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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의료쇼핑 관리 강화, 혼란보다 실익이 크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올해 11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의료 과다이용에 대한 실시간 관리가 이뤄진다.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 이력을 공유하고, 급여 기준을 지키도록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환자 진료 이력을 알 수 없어 급여 삭감을 피할 수 있었던 사례들도 앞으로는 예외 없이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 실랑이 등 현장 혼란을 우려한다. “왜 진료(처치)를 해주지 않느냐”는 환자 불만을 의료기관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공감이 가는 바지만 실익을 따져본다면 의료 과다이용 실시간 관리는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외래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12만명의 환자가 연 평균 201회의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그 중 연 366회를 넘기는 환자도 약 2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12만명이 연간 사용하는 진료비는 1인당 606만원으로 합산 7323억원에 달한다. 0.2%의 환자가 전체 진료비 36조 1660억원의 1.5%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연 365회가 넘는 외래 이용 시 환자 본인부담금을 90%로 상향했고, 현재 연 300회로 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다 의료 이용 관리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오는 7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리 항목을 선정한다. 11월~12월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월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심평원도 현장 우려와 반발을 고려해 2~3개 관리 항목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급여기준이 마련돼있는 항목을 선정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은 사전 알림에 가까운 서비스다. 사후 삭감될 수 있으니 환자 진료 이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은 실시간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정보를 확인해 급여 기준을 지키겠다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 중복 진료와 과잉 외래를 관리하는 역할을 새롭게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실시간 관리 이후 과다 의료 이용 절감에 대한 효과를 파악하고, 절감된 재정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시간 관리 시스템은 진료 행위에 관여하는 구속적 도구가 아닌, 만성질환 관리와 적정 진료에 대한 성과지표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심평원은 제도 안착을 위해 의료계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내년 2~3개의 관리항목으로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추가 항목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인데 곧 구성될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오히려 범위 확대에 허들로 작용하지 않도록 운영돼야 할 것이다.2026-05-08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코스피 7000과 바이오 디스카운트[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해 국내 증시는 가히 기록적이다. 연초 4309로 출발한 코스피는 5월 6일 종가기준 7384.56으로, 불과 4개월여 만에 70%가 넘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다수 종목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동안 제약바이오 섹터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연초 대비 KRX 헬스케어 지수는 4979.93에서 4658.66으로 오히려 6.4% 뒷걸음질 쳤다. KRX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28개 업종 중 연초 대비 지수가 후퇴한 곳은 헬스케어가 유일하다. 시장의 체급은 비약적으로 커졌으나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냉소적으로 변했다. 이른바 ‘바이오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다. 바이오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은 현장의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대가다. 제약바이오는 당장의 실적이 아닌 ‘가능성’을 먹고 사는 산업이다. 그 가능성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는 공시와 데이터다. 그러나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는 이 연결고리가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천당제약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해외진출 성과를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후로 제출된 공시에서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확정된 수치가 빠졌다. 삼천당제약은 이후로도 재공시를 반복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양치기 공시'라는 오명과 함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신뢰의 파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재 발표 전 경영진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임상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홍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될 때마다 데이터로 증명해야 할 신약 개발의 영역은 '희망 고문'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누적된 학습된 공포는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굳어졌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구호와 보건복지부의 "건보 재정을 위해 약가를 깎겠다"는 칼날의 충돌이 매년 되풀이된다. 제약바이오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는 고위험 산업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긴 호흡의 R&D에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단기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생태계를 받쳐줄 자본의 성격도 문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는 여전히 '뉴스에 사고 공시에 파는' 단기 테마성 자금이 주류를 이룬다. 신약 개발의 긴 호흡을 이해하고 함께 버텨줄 기관 투자자나 전문 벤처캐피털(VC)의 비중이 작다 보니, 시장 전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10년 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딜 '인내심 있는 자본'이 부족한 셈이다.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불신을 낳고, 정부의 엇박자 행정이 불확실성을 키우며, 단기 차익에 매몰된 자본이 변동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바이오 디스카운트'라는 족쇄를 만들었다. 코스피 7000 시대에 걸맞는 제약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족쇄를 풀어내야 한다. 시작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다. 기업은 투명한 데이터로 시장을 설득하고, 정부는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마련하며, 투자자 역시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신뢰라는 자산을 잃은 산업에 미래는 없다.2026-05-07 06:00:38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은 공존할 수 없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제약 강국 도약'과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 접근성 강화', '혁신신약 가치 보상 확대'를 목표로 제약바이오 산업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궁극적인 목표도 '신약 창출·필수약 안정공급·환자 급여 접근성 확대'를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전환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정책 비전에도 불구하고 '신약 코리아 패싱'은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성을 입증한 신약 개발 제약사가 한국 시장 출시를 후순위로 미루거나, 아예 출시를 포기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신약 코리아 패싱은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능력이 빠르게 향상하면서 앞으로는 국내 제약사도 코리아 패싱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미래가 예상된다. SK바이오팜과 동아ST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 강국을 표방한 우리나라가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인한 환자 치료 주권을 걱정하는 실정이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고민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약 코리아 패싱의 원인은 결국 '낮은 신약 건보급여 약가'다. 한국의 신약 급여 상한가는 OECD 평균의 절반,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란 비판이 따라 붙는다. 한국의 낮은 약가를 수용했을 때 다른 국가 역시 한국 가격을 참조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제약사들이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에 대한 최종 피해는 환자 즉,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신약 약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는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을 단일 재원으로 신약 약가를 책정하려다 보니 신약 가치에 상응하는 충분한 가격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제약 바이오 강국 실현과 신약 코리아 패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신약의 적정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한 넉넉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건보재정 외 신약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별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당장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건전성 확보와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란 상충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해법 역시 건보재정 단일 재원 탈피로 귀결된다. 별도 재원 마련이란 국가적 숙제이자 숙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여파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제네릭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건보재정 절감으로 이어져 왔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둘러싼 보건복지부, 글로벌 제약사, 국내 제약사, 환자 단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애먼 제네릭 등만 터져나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초고령 시대 진입과 초고가 신약들의 출시 증가 속 혁신 신약 급여 확대를 건보재정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복지부와 국내 제약산업, 환자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비좁아질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을 만드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논의될 수 있다. 영국의 항암제 기금 등 초고가 의약품 전용 기금을 신설하거나 담배세·복권 수익금 등을 일부 재원으로 혁신 신약 급여에 쓸 수 있게 허용하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국회에서 입법안이 발의돼 왔다. 관건은 정부 의지다. 복지부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더 나아가서는 국무총리, 대통령의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애초 제약 바이오 강국 도약, 환자 신약 접근성 강화란 정책 목표를 내건 주체 아닌가. 국회에서는 연일 혁신 신약의 신속 급여, 적응증 확대 급여를 촉구하는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무거운 책임은 으레 복지부 보험약제과에게 돌아가는 풍경이 반복된다. 복지부에게만 신약 급여 확대, 코리아 패싱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을 재촉할 수 있나. 복지부를 넘어 재정당국이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 마련이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성을 띠고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이 공존하는 모순을 즉각 해소해야 할 때다. "한다면 한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슬로건이 혁신 신약 급여 접근성 강화, 재원 확충에 예외여선 안 된다.2026-05-06 06:00:38이정환 기자 -
[데스크 시선] 혁신 희미해진 혁신형제약기업 제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예고한 개편 약가제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면 제네릭 약가가 덜 깎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 100곳 이상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신청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삭감된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제네릭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혁신형과 준혁신형 제약사는 약가를 천천히 깎는 당근을 부여할 계획이다. 혁신형제약사를 대상으로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산정률을 49%로 4년, 준혁신형제약사는 3년간 47%로 특례를 부여한 이후 4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다. 혁신형과 준혁신형에 포함되지 않은 제약사도 4년에 걸쳐 약가인하가 이뤄진다. 내년 49%로 떨어지고, 2028년 47%, 2029년에 45%로 낮아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이번에 새로운 등장한 용어다. 혁신형 제약기업보다는 연구개발을 덜 열심히 하지만 일정 수준의 노력을 입증하면 약가를 덜 깎겠다는 의미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에 따라 많게는 수백억 원의 손실 여부가 갈리는 탓에 인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시행 14년 만에 가장 큰 위력을 갖게 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혁신형제약 인증 제도는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제약산업육성·지원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이 제도의 근거가 마련됐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업체에 대해 세금 감면이나 연구비지원, 약가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신약개발 동력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사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제약사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약가우대를 제외하고는 당초 기대했던 세금감면이나 연구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이뤄지지 않아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제도가 반복되는 약가인하의 충격을 잠시 늦춰주는 완충장치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사전적 뜻을 지니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왕성한 연구개발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제도 취지와는 달리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연구성과나 질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단지 매출 대비 R&D 투자금 비중을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활용하는 현상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업들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방대한 자료 준비에 진을 빼고 공무원들은 해당 자료를 검토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소모적 행정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최근 제네릭 약가재평가를 거치면서 적잖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경험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허가용 제출 자료를 약가 우대 요건에 포함시켰다.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새로운 제네릭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품에도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를 진행했다.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수행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가 시작됐다. 제약사들은 문제없이 잘 팔고 있는 제품의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 2019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는 259건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2년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건당국 인력들은 2만개가 넘는 의약품의 약가 인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된 셈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유례없는 혼란이 펼쳐졌다. 한번에 수천개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고, 유통 현장과 약국에서는 약가가 변동된 제품을 교환하느라 혼선이 불가피했다. 심지어 제네릭 약가 재평가로 인한 변변한 재정절감 효과도 제시된 적도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과 산업 종사자들에 전가됐다. 시행착오가 반복되자 정부의 약가제도 학습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약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반복적인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혁신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도는 가장 반 혁신형 도구로 전락했다. 복잡해지는 제도에 기업과 정부는 더욱 소모적인 시간을 허비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지도 않는다. 도대체 왜 이토록 소모적인 정책 학습효과 없는 무리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2026-05-04 06:00:42천승현 기자 -
[기자의 눈] 제네릭 넘어 신약…국내 제약사의 체질 전환[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도전이 전환점에 들어섰다. 과거 제네릭과 단순 위탁생산(CMO)에 머물렀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차세대 항암제부터 비만 치료제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며 신약 중심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후기 임상이나 판매에 집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초기 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2상, 나아가 후기 임상까지 직접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신약 개발 전주기를 내재화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HK이노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항암, 비만, 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직접 개발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2상, 나아가 후기 임상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술 도입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전주기를 내재화하려는 전략 전환이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약물접합체 ADC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바이오 신약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특히 비만 치료제와 항암제는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지만, 기술 혁신에 따라 판도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중 기전 기반 비만 치료제와 차세대 ADC 항암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확장하며 가장 공격적인 연구개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중 기전 비만 신약과 항암 플랫폼을 양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JW중외제약은 통풍 치료제를 임상 3상까지 자체 개발하며 후기 임상 자력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단순 파이프라인 확보를 넘어 상업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 역량을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K이노엔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도입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병행하며 자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독자 파이프라인 확보로 이어가겠다는 복합 전략이다. 종근당은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통해, 유한양행은 자회사 이뮨온시아를 통해 바이오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 법인을 통한 전문화 전략으로 연구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역량 강화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고도화와 재무 여건 강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기술 도입과 자체 개발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 중이며 임상 단계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초기 기대감과 실제 성과 간 괴리도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이 방향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네릭 약가 인하와 CMO 경쟁 심화로 기존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신약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스스로 신약 개발의 방향을 설계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축적된 생산 역량과 글로벌 진출 경험, 점차 강화되는 연구개발 기반이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체질도 점차 바뀌고 있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신약으로 연구개발 구조를 전환하려는 도전이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지는 임상 성과와 사업화 역량에 달려 있다. 국내사들의 도전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시도에 가깝다. 그만큼 시장의 시선도 성과 중심을 넘어 과정과 축적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흐름을 지속된다면, 제네릭 강국을 넘어 신약 개발 강국으로 도약은 더 이상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2026-04-30 06:00:38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자금조달 훈풍과 유상증자 순기능[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4월 중순까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진행한 유상증자는 총 30건, 조달 규모는 7299억원에 달한다. 수억원대 소규모 유상증자부터 1000억원을 웃도는 대형 유상증자까지 자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에서 유상증자는 흔히 악재로 여겨진다. 신주 발행으로 인해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고 주당 가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상증자 공시 발표 직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무조건 부정적인 이벤트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상증자는 단순히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명확한 성장 로드맵 없이 운영자금 확보나 과거 부채 상환에 그치는 경우라면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술특례 등을 통해 상장한 기술성장 기업이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 같은 방어적 자금 조달은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동일한 재무 부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조달된 자금이 연구개발(R&D), 임상 확대, 생산시설 투자로 이어진다면 이는 우호적인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는 평균 10년, 1조원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에서 자금 조달은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미래를 위한 실탄을 제때 확보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결정적인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제3자배정이나 일반공모 등 조달 방법이나 투자자 구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유상증자라도 발행가 할인율이나 프리미엄 여부, 보호예수 조건 등 세부 조건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다. 참여 투자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인지 전략적 투자자(SI)인지에 따라서도 단순 자금 유입에 그칠지 아니면 사업 협력과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유상증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이뮨온시아의 경우 핵심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IMC-001'의 상용화를 가속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해당 물질의 임상 결과가 기대치를 상회한 데다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되며 인허가 리스크가 낮아진 상황에서 발빠르게 생산 공정(CMC)에 착수, 상용화 골든타임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흐름을 보면 제3자배정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발표한 유상증자 30건 가운데 대부분이 제3자배정으로 진행됐고 일반 공모는 이뮨온시아와 아미코젠 단 2건에 불과하다. 시장의 큰 손들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주주 가치 희석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유상증자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유상증자를 동일한 악재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자금 조달은 기업의 현재와 방향을 드러내는 신호이자 향후 성장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자금 조달이 국내 바이오 산업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2026-04-29 06:00:36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6개월 결제 묶는 의료기기법…현장 적용 관건[데일리팜=황병우 기자] ‘6개월 이내 결제’ 기준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기기법 개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거래 투명성 강화를 겨냥한 규제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자금 운용과 거래 구조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제도 설계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27년 12월 31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기기법은 특수관계 거래 제한, 대금 결제기한 명문화, 계약서 작성 의무 및 특수관계 의료기관 현황 보고 등 유통질서 관리체계 강화를 핵심으로 한다. 구조적으로는 유통과정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과 투명성 강화에 방점을 둔 '유통 질서 정상화'를 위한 규제 장치가 보다 구체화된 셈이다. 문제는 이 장치들이 현실과 맞물릴 때다. 현재 의료기기 유통은 단순한 공급 구조를 넘어 병원, 판매업자, 금융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생태계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병원과의 거래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결제 관행이 존재해 왔다는 점을 들어, 제도 변화가 실제 거래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6개월 이내 결제' 기준은 원칙적으로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지만, 예외 기준과 적용 방식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일부 기업의 자금 운용이나 거래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금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유통업체는 거래 규모를 줄이거나 공급을 지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유통 질서 개선이 아닌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수관계 거래 제한 역시 취지는 분명하다. 다만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형성된 다양한 유통 구조를 감안할 때, 일부에서는 기존 거래 방식이 단순한 불공정 거래로만 해석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규제 도입'을 넘어 '현장 정착'이 더 강조된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방향성뿐 아니라 적용 방식과 세부 기준이 중요하다. 예외 인정 범위, 단계적 적용 여부, 업계 규모별 영향 등을 고려한 세밀한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 취지가 시장 혼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시행에 앞서 진행되는 의견 수렴의 자리는 시행 전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 간 시각 차이를 좁히고, 실제 작동 가능한 접점을 찾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도는 만들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순간 완성된다. 의료기기법 개정이 또 하나의 규제에 그칠지, 아니면 유통 질서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설계에 달려 있다.2026-04-28 06:00:38황병우 기자 -
[데스크 시선] 취약지 소아진료 지원, 약국은 왜 배제하나[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보건복지부가 최근 소아 환자의 야간 및 휴일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취약지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 14개소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필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진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정책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장의 실상을 간과한 ‘반쪽짜리 행정’이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에만 집중된 지원 체계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14개 의료기관에 연간 1억 2000만 원의 운영비를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야간과 휴일에 문을 여는 의료진의 노고를 보상하고 운영 경험을 축적해 향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진료의 파트너이자 처방전의 최종 종착지인 '약국'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전무하다. 의료법과 약사법이 엄격히 분리된 국내 의료 체계에서 진료와 조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소아 환자가 야간에 병원을 찾아 힘들게 진료를 받아도, 처방전을 들고 갈 약국이 문을 닫았다면 그 진료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부모들은 조제 가능한 약국을 찾아 인근 시·군까지 다시 ‘뺑뺑이’를 돌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먼 거리의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사업의 본래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야간·휴일 진료를 위해 인력을 가동하고 운영비를 지원받는 병원과 달리, 해당 지역 약국들은 아무런 정책적 배려 없이 개별적인 희생만을 강요받는 꼴이다. 기존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는 약국에도 일정 부분 보상이 이뤄지지만, 이번 취약지 모델에서는 약국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인구 감소 지역의 필수 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옳다. 하지만 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취약지일수록 병원과 약국이 세트로 움직이는 ‘원스톱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대한약사회도 일부 소아청소년과 주변 약국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필수의료 살리기에 정부 대책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약국이 없는 지역, 이른바 무약촌도 이슈다. 이에 대한 정책과 재원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추가 공모 시점 전까지 반드시 약국을 포함한 통합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약국 없는 야간 진료소는 부모들에게 희망고문일 뿐이다. 정부는 '약국 배제'가 부를 현장의 혼란을 직시하고, 진정한 소아 의료 안전망 구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2026-04-27 06:00:38강신국 기자 -
[기자의 눈] 항암제, 미충족 수요에 대한 형평성[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항암 치료는 더 이상 하나의 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과거 세포독성항암제가 치료의 중심이던 시기에는 어떤 암인가가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같은 암종 안에서도 바이오마커에 따라 전혀 다른 약제가 선택되고 치료 순서와 병용 전략까지 달라진다.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질환으로 쪼개진 것과 다름없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영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중심으로 치료가 세분화됐고, 대장암 역시 BRAF 등 바이오마커 특성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담도암과 같은 희귀암에서도 표적 기반 치료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질환에서도 이제는 치료 전략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문제는 이러한 세분화가 단순한 선택지 증가에 그치지 않고, 치료 적용 범위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전이성 환자 중심으로 적용되던 치료들이 점차 1~3기, 즉 조기 단계 환자군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 유지요법, 병용요법이 동시에 논의되면서 치료는 더 이른 시점부터, 더 길게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급여 적용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새롭게 등장한 약제들이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이른 단계에서 쓰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치료 기회는 넓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특정 질환이 아니라 여러 암종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고민을 던진다. 각각의 치료 확장은 타당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같은 흐름이 다양한 암종에서 반복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모든 영역을 동일한 속도로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영역에 먼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특정 암종에서 논의가 활발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암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충족 수요는 특정 질환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며 다양한 암종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어느 한 영역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이 다른 영역의 공백이 상대적으로 가려질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결국 질문은 분명하다. '늘어난 치료 옵션을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가'. 모든 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항암 치료의 진보는 분명 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그 기회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정 영역에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미충족 수요라는 개념을 보다 넓은 시선에서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2026-04-24 06:00:40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의약품 유통 선진화 그늘…거점도매 논란의 본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의약품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대웅제약이 추진 중인 ‘권역별 거점도매’ 정책이다. 한 대형 제약사의 유통 혁신 실험은 단순한 공급 구조 개편을 넘어 도매업계 전반과 약사사회까지 파장을 넓히며 시장의 긴장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해당 제약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입찰 공고를 내고, 도매업체들로부터 참가의향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접수했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을 대표할 거점도매 5곳을 선정해 의약품 유통을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효율화와 안정화를 내세웠지만 구조 자체는 기존 유통 질서에 영향을 미치기 충분했다. 사실 거점도매 전략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5년 전에도 일부 제약사가 권역별 거점도매를 시도해 노란이 된 바 있으며, 이 제약사도 현재 유통처를 약 50여 곳으로 하는 사실상 거점도매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업체를 5곳으로 대폭 축소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기존 도매업체들은 사실상 ‘도도매’ 형태로 전환돼 선정된 거점도매를 통해서만 의약품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났다고 인식할 상황이 됐다. 유통 단계 축소라는 명분 뒤 시장 지배력 재편이라는 현실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는 비용 절감과 채권 리스크 축소가 꼽힌다. 자율경쟁 입찰 방식 도입으로 유통 마진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합리성이 시장 전체의 균형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최근에는 거점도매로 선정된 일부 업체의 반품 규정까지 알려지며 논란은 한층 증폭됐다. 유통 조건이 특정 방향으로 재편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약국과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선 도매와 약국가에서는 일부 품목의 수급 불안정 조짐이 감지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책 시행 초기의 진통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장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약사 단체들이 해당 정책이 유통 생태계를 왜곡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서영석 의원실 주도로 유통협회, 제약사, 약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추진 경위와 쟁점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된 점은 이번 사안의 파급력을 방증한다. 제약사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정책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오히려 약국 현장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품질이 보장된 배송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블록형 거점도매라는 논리다. 데이터 기반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존 의약품 유통 구조의 고질적 문제였던 배송 불확실성을 개선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유통 채널을 축소하고 거래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이 과연 약국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더 나아가 이번 정책이 궁극적으로 자사 온라인몰 중심 거래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시장 집중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약품 유통은 단순 물류의 문제로 볼 대상이 아니다. 의약품이라는 특수재를 다루는 영역에서 유통 구조의 변화는 곧 환자의 접근성과 직결된다. 기업의 효율과 시장의 공정, 그리고 환자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된다. 지금 벌어지는 거점도매를 둘러싼 힘겨루기, 그 끝에는 의약품 전달의 최일선인 약국, 그리고 환자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2026-04-23 06:00:38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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