 인허가 심사 품질 상향이 보장된다면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A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려면 심사자의 충분한 역량이 보장돼 허가기간이 단축된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수수료 인상에 따른 혜택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현재 심사부서, 심사자에 따라 달라지는 보완시기가 미국, 유럽과 같이 정해진 일자에 맞춰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수료 인상, 전문심사인력 채용 밑걸음=신약 수수료 인상안을 보면 대부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신약 허가 1건당 4억1000만원은 인건비 2억6000만원, 경비가 1억3000만원, 일반 관리비가 2000만원으로 구성된다.인건비는 신약 1건당 예비심사, 품질, 비임상 임상 임상 통계, 유해성 관리 계획 분야별 심사, 제조 및 품질 관리, 임상시험 관리 기준 실태조사, 신약 허가를 신청한 제약회사와의 대면 설명, 회의, 동료 검토 등과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 의사, 약사, 통계 심사자, GMP GCP 조사관 등의 임금을 근거로 산출됐다. 수수료 수입으로 고경력의 심사원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대목이 엿보인다.연구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심사인력인 GS-13등급~GS-15등급은 당해 직무분야에서 15년-20년 이상의 인력으로 주로 고위관리자, 고급 기술전문가, 의사 등이 해당한다. 전체 FDA 직원 1만8474명의 78.1%인 1만4434명에 해당한다.반면 국내 심사인력은 2022년 기준 269명에 그친다. 미국과 GDP 규모로 13배 차이, 미국과 심사인원수 규모로 25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GDP 규모 차이로만 보았을 때 우리나라 의료기기 및 의약품 심사인력은 620명 정도가 적당한데, 300명 정도가 부족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영진 연구책임자는 "국내 심사수수료가 해외 기관과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실제 심사에 소요되는 인력 투입량의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심사자료의 양, 투입되는 전문인력의 수준, 해당전문인력이 검토하는 시간(Man day)에 대한 정확한 반영을 통해 수수료를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따라서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 된다면 식약처는 첨단분야 신약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이를 신청한 제약회사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 인건비로 대부분 사용할 계획이다.김상봉 국장은 "신약 수수료를 활용해서 첨단 분야 신약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제약회사를 지원하는 전문의 약사 등 전문 역량을 갖춘 심사자 비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70% 수준으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또한 신약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신약 허가 신청 수수료로 확보한 전문 인력을 포함해 품목에 대한 10~15명의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담팀에는 담당 허가 부서 과장을 팀장으로 품질, 안전성, 유효성, 제조소, GMP 평가, 임상시험 실시기관 GCP 평가 등 분야별 검토자를 배정한다.그렇게 되면 전담팀이 허가를 신청한 기업을 상대로 허가 심사 전체 일정을 관리하고 각 분야별 심사를 조정하게 되면서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전문 인력 확보는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하는데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 7월 기고문을 통해 "대한민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심사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노 회장은 "글로벌 수준의 규제역량을 인정받고 판은 키워 놓았으나, 이 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국내 업계와 발맞추어 기술력 향상을 견인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산업의 전문성이 높아진 것 이상으로 역량 있는 심사자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허가 기간 단축, 국내 신약 활성화=한국의 낮은 심사수수료는 정부 재원의 투입 한계로 인한 상시적인 인력 부족으로 허가의 신속성과 투명성 저해하고 있으며, 전담 상담·심사 인력 부족으로 신속심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신약 허가 소요 기간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평균 420일 이상이 걸리는데 반해 미국 300일, 유럽 365일, 일본 365일로 짧았다.B제약회사 관계자는 "신약 허가 신청을 하면 법정심사기한 절반이 지나도 식약처에서 자료 검토 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심사인원을 충원해 허가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수료 책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식약처는 이번 4억1000만원으로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이 허가 기간을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해 국내 신약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김 국장은 "허가 기간이 295일로 단축되면 신청 제약 기업은 신속하게 신약을 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허가 심사자의 대면 상담을 현재 최대 3회에서 10여회로 늘리고 보안 자료 등에 대해서는 접수 전에 미리 검토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정확하게 안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024-09-22 16:50:16이혜경 -
"찔러보기식 신청"...신약 허가수수료 대폭 인상으로[데일리팜=이혜경 기자] 허가 심사제도 악용, 수수료 미지정 민원, 전문 심사인력 부족, 국내 제약사 위상 제고.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연구책임자 송정민)에 맡긴 '의료제품(의약품, 의료기기) 인허가 수수료 적정화 방안 연구'가 시작한 배경이다.식약처는 지난 9월 9일 신약 허가 수수료를 4억1000만원으로 올리고 전담 심사팀을 신설해 허가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9일 행정예고했다.이번 개정안은 수수료 적정화 방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으며, 데일리팜은 최종 공개된 보고서를 입수해 허가 수수료 인상 배경을 살펴봤다.◆허가 수수료 인상의 필요성=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연구의 필요성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약 허가 심사비용으로 전자민원 800만원, 방문·우편민원 890만원을 받아왔는데 이를 악용하는 일부 기업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 소요가 발생했다."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찔러보기식의 심사신청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컨설팅 받는 효과가 발생한다."연구 보고서에도 적힌 이 문구는 식약처 심사 관계자들이 줄곧 해왔던 말이다. 국내 허가수수료가 1000만원도 안되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해외 규제기관 허가 이전에 컨설팅 창구로서 식약처에 허가 신청서를 접수한다는 것이다.문제는 불필요한 민원 접수로 피해를 보는 곳은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회사다.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허가는 미국 또는 유럽부터 시작하지만 국산 신약은 우리나라부터 허가 신청을 하게 되는데, 심사 일정 지연으로 인한 시장 진입 지연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송정민 연구책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심사인력이 제한적이고 심사기간도 길기 때문에, 국산 신약 또는 국산 신의료기기가 FDA나 유럽의 허가를 얻는데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인상 및 전문인력 확충으로 인한 심사기간 단축을 통해 국내 제약·의료기기 업계 전반의 신뢰도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 허가·심사 수수료=식약처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이 추진될때 마다 비교되는 곳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다. 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는 1건당 53억원에 달한다.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은 "글로벌 제약 선진국은 신약 허가 소요 비용에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며 "FDA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더라도 일본,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 수준으로 수수료를 재산정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FDA는 처방약사용자수수료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을 1992년부터 제정해 운영해 오고 있으며, PDUFA에 의해 인체에 적용되는 의약품 및 생물학적제제를 생산하는 기업에게서 수수료(fee)를 징수하고 있다.PDUF이외에도 바이오시밀러부담금(Biosimilar User Fee Amendments), 제네릭의약품 부담금(Generic Drug User Fee Amendments), OTC 의약품 부담금(Over-The-Counter Monograph Drug User Fee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제네릭 허가 수수료는 3억원이다.유럽 EMA는 'Explanatory note on general fees payable to the European Medicines Agency'라는 출판물로 발행해 의약품 허가신청에 필요한 수수료를 규정하고 있으며, 4억9000만원의 수수료를 책정했다.여기에 규정개발단계에서 과학적인 조언 또는 희귀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 지원를 통해 신약개발 단계를 지원하며, 이에 대한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일본 PMDA는 유럽연합과 유사하지만 기본요금에서 추가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민원의 경우를 가정해 하나씩 개별적으로 수수료가 제시된다.송정민 연구책임자는 "미국, 유럽, 일본, 영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의 허가절차와 비교 시 국내 허가심사 자료의 요건과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신약의 심사수수료는 미국의 0.16%, 유럽의 1.76%, 영국의 5.11% 수준"이라며 "일본과 비교해도 2.09%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가 책정됐다"고 평가했다.국내 허가 수수료를 현실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에는 전문가 입장도 마찬가지다.권경희 동국대약대 교수는 "미국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등으로부터 'User fee' 형태로 수수료를 5억원 가까이 내고 있으며, 제품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는 건 수수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했다.◆심사 수수료 개편 방향은=식약처 심사수수료는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MHLW 등이 직접 수입·지출하는 것과 다르게 국가재정으로 편입된다.결국 해외 규제기관은 높은 심사수수료 재원을 기반으로 신속성과 투명성 있는 허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허가기관의 첨단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행정처리 비용만 받고 있는 수준이다. 송정민 연구책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기존의 심사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 체계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심사제도를 갖추기 위한 업무절차의 개선, 우수한 심사인력의 확충과 교육실시가 요원한 실정"이라고 밝혔다.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약 허가의 적정 수수료안으로 3가지안이 마련됐다. 1안은 '학술연구용역-임상 기준의 단가 5만1244원', 2안은 '세입세출내역-임상 기준의 단가 6만9566원', 3안은 '세입세출내역-24년 공무직 보수 기준에 따라 임상 기준의 단가 5만6257원'을 반영하는 것이다.심사소요시간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따른 심사요건 충족을 위한 소요시간을 조사해 911Man day(해당전문인력이 검토하는 시간)에 1일8시간을 곱한 7288시간으로 책정했으며, 단가에 맞춘 심사원가는 1안 37억3466만원, 2안 5억669만원, 3안 4억1000만원으로 나왔다.하지만 1안의 심사단가는 학술연구용역 기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고역량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데 있어서 적절하지 않고, 2안의 식약처 세입세출내역을 기반으로 한 심사단가로 산출한 수수료는 매우 높은 수수료로서 단기간에 업체가 수용하기 어려움이 예상됐다.따라서 최종 3안이 제시됐는데 신약 이외 자료제출의약품 등의 품목허가 및 기타 민원 전반에 모두 상승하는 경우 업체 부담을 가져올 수 있어 신약에 한해 심사원가 반영, 그 외 물가상승율 반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제시됐다.김상봉 국장은 "신약허가 수수료 재산정은 일본,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 수준으로 제품화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6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2024-09-22 16:42:41이혜경 -
비대면 조제, 무제한 허용 후 가파른 증가...미청구 태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의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으로 동네 의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전체에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폭증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는 통계 일부분에 그친다.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구분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통계는 국민건강보험 급여진료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제한돼 '비급여 비대면진료' 통계는 구체적인 통계량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특히 급여 비대면진료를 한 뒤 비급여 약제를 처방한 사례에 대한 통계 역시 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정부의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탈모, 비만, 여드름을 포함한 경증 피부질환, 향정약에 포함되지 않는 마약성 진통제 등 상대적으로 응급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진료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다.19일 국회와 보건의약계 곳곳에서는 정부의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통제 기전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일단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시행량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와 정책위원회다.의사 출신이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평가되는 김윤 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부터 제출받은 비대면진료 통계를 토대로 정부의 정책 실패 가능성을 지적했다.당초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릴 환자 대책 마련을 위해 비대면진료 규제를 전면 철폐해 동네 의원으로 비응급·경증환자를 분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 특히 종합병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의 비대면진료 시행량이 의원급 시행량을 압도하면서 동네 의원 환자 분산이 아닌 전체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활성화란 결과가 도출됐다는 게 김윤 의원 견해다.이에 김 의원은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정책이 악용되거나 오남용될 가능성을 살피고 비급여 비대면진료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제언했다.김 의원은 "환자 의료접근성 확대 목적을 넘어선 악용·오남용 가능성에 대해 의료기관과 중개 플랫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비급여 비대면진료 모니터링 강화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공적전자처방전, 비대면진료 제도화 필요조건"특히 민주당은 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비대면진료로 어떤 유형의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비급여 약제가 처방되고 있는지 살필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는 공적전자처방전 도입이란 게 민주당 진단이다.실제 공적전자처방 시스템이 구축되면 처방전 위·변조 방지에서부터 처방의사 본인 여부 확인과 환자 대리처방 여부 확인, 비급여 비대면진료의 제도권 내 편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편법·오남용 비급여 비대면진료에 대한 관리·통제 장치가 제도화되는 셈이다.조원준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급여 진료 영역에서 비대면진료 조차 큰 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극렬하게 확인됐다"면서 "결국 제한 없는 비대면진료는 의료전달체계를 무력화하고 병·의원, 약국 간 경영 양극화를 야기할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통계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원준 수석은 "더 큰 문제는 비급여 비대면진료 내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무제한 시범사업이) 비급여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적전자처방전 법제화는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당론으로 입법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약국 비대면조제량도 증가…수가 미청구 사례 40% 초과올해 2월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의료기관 시행량이 급증한 만큼 약국 비대면조제 건수도 크게 늘었다.약국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 통계를 보면 무제한 비대면진료 이전인 지난해 11월 비대면조제 건수는 7만8786건, 12월 9만9296건 1월 10만3518건에서 전면 허용 이후인 3월 13만104건, 4월 13만5208건, 5월 12만5694건으로 집계됐다. 약국 비대면조제 시행량이 평시 대비 무제한 허용 후 3만~5만여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특이한 점은 약국이 비대면조제를 시행한 뒤 정부가 지급하는 수가인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를 청구한 비율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란 점이다.올해 1월 비대면진료 조제건수는 10만3518건이지만, 수가 청구 건수는 5만4685건, 미청구는 4만7960건으로 나타났다.이를 놓고 약사회는 정부가 야간·심야·공휴일 시간대 지급하는 조제료 할증 수가와 비대면조제 수가를 중복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 미청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야간·심야·공휴일 조제료 할증 수가액이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인 1020원보다 높은 만큼, 약국이 조제료 할증 대신 시범사업 관리료를 청구해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아울러 약사회 역시 정부와 국회를 향해 비급여 비대면진료 폭증 관련 통계를 살필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 법제화, 비대면진료 후 비급여 의약품 처방 사례 통보 의무화 등이 약사회가 제시한 해법이다. 야간·심야·공휴일 조제료 할증과 비대면조제 관리료 중복 미적용 행정에 대해서도 약사회는 "형평성과 타당성에 어긋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공적전자처방전이 제도화되면 비대면진료 시 허위 처방전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된다"면서 "비대면진료 후 고위험 비급여약 처방 사례 관리를 위해서는 비급여약을 비대면 처방한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최광훈 회장은 "비대면 비급여약 처방 통계가 심평원에서 집계돼야 고위험 비급여약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본질이 의료접근성 확대인 만큼,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증·만성질환에 대한 비대면진료를 금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면서 "비대면조제 수가의 경우 야간·휴일 조제료 할증과 중복 적용되지 않는 행정은 문제가 크다. 제도적으로 조삼모사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서울시약사회 권영희 회장도 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강조했다.권 회장은 비대면진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공적전자처방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성분명 처방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것을 제어해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려면 공적전자처방전과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권 회장은 "21대 국회 때 공적전자처방전이 도입되지 않아 비대면진료가 과잉 진료를 양산하고 고위험 비급여약 처방·오남용을 부추기는 문제를 여러 채널에서 지적했지만, 법안이 임기만료 폐기됐다"면서 "그 이후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모든 보건의약 이슈가 혼란에 빠졌다. 비대면진료도 부작용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권 회장은 "오늘날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진료를 하는지, 환자가 본인인지, 화상진료는 이행되는지 전혀 알 수 없이 무제한 허용되고 있다. 공적전자처방전은 정부가 나서서 추진해야 할 일인데 되레 약사회가 주장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비대면진료는 특정 약국 몰아주기 등 담합마저 가능하다. 비대면진료가 정상적으로 정착하려면 성분명 처방까지 제도화돼야 한다"고 했다.이어 "비대면조제 수가가 야간·휴일 조제료 할증과 중복 가산되지 않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정부 행정이다. 약사가 비대면조제를 청구하면 가산 조제료 할증을 손해보는 정책을 수립한 게 미청구 사례 양산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위조 처방전 발급, 고위험 비급여약 비대면 처방 중지 등을 위해 공적처방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를 스스로 오남용하지 않도록 제도화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대면진료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비대면진료 의료기관에는 페널티를 주는 시범사업 가이드라인 구축과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박영달 회장은 "공적전자처방전도 비급여 비대면진료 등에 대한 제어장치가 될 수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과 의료법에 비대면진료에 대한 상벌 규정을 넣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면진료를 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비대면진료 오남용 기관에 페널티를 부여해 대면진료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2024-09-19 19:24:04이정환 -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대…병원급 증가율, 의원급 압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23일을 기점으로 비대면진료를 무제한 허용한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보다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증가율이 월등히 큰 것으로 집계됐다.가장 증가폭이 큰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으로, 무제한 허용 이전 3개월 평균 월 5건에 그쳤던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무제한 허용 이후 3월과 4월 두 달간 월 평균 1100건을 초과했다. 단순 증가율만 따지면 약 2만2000%를 뛰어넘는 수치다.같은 시기 비대면진료 건수·지급 수가 규모는 상급종합병원과 병원, 전문병원도 크게 늘었는데 상급종병은 평상시 월 평균 63건에서 월 180건으로 약 185%, 병원은 월 평균 230건에서 1236건으로 약 437%, 전문병원은 월 평균 1건에서 17건으로 약 1600% 급증했다.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 역시 늘었다. 평상시 월 평균 약 12만5705건이었던 의원급 비대면진료 건수는 3월과 4월 두 달간 월 평균 17만944건으로 36% 넘게 늘었다.15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기관 종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통계'를 살핀 결과다.이번 통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전문병원, 의원이 실시한 비대면진료 건수와 정부 지급 시범사업 관리료를 중심으로 분석했다.정부는 올해 2월 23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의료기관 종별을 가리지 않고 규제 없이 무제한 허용중이다.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대응책으로 보건의료재난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 영향이다.통계를 보면 무제한 허용 이후인 3월과 4월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와 관리료 지급 금액은 급증했다. 가장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 곳은 종합병원이다. 종병은 지난해 11월 10건, 12월 4건, 올해 1월 2건의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고 그에 비례하는 시범사업 관리료를 수령했다.그러나 종병은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이 결정된 2월에는 24건을 기록하더니 3월에는 1044건, 4월 1122건의 시행 건수를 보였다. 2월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월 평균 시행량이 2만2000% 넘게 증가했다.종병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전문병원과 병원으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각각 약 1600%, 약 437% 늘었다. 전문병원의 평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월 1건이었지만 무제한 허용 이후 17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병원은 월 230건에서 1236건으로 증가했다.상급종병도 평시 월 63건에서 무제한 허용 후 월 180건으로 약 185% 증가율을 보였다.의원급도 시행량이 늘었다. 월 평균 12만 5705건에서 무제한 허용 후 17만944건으로 증가했다.의료기관 종별을 따지지 않고 전체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따지면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무제한 허용 이전 대비 이후 약 37% 늘었다.장벽 없앤 비대면진료, 효과·부작용 정밀 분석은 부재의정갈등이 촉발한 의료대란 위기로 인해 비대면진료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서 시행량이 폭증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효과·부작용 분석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 상황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 이후 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당시 복지부는 무제한 허용 시점인 2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약 10주 간 의료기관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총 38만3286건으로 월 평균 16만건, 하루 평균 5637건이 청구됐다고 밝혔었다.그러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기관지염, 알레르기비염, 비인두염 등 경증 질환이 비대면진료 주요 5대 질환이라고 설명하며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이 상급종병의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의원들은 크게 늘어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국내 보건의료 생태계에 가져올 효과·부작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정부 자료를 제출받은 김윤 의원도 의원급 증가율을 병원급이 훌쩍 뛰어 넘은 배경에서부터 병원급 비대면진료의 주된 상병명, 비대면진료량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영향 등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막연히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이 응급·중증의료 대란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부의 행정편의적 분석이자 지나치게 근거없는 주장이란 지적이다.실제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증가율이 의원급 증가율을 상대적으로 압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어떤 변화와 영향이 발생했는지 정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복지위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료대란을 비대면진료 규제 해제로 막겠다는 정부여당 취지에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의원급 보다 병원급에서 증가율이 가파른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무제한 허용 이후 어떤 모양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고, 효과는 무엇이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어떤 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 후속 행정이나 입법에 나서는 게 정부의 의무"라며 "아직 법적 근거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시범사업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의료대란 해결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부연했다.의료계 "비대면진료량 증가, 응급의료 대란 근본 해결책 아냐"의료계도 정부가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중증의료 대란 장기화 사태 대응책으로 무제한 비대면진료를 내세우고 있는 것을 두고 "환자 치료기회 박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은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밀집도를 당장 낮추는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의사 대면진료 기회를 점점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오진률을 높이고 적기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의료계 진단이다.무엇보다 규제 철폐로 의원급 비대면진료량이 늘어난 것을 응급의료 대란 해소 효과로 직접 연결짓는 정부 해석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복지부가 응급의료 대란 관련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하고 계속 편법과 임시방편으로 정책을 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대면진료"라며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의료대란을 촉발해놓고 국민의 의료안전성을 해치는 방향의 비대면진료를 확대하고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높여 당장 국민의 응급실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최안나 대변인은 "복지부 정책으로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동네의원을 더 이용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응급실 방문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조기 진단을 늦추거나 적기 의료를 방해해 환자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상급병원 이용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비대면진료 확대나 중증 진료 분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의료안전성을 되찾을 실질적인 문제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024-09-18 09:01:52이정환 -
"재고 늘리고 교품하고"...약국에만 떠넘기는 품절사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앞으로 벌어 뒤로 밑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코로나19로 처방이 증가하고 감기약 같은 일반약 판매가 늘어나며 전체적인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을 법도 하지만, 품절사태를 겪은 약사들이 재고를 늘리면서 현금성 자산은 줄고 재고만 늘어나는 이상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약국이라는 공간은 한정돼 있고, 적정수준 이상의 재고를 늘리는 것이 경영지표상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재고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사들의 답은 품절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약국, 약사에게만 지워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재고확보, 처방변경, 사후통보까지 '약국 몫'= 재고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부터 의사에게 재고 여부를 안내하고, 대체조제 분에 대한 사후통보를 하는 전과정에 대한 책임이 약국에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방에 대비하기 위해 의약품을 구비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이기는 하나, 품절 원인과 예상 공급시기 등을 알지 못하다 보니 재고를 늘리고,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A약사는 "품절이 약국의 문제가 아님에도 전적으로 약국에 책임이 부과되다 보니 부담이 된다. 품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처방 약이 품절되는 경우 동일성분 제제를 확보하게 된다. 품절약 대란으로 인해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의사와 환자 인식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처방 변경을 극히 싫어하는 의료기관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약국을 지명하는 담합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어 "환자 상담이나 복약 등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약사들의 주업이 품절 사태 이후 재고 확보로 바뀌고, 재고를 잘 확보한 약사가 유능한 약사가 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지난해 11월 개최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 품절사태 이후 약국과 제약·도매 입장도 뒤바뀌었다. 이전에는 제약사나 도매업체 등이 약국에 와 디테일을 하고, 주문을 부탁하는 상황이었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도매가 칼자루를 쥐게 되면서 전적으로 약국이 '을'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B약사는 "제약사와 도매상이 약을 쥐고 있다 보니 아쉬운 소리를 할 뿐"이라며 "특히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약국들의 경우 대형약국 대비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제약·유통사 '인질극', '거짓품절 소문'까지= 대형약국 위주로 약이 공급되면서 약사들이 고개를 돌린 게 온라인몰이다.제약사의 몰 비율도 증가했지만, 여러 유통업체를 한 데 모은 몰도 품절약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오프라인 거래보다 품절약 등을 구하기 용이해진다는 장점 때문이었지만, 최소주문금액을 맞춰야 하고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약국의 불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최대 구매 가능수량이 제한돼 있는 감기 관련 제제. C약사는 "코푸시럽 4~5개를 사기 위해 20만원 어치를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12P 4~5개라고 해도 4~5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품절약을 볼모로 최소주문금액 이상을 결제하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수량제한을 둠으로써 보다 많은 약사들이, 골고루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유통업체 측 설명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약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인질극' 내지는 '끼워팔기'인 셈이다.B약사는 "이로 인해 재미를 본 도매상들이 꽤나 많다. 재고가 있어 주문을 하면 전화가 와 '수량제한이 있다'고 하거나, 임의로 주문 수량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일부 품목을 구하고자 당장 필요치 않은 약들까지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한 도매상이 특정 약의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 품절 정보 역시 혼란을 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제품이 품절될 것이라는 소문을 흘림으로써 주문을 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최근에는 일부 제약사나 도매업체에서 창고털이의 한 방식으로 거짓 소문을 흘렸다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대한약사회 역시 제약사의 가짜뉴스 확산과 의도적인 품절약 마케팅 등에 대해 주시한다는 입장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생산이 증대되고, 누구든지 약을 구할 수 있다면 품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품절은 약국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약국을 중심에 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며 "제약사나 도매상의 도를 넘어선 마케팅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지금까지는 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통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제약사에 윤리의식 확보 등을 제안했지만 그럼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정책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제도'와도 맞물리는 품절 문제, 대책은?= 약사회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단순 수요와 공급 문제로 기인한 현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감기 관련 제제 같이 계절에 따른 영향이 뚜렷한 품목도 있지만, 유사 제제의 급여 삭제·축소, 처방량 증가 등 문제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약사회 관계자는 "3개 메이저 도매상이 전체 의약품 유통의 90%를 책임지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품목 수도, 유통업체 수도, CSO 업체 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고려할 부분 역시 많다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사례가 사용량 약가인하 제도"라고 말했다.청구액이 예상청구액 또는 전년도 청구액 대비 일정수준 이상 증가해 보험재정 부담이 발생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이지만, 품절이 발생했다고 무작정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특히 인하된 약가의 경우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보니, '약이 부족했을 때 누가 생산량을 증대시키겠느냐'는 부분을 놓고 이견이 빚어진다는 부분이다.건일제약 천안공장에서 풀미칸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김유미 식약처 차장. 약사회 관계자는 "품절약 민관협의체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PVA)이 Agreement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증산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실제 지난해 사용량이 급증한 항생제와 진해거담제, 독감치료제 등 45개 품목의 경우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적용을 받게 되지만, 약가인하 대신 일회성 환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약가인하를 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환급계약은 감염병 대유행 등 특정 사유로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약제에 대해 업체의 요청에 의해 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물론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인하는 피했지만, 환급에 따른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약사회는 3개월, 6개월, 1년 등 장기처방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는 입장이다. 2001년까지는 최대 처방이 한 달로 묶여 있다 보니 장기처방으로 인한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20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처방 행태가 변경되고, 점차 장기화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아울러 약사회는 코로나19 재유행 등과 관련해 감염 예방 수칙 준수 등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다면 병이 걸린 뒤 약을 주는 방식이 아닌,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홍보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정책건의서에는 성분명 처방, 사후통보 폐지 등도 포함돼 있다. 다만 카운터 파트너가 존재하고, 당장 시행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보니 지속적인 건의와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균등공급에 대해서도 "모든 제품에 대해 균등공급을 할 수는 없지만 시기와 필요성을 보고 있다. 9월 이모튼에 대한 균등공급을 우선 진행할 방침"이라며 "균등공급 역시 부작용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만약 증산조치가 이뤄진 경우에도 약이 부족하다면 유통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약사회 역시 품절로 회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2024-08-28 15:23:09강혜경 -
국산신약 약가산정 최우선 조건은 '혁신·독창성'[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정부의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 제도개선 방안'이 구체화 되면서 국산 신약의 올바른 약가산정 출발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신약의 혁신가치를 반영해 신약개발 투자의 선순환 유도를 돕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제약사에게도 산업 고도화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평가다.반면 혁신형 제약기업을 골자로 하는 약가 지원 제도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도 역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정부, 국산 신약 지원 목소리 응답…핵심은 '혁신형 제약기업'지난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 제도개선 방안'(이하 신약 혁신가치 제도)은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혁신 신약의 적정가치 보상 제공 및 환자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그동안 신약에 대한 적정 보상이 미흡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 및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유인이 낮다는 제약업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한 제도다.핵심은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선순환 등 혁신성장을 위한 노력에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제약바이오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국내사를 관통하는 신약 혁신가치 보상 방법은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개선안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이 생산한 약제가 사용량 지속 증가로 5년 중 3회 이상 인하 대상으로 선정 시 3회차 인하율을 보정하겠다고 명시했다.또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기업의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기업요건(필수약 공급)과 약제요건(세계 최초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을 모두 만족해야 했다면, 제도개선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 한국인 대상 확증적 임상시험 수행 식약처 신속심사(GIFT)로 허가된 경우까지 확대했다.이 밖에도 대부분의 국내 개발 신약은 이중가격 설정이 가능한 위험분담제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임상시험 수행 등으로 약가를 우대한 신약 중 기술 수출, 외국 시판 계획 등이 확인되는 경우 환급형 가격 방식으로 등재되는 개선안이 포함됐다.당시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런 정책들을 통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추가할 것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재투자가 되면 신약이 개발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며 "2027년 블록버스터 신약 2개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험 분야에서도 혁신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국내사, 자회사 통한 신약개발 딜레마…디테일 필요한 혁신신약 제도국내 제약업계 역시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적절하게 보상하겠다는 정부 기조가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문제는 디테일이다. 국산 신약과 수출 약제에 대해 기존보다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반갑지만, 신약 개발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국내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혁신형 제약기업'을 벗어난 포괄적인 약가 우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신약 혁신가치 제도는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적용 범위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시각이다.혁신형 제약기업은 지난 6월 20일 복지부 고시 기준 총 42개 사가 인증을 받았다. 이중 ▲국내사 27곳 ▲바이오벤처 12곳 ▲외국계 제약사 3곳 등으로 국내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인증요건은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그리고 리베이트와 윤리성 등의 요건이 존재한다. 이후 연구개발 혁신성 등을 인증기준으로 두고 있다.즉, 충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혁신성과 윤리성을 가진 기업이 혁신형 제약기업이고 이러한 기업의 신약 개발 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반면 국내사는 스핀아웃(spin out)이나 바이오벤처를 통해 자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가 있어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R&D 투자 및 국가경제 발전 등에 기여했으나 비혁신형 기업 등의 사유로 현행상 약가 우대 대상에서 예외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신약 개발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 선순환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약가우대 대상 요건 정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포함되지 않은 기업에서 신약이 개발될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신약개발 자회사를 가지고 있거나,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신약을 라이선스인 할 때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없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고 밝혔다. 일례로 혁신형 제약기업 중 ▲일동제약-유노비아 ▲유한양행-이뮨온시아 ▲대웅제약-아이엔테라퓨틱스 등의 자회사가 존재한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현 제도에서는 모기업의 혁신형 제약기업 유무와 별개로 약가 우대를 받기 어렵다.이밖에 제일약품의 사례가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4월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자큐보는 국내에서 개발한 37번째 신약이지만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혁신형제약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제도개선에 따른 약가 우대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하고 있는 과민성 방광 치료 신약 'DA-8010'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올해 초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약바이오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혁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혁신성과를 창출하는 생태계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를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를 비롯, 산업 현장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약가 보상체계'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단순하고 합리적인 약품비 관리 및 산업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나갈 방침이다.결론적으로 R&D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등 약가 보상체계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신약 가치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보상 필요하다"며 "이런 지원이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외에도 신약개발 기업의 범위 확대에 대한 고민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그는 "기업범위 확대 외에도 해외 의약품 시장에 기시판되어 수출 등을 통해 국내 경제 또는 산업에 성과를 창출한 의약품인 경우 대상으로 포함하는 약제범위 확대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2024-08-26 06:00:55황병우 -
코로나 확산·일상화된 장기처방…약국에 약이 없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감염병 유행은 의약품 품절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2020년 1월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약국의 일반약 매출 1위는 2021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년 넘게 타이레놀500mg이 독주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외래 처방 시장 역시 2021년 226억원에서 2023년 572억원으로 2년 새 153.4%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나비효과인 셈이다.여름철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면서 또다시 품절 이슈에 불이 붙고 있다. 대란을 낳았던 품절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기침감기약과 종합감기약 등 1665품목의 생산·판매·재고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동향이 감지될 경우 식약처와 복지부, 제약협회, 의약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약품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통해 즉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약국에 약이 없는' 상황을 경험한 약사들은 일찌감치 재고 확보에 여념없는 모습이다.◆진해거담제부터 AAP까지 감기제제 비상?= 7월 말 코로나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부터 감기 관련 제제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키트와 먹는 코로나 치료제 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을 감지한 약국과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수 천개씩 있다고 표시됐던 약사전용 온라인몰의 재고는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갔고, 제약사들 역시 재고 확보 당부와 가격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엔데믹 이후 잠잠하기만 했던 약국 시장에 반전이 나타난 것이다. A약사는 "코로나 위기단계가 관심으로 하향되고,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도 잠잠해지면서 5월부터 7월 중순경까지 그야말로 비수기가 이어졌다. 제약사들 역시 각종 프로모션을 앞세우며 주문 독려에 나섰지만 환자가 없다 보니 주문이 신통치 않았다"고 말했다.코로나19와 감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진해거담제와 AAP 제제 일부에서 품절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는 태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환자 감소와 유료화 전환 등의 영향으로 처방 제로 수준을 보였다는 게 이 약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확진환자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진해거담제와 해열진통제를 필두로 의약품 품절 현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코푸시럽, 코대원포르테, 코대원에스, 시네츄라, 아세트아미노펜 325mg·500mg·625mg, 탄툼 등이 대표적이다.A약사는 "처방에 대비해 주문량을 늘리다 보니 오미크론 유행 당시 품절이 빚어졌던 진해거담제, 해열진통제 등을 중심으로 품절 조짐이 나타났고, 최대주문수량 제한 등이 걸리기 시작했다"며 "현재도 주문수량 등이 제한돼 있고, 재고 자체가 적어 사실상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품절 조짐은 불안으로 이어졌다. 수량 제한 등이 걸리기 직전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가량 재고를 비축했다는 글도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B약사는 "처방이 많은 약국이다 보니 우선 재고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진해거담제의 경우 약가인상 조치라는 수단까지 동원되지 않았었냐"면서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일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코로나19가 감기로 인식되면서 지난 오미크론 사태 때와는 달리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오미크론 유행 당시 의원급의 PCR검사 등이 무료로 진행되고, 코로나 치료제 등도 본인부담이 없어 처방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이 있고 PCR검사 등까지 유료로 전환되면서 증상이 경미한 2040 세대에서는 일반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당장 코로나19 환자 증가가 둔화되면서, 8월 말 35만명 확진이라는 예상보다 적은 수치의 감염으로 끝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지난 주 개학한 초·중·고등학교 소규모 감염과 가을철 환절기 감기 환자 증가 등도 변수다.C약사는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해서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격리나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이 해제되면서 오히려 소규모 감염은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의정갈등 사태 여파 '여전'…해갈 안되는 장기처방약=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올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사태로 인한 품절약 여파도 여전하다.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3개월 텀 처방이 6개월, 1년치씩 장기화되다 보니 장기복용이 가능한 액시마정, 훼로바유서방정, 씨잘정, 메티마졸 등을 중심으로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부광약품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품절의약품 공급 관련 안내의 글'. 장기처방약 품절 문제는 역시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7월 바로팜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 따르면 액시마정은 신청횟수 3만418회로 2위를, 훼로바유서방정과 씨잘정5mg, 메티마졸정은 3,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품절이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용노동부와의 협의를 통해 '주52시간 해제'까지 허용하고 나섰지만, 쉽사리 수급난이 해갈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품귀로 감기약 생산직에 한해 주52시간 이외 연장근무가 허용된 이후 두번째 사태였다.부광약품 관계자는 "장기처방 빈도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한 품절이 가수요 또한 유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 생산량 확보를 위해 긴급 인력 채용, 포장 외주화, 타정기 추가 등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물론 52시간 이외 연장근무가 허용되면서 씬지로이드의 경우 생산량이 증대되며, 일부 수급에 대한 컴플레인 등이 줄어들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레가론정, 하드칼츄어블정 등 부광약품의 품절 이슈가 계속되면서 회사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회사 관계자는 "생산, 유통에는 차질이 없다. 아마도 품절을 경험한 약국에서 주문량을 늘리면서 하루, 이틀씩 품절 이슈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회사로서도 난감하다"고 말했다.◆이모튼, 브로나제, 심발타…장기품절 약, 해소는 언제?= 장기간 품절이 이어지면서 수급난이 고착화된 품목도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이모튼, 브로나제, 심발타, 푸로작 등이다.이모튼 장기 처방 사례. 특히 이모튼 품절의 경우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약국은 물론 정부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골관절염 치료제로 처방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주원료인 아보카도 작황 등에 따라 영향을 받다 보니 무제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부분도 아닌데다, 필수의약품 역시 아니다 보니 우선은 상황을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품절약 협의체 참석 관계자의 설명이다.실제 이모튼은 급여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된 의약품 가운데 하나지만, 매년 처방액에 있어 상승세를 보이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지난해 3분기 누계 처방액은 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처방액 증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생산 등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약국가에서의 부족 현상은 심화되는 상황이다.바로팜에 따르면 7월 품절입고알림신청현황에서 이모튼이 7만7600회로 1위를 차지했다. 바로팜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 있어 줄곧 1위를 차지하는 품목 역시 이모튼이다. 전 달인 7월에는 무려 7만7601회의 입고신청 알림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3만418회로 2위를 차지한 액시마정의 2배가 넘는 신청 알림이 이뤄진 것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일선 약국에서는 급여 삭제에 대한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이모튼의 경우 감기약처럼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모튼으로 인해 콘로인, 조인스의 처방이 늘어나며 품절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복용하는 환자가 이모튼을 선호하는 이유는 복약순응도에 있다. 일반적인 소염진통제 성분의 록소프로펜,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등의 경우 1일 3회 복용을 해야 하지만, 2세대 아세클로페낙, 3세대 쎄레브렉스 등의 경우 복용 횟수가 2회 내지 1회로 줄어들었고 알약 자체의 크기도 작아져 복용순응도 역시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는 "이모튼의 경우 소염진통제는 아니지만 하루 1회 복용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보약처럼 장복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당장 급여 삭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처방일수를 일부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약사회 측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180일치 처방 같은 장기처방에 대해 제동을 걸 필요는 있다는 설명이다.브로멜라인 역시 1년 넘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가 임상재평가 종료를 앞두고 줄줄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시작된 브로멜라인 풍선효과가 여전히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브로멜라인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스트렙토 시장이 브로멜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도 브로나제 장용정, 브로다제 장용정, 영진 브로멜라인 장용정, 로멜라인 장용정 등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심발타, 푸로작 같은 항우울제 품절 역시 지속되고 있다. 판매처 변경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재공급 예상 시기 등도 정해져 있지 않아 수급에 대한 어려움 역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B약사는 "약국에 약이 없어 쩔쩔매는 상황을 약사도, 소비자도 겪다 보니 품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동일성분 조제나 대체조제 등에 대한 인식이 긍적적으로 바뀐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은 기호재가 아닌 '필수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복용하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태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감기약은 물론 장기처방으로 인한 품절, 장기간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고착화되는 품절 등 각각의 원인에 따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2024-08-25 13:26:27강혜경 -
정부-제약업계, 경제성평가 면제 유예 '동상이몽'[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경제성평가 생략 유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생략이 아닌 유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반면 제약사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라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등재 입구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 제도의 기준에서도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치료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정부도 경제성평가 생략 하나만 바라보고 제도를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맞물려 있는 급여 등재 시스템이 많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선보다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사후관리에 좀더 집중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핵심은 사후관리를 위한 평가도구로 유력한 실제사용데이터(RWD, Real World Data)에 기반한 실제임상근거(RWE. Real World Evidence)다.RWD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 결국 어떤 기준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디테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경평생략 개선 방향 축소 아닌 관리…평가도구 'RWE' 부상'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서는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이하 경평생략)를 경평유예 제도로 전환하고 기준에 등재 전과 후에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기존 경평생략 영역 중 일부를 등재할 때 경제성 입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전환하고, 미충족 의료 해소 등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때에만 사후 경제성 입증 허용으로 설정하겠다는 복안이다.결론적으로 임상적 필요도 및 중증도 요건의 개선과 환자 수에 관한 내용을 재정비하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경평생략을 일부 축소하고 등재된 치료제의 사후관리 강화를 목표로 한다.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별개로 급여 등재의 문을 좁히지 않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경평면제 개선 시 사후평가에 RWE를 활용해야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제도의 축소보다는 이미 경제성평가의 어려움이 인정된 치료제를 등재 이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향후 개선 방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서는 RWE와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보고서 설문조사에서 정부, 제약업계, 학계 등 전문가들은 RWE와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사후평가의 자료원으로 꼽았다.RWE를 단독으로 고려하는 것은 5%에 불과했으며 RWE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은 91%에 달했다. 이중 RWE와 임상시험 중 어떤 자료를 더 우위에 둘 것인지는 각각 26%, 39%로 갈렸다.희귀질환치료제 특성상 단일군(Single-Arm) 임상이거나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제한적 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후 임상 3상 등 후속 임상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제약업계의 논의는 RWE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희귀질환치료제 불확실성 RWE가 없앨까?…학계 "충분히 가능"학계에서는 심평원이 경평생략 개선에 RWE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각이다.익명을 요구한 RWD 전문가인 A 약대 교수는 "경평생략 치료제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 최선의 근거로 무엇을 활용할 것인지라고 고민했을 때 RWE는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며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평이 생략됐다 하더라고 제약사는 근거를 쌓아야 하고 여러 방법 중 RWE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과거 솔리리스가 글로벌 레지스트리를 통해 근거를 만들어 제출하고 급여조건을 없애는 데 활용한 사례가 있듯이 심평원도 자료를 요구하고 사후평가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 다만 그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쟁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이와 관련해 제약업계는 심평원이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RWE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과 결국 그 자료가 급여기준을 축소하거나 약가를 인하하는데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희귀질환 치료제는 근본적으로 RCT가 불가능하고, 외국에서도 RCT 수행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자료를 수집한다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만들고,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모으는 문제 등이 있고, 이에 대한 모든 과정과 예산승인을 위해 본사와 논의 해야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결국 환자가 몇 안되는 희귀질환에 수십억 임상연구비를 지출해야 하고, 결국 약가인하로 귀결된다면 결국 한국은 글로벌 론칭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겠냐는 얘기다.가령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시 최초에는 한국인 데이터를 내지 않고 허가받았지만, 장기추적 시에는 한국인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처럼 심평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A 교수의 시각이다.경제성평가 전문가인 B 약대 교수는 "경평생략 치료제의 특성을 봤을 때 한국인 데이터를 별도로 뽑아 작은 환자 집단에 대해 분석하는 게 통계적인 검증력 등의 측면에서 의미 없을 때가 많다. 결국 글로벌 RWE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한국인에게 사용한 데이터를 확인하면 제일 좋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더 좋은 근거인 RCT가 있고, RWE 활용에 대한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글로벌데이터를 활용 등 탄력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고 전했다.심평원 RWE 활용 숙제 결국은 '디테일'특히 전문가들은 경평생략의 사후평가에 RWE를 활용한다면 재평가 기간을 '치료제' 단위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WE 제출 기간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제품 특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A 교수는 "치료제가 실제 현장에서 처방되고 등록되어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해 의미있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기에는 3년도 빠듯할 것으로 본다"며 "회사가 언제까지 근거를 내겠다는 기간과 글로벌과 국내 자료 중 무엇을 분석할지 제출하고, 이를 심평원이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면 서로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이 과정에서 자료 제출 기간을 제약사에게 열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매년 간단한 연례 보고를 받는 등의 장치를 둘 수 있는 만큼 기간을 규정하지 않은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또 RWE 제출과 관련해 다른 고민은 심평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다. 후향적 데이터의 특성상 레지스트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B 교수는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심평원이 RWE를 업무에 완전히 반영하고자 한다면 공공적으로 협의해 데이터 접근을 열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RWE 중에 후향적 데이터를 못 쓰면 결국 병원별로 자료를 모아야 하고 레지스트리를 자발적으로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이 또 다른 옥상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결국 경평생략 개선에 RWE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해외에서는 RWE 자료를 좀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NICE의 RWE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상반응 등 환자안전성 자료나 임상현장에서의 효과 뿐만 아니라 질병의 경제적 부담 추정, 바이오마커와 같은 검사결과의 정확도 추정, 치료에 결정을 미치는 요인 측정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아울러 경제성평가 등 가격결정에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환자시작 특성, 사건발생률, 진료 특성, 건강상태간 전이확률, 자원사용 및 비용 등 모형의 가정에 불확실성을 줄이는 용도로 권고되고 있다.다만 이를 위해서는 RWE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원과 제도적 장치 그리고 제약사의 노력까지 쌍방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시각 역시 저변에 깔려있다.또 분절되지 않고 얽혀있는 급여 등재 제도 특성상 하나의 개선안으로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도 존재한다.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논의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2024-08-20 06:00:38황병우 -
경제성평가 생략·유예 갈림길...핵심은 사후평가[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건강보험급여 등재가 어려웠던 희귀질환치료제의 중요한 급여트랙으로 자리 잡은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경제성평가를 생략해 급여 등재의 문을 열어줬지만, 급여진입 이후 사후평가를 통해 급여 적정성을 보는 '유예'로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정부의 경제성평가 생략제도 개선 의지는 확고하다. 등재의 문을 좁히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희귀질환치료제 가진 불확실성을, 사후평가를 통해 재평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제약업계는 현 제도에서도 등재되지 못하는 희귀질환치료제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개선과 함께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도한 제한은 제도의 취지가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경평생략 개선 드라이브 거는 심평원…"사후관리 고민 지금도 늦어"이전부터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이하 경평생략) 요건을 강화해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희귀난치질환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차가 공존해 왔다.경평 생략의 개선 논의의 부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주로 진행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의 발표와 맞물려 있다.지난해 말 공개된 보고서는 2015년 도입된 경평 생략 제도의 현황, 문제점을 분석한 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심평원은 보고서에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현 경평생략 제도를 손보겠다는 생각이다.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평원은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있다는 생각이다. 즉, 보고서를 통해 심평원이 생각하는 경평생략 개선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경평생략은 대체제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통계적 근거 생성이 곤란 희귀질환치료제 등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5년 5월 도입됐다. 제도 도입 이후 2023년까지 총 39개의 치료제가 등재됐다.2023년 기준 경평면제로 등재된 약제현황. 보고서에 지적한 핵심적인 문제는 '비교적 임상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급여 적정성 판단이 이뤄졌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과 '비용-효과성 평가가 생략되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것이다.최근 신약으로 급여 등재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가 경평생략을 통해 진입하는 비율이 커지는 등 고가신약의 등재를 쉽게 하기 위한 통로로 남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겨있다.또 보고서에는 경평생략을 통해 등재된 약제는 위험분담제나 경제성평가를 통해 등재되는 성분에 비해 환자당 소요 비용이 높다고 분석됐다. 이는 경평생략 약가와 비교를 통해 후발 약제가 진입하면서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영역이 개별 약제를 넘어 질환 단위로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다.결론적으로 현재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급여의 문을 열어두었지만, 많은 제약사가 경평생략을 통해 신약 등재를 노리면서 이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특히 보고서에서 영국, 호주, 캐나다, 스코트랜드 등 4개 국가와 국내 경평생략을 통해 등재된 약제-적응증을 비교했을 때 대부분(85~97%)이 제한적 급여 권고였다는 점에서 개선안의 방향성에 근거를 더했다.제한적 급여 권고는 특정 조건을 전제로 급여 권고를 받는 것으로 ▲위험분담 계약 체결 ▲불확실성 해소 등을 위한 자료 수집 의무화 ▲추가 자료 등을 제출하여 향후 재평가 ▲약가 인하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 대상자에게만 급여 (급여 대상자 제한) ▲별도 재원에서 급여 등이 있다.심평원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위해 경평생략을 시행했지만 불확실성을 가진 채로 영역이 확장돼 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사후관리에 대한 개선이 오히려 조금 늦었다"며 "제약사들도 경평생략 제도 등재 시 어떤 부분이 불확실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처음 준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경평생략 순기능 언급…경평 동반 손질 강조반면 제약업계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를 경평생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완이 없는 제도 개선은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한다.기본적으로 업계는 최근 경평생략이 더 활용된 이유는 기존 경제성평가 제도의 허들이 높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제도가 기본 제도로서 급여 등재 시도는 많이 하지만 통과되는 약제는 상당히 적다"며 "경제성평가를 하려던 약을 경평생략으로 바꿀 수는 없고 애초에 경평생략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정해져 있으므로 경제성평가를 할 수 있는데 경평생략을 선택한다는 시선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아울러 "외국에서 경제성평가로 평가되는 약제가 국내에서는 경평생략으로 등재되는 것은 외국은 경제성평가가 희귀질환 여부나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ICER 기준을 다양하게 적용해 불확실성 수용폭이 넓지만 국내는 그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 같다"고 언급했다.결국 약가 수준이나 사후관리를 고려할 때 경제성평가로 신청하고 싶지만, 현재의 ICER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 현재 정부가 가질 수 있는 경평생략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현재 제도 내에서도 충분한 해소 장치가 있다는 시각이다.가령 직접비교 임상시험이 없다는 부분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단일군, 2상 임상시험을 검토해 허가를 내렸다는 점 그리고 총액계약제로 예상 재정 초과 시에는 전액 환급하는 등 사후관리제도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이다.특히 제약업계는 현 제도 안에서도 이미 200명 이내의 소수 환자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거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지만 소아용 약로만제 제한되어 있는 점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경평생략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희귀질환 및 희귀암이 치료제가 많아 이 부분도 함께 챙겨봐야 한다는 의미다.이와 관련해 심평원은 여러 가지 급여 제도가 연관된 만큼 경평생략 하나만을 손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신약의 급여 등재 트랙. 경평생략은 희귀질환치료제가 대상인 만큼 '급여율'보다는 '신속함'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대여명이 짧은 환자들에게 경제성평가 등 급여 자료 마련이 어려운 치료제를 보다 빨리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이견이 없다.심평원 관계자는 "기존보다 치료제 급여 등재를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업계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제약사도 등재 시기부터 충분히 준비하고 이후 리얼월드데이터(RWD) 등의 자료를 통해 효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제약업계 역시 경평생략 개선과 함께 다양한 접근의 논의가 함께 이뤄진다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 조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RWD에 대한 계획서를 준비하고 검토하고 실제 수집하기까지 현재보다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경평생략의 신속도입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한다는 뜻을 내 비쳤다.이후 개선 논의의 핵심 쟁점은 RWD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평생략이 아닌 유예가 이뤄진다면 어떤 평가도구를 접목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RWD의 활용이 유력하다.아직 경평생략을 유예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RWD에 대한 정부와 제약업계의 시각차도 존재해 활용 정도와 방향성이 개선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2024-08-19 06:00:41황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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