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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약물 운전 복약지도 의무화와 현장의 목소리[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최근 '약물운전'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에 발맞춰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약사가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의약품을 조제할 때 복약지도서에 위험성을 의무 표기하고, 이를 어기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지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현장의 약사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정부도 향후 입법과정에 반영할 내용이 분명히 있다. 현재 정부는 어떤 성분이 졸음을 유발하는지, 어떤 수준으로 복약지도를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이나 성분 리스트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특정 정보의 기재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약사의 전문적 판단권을 박탈하고 약사를 단순한 '정부 홍보물 출력 대행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약사들의 반발을 사는 이유다. 약사들은 정부가 사고 예방의 책임을 최종 단계인 약사에게만 독박 씌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정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면 처방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제어가 이뤄져야 하며, DUR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제약사의 표준화된 약품 라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당한 측면이 있는 주장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식욕억제제 등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의 과잉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관리 대책은 빠진 채, 복약지도서에 문구 한 줄 넣지 않았다고 과태료 대상이 된다면 약사 입장에서 한심한 노릇이다. 정책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창고형 약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반의약품이 대량 판매되고 있고,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논란도 방치되고 있다. 졸음을 유발하는 일반의약품의 무분별한 소비는 외면하면서, 조제약의 복약지도 미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된 처사다. 대표적으로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한 창고형약국도 문제된 적이 있다. 이에 식약처 주도로 약물 위험 성분 리스트를 확정하는 게 우선이다. 경찰청도 음주운전과 같이 약물 운전 단속 지침을 만든다고 하지만, 위험 성분부터 선별하는 게 먼저다. 모호한 기준에 근거한 과태료 조항을 삭제하고 자율적인 복약지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복약지도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약국은 극소수다. 자율적으로 약사들의 역량에 맡겨온 게 지금 약국가의 상황이다.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복지부가 약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2026-03-23 06:00:36강신국 기자 -
[기자의 눈] GMP 처분 수정이 약가개편에 남긴 질문[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회와 정부가 의약품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 판정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GMP 위반에 ‘지정 취소’라는 무관용 철퇴를 내리는 제도를 도입한 지 4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효력 정지’ 처분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시 취소 이전에 중간 단계 처분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 약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반복적 허위기록이나 허가사항 미준수 등이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해당 공장을 퇴출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 관리 강화라는 명분은 확실해쓰나, 공장 단위의 일괄 지정 취소가 가져온 산업적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의약품 공급 차질과 행정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제약업계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과도한 규제 강도를 우려했지만, 정부는 무관용 정책을 강행했다. 지난 4년간 정부 역시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적잖은 부담을 안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4년 만에 현실 부적합을 인정하며 뒷걸음질 친 셈이다. 문제는 비슷한 우려가 최근 약가제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40%대 초중반까지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약업계는 약가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R&D 위축과 고용 불안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48% 수준으로 낮추는 정도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정부 기조는 완강하다. 현재로선 40% 초중반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궤도 수정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책의 목적이 옳다고 해서, 수단의 과격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4년 전의 ‘강행’이 오늘의 ‘후퇴’로 돌아왔듯, 충분한 검증 없는 약가인하 역시 훗날 제약주권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는 단순히 강한 규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와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일단 지르고 나서 고치는 식의 ‘아니면 말고’ 행정은 기업의 회복 불가능한 매몰 비용을 강요할 뿐이다. 정부는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를 단순한 제도 보완의 기록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치러야 할 ‘비싼 수업료’로 기억해야 한다. 약가 개편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 위에서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 설계의 균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2026-03-20 06:00:32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작년 11월 발표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이달 수정안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현장 우려를 반영해 제도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제약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수정된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이다. 정부는 기등재 약가인하 시 혁신형 기업에 차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겉보기엔 R&D에 투자하는 기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기등재 약가인하에 방어막을 쳐주는 대신, 신규 등재 품목에 대한 약가 가산율은 68%에서 60%로 깎아버렸기 때문이다. 왼쪽 주머니를 털어서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는 모양새다. 또 앞서 정부는 2012년 일괄인하 후 약가조정이 없는 품목을 타깃한 약가인하라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등재시점 기준으로 그룹을 나눠 인하하겠다며 전 품목 대상 확대라는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전에 정해놨던 약제비 절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조삼모사식 제도 수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준 혁신형 기업’ 약가 우대 신설도 촌극이다. 혁신형 기업을 상-하위권으로 구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차등을 없애고 준 혁신형 기업을 신설했다. 혁신형 인증제 기준 중 정량평가 일부 기준을 근거로 준 혁신형 기업 50% 가산을 얼렁뚱땅 만들었다. 제약사가 R&D 투자 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인증을 못 받은 제약사도 '준 혁신형' 약가 우대를 위해 투자액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로 인해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됐다. 인증 받은 제약사만 우대해주겠다는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동시에 훼손됐다. 물론 정부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R&D 개발을 독려해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하고 싶지만, 약가제도 개편안을 급박하게 손봐서 만들 수 있는 정책이란 ‘준 혁신형 기업’ 신설 정도밖에 없지 않았을까. 제네릭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다등재 품목 관리를 위한 정책적 고민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약가제도 수정 개편안 곳곳에서 여러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글로벌 수준의 국내 제약기업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신약 개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약가를 보상해주는 제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신약개발 강국 도약이 진심이었다면 업계 목소리를 다방면으로 들을 수 있는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2026-03-19 06:00:35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플랫폼의 전문약 처방 부추기기 조장 안된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오는 12월 24일이면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을 전전하던 비대면 진료가 마침내 의료법 개정과 함께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공공플랫폼 구축 근거와 중개 플랫폼 신고제가 도입되며 무법지대에 가깝던 시장에 최소한의 규격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제도화라는 외피 뒤에서 전문의약품 처방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플랫폼들의 상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6일 한 비대면 플랫폼이 이용자들에게 보낸 '탈모약 최저가 찾으세요?', '다이어트 주사 최저가 확인', '새로나온 인공눈물 6통 이상 처방 필터를 지금 사용해 보세요'라는 3건의 푸쉬 알림을 보면 이것이 의료 서비스인지, 이커머스 쇼핑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싼 값'에 '대량구매'를 부추기는 창고형 약국과 동일한 포인트다. 전문약인 인데놀을 MZ들이 복용하는 면접 대비용 상비약처럼 홍보했던 행위에 대한 일침은 잊은 듯 한 모습이다. 바쁜 직장인에게, 아이를 데리고 병의원·약국 뺑뺑이를 돌기 쉽지 않은 육아맘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편리한 수단에 틀림없다. 하지만 보건의료의 핵심인 안전과 적정 진료는 사라지고 탈모, 다이어트, 인공눈물 처방의 편의성과 가격을 강조하는 푸쉬알림은 국민을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까지 겸업하며 발생하는 이해충돌이다.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 플랫폼은 처방 중개와 약품 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은 언제까지나 중개자여야 한다. 하지만 중개자가 약국에 탈모, 다이어트약을 유통·공급하면서 처방 부추기기에 나서는 것은 환자 편의가 아닌 업체 배 불리기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정보제공과 광고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전문약 처방·복용 조장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실패와 도전은 숭고한 가치다. 하지만 보건의료는 절대적으로 'To Do No Harm'이 적용되는 분야다. 편리함이라는 가치가 안전이라는 원칙을 압도해서는 안된다. 약물 운전, 약물 사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대사회에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역할을 위해 약 먹는 사회를 방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신고제 도입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상업적 일탈을 막는 강력한 가이드라인과 징벌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화의 목적은 플랫폼 육성이 아닌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에 조성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2026-03-18 06:00:38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귀닫은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 충돌 이유[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는 약가제도 개편안의 가장 큰 명분은 '국산신약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이다. 신약 혁신가치를 창출하는 제약사와 국민 건강·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아 만들지 않는 약을 선뜻 만들겠다고 나서는 제약사가 제대로 우대받는 약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정은경 장관과 이형훈 제2차관이 내놓은 포부다. 복지부는 1개 의약품 성분 당 백여개가 넘는 제약사들이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제네릭을 허가받으면서 과도한 판매촉진 경쟁에 매몰된 우리나라 제약 생태계를 한시바삐 손질해야 한다는 긴급성도 제시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복지부 개편안의 실효성을 문제삼아 강하게 반발한다. 지금까지 신약과 개량신약 임상 성과를 쌓아오며 국산 신약 개발에 기여한 제약사들은 정작 복지부의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적잖은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28일 처음으로 꺼내놓은 개편안과 이달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소위원회에서 일부 손질 수정안 모두 국내 제약산업 발전, 국민 건강 향상에 실질적 성과를 입증한 '진짜 제약사'들이 혜택을 받는 정책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꼬집는다. 국내 제약업계 주장을 한층 깊숙이 들여다 보면, 신약 연구개발(R&D) 성과를 낸 제약사, 수급 불안정약 제조에 기여한 제약사는 약가를 크게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제약사는 약가를 대폭 깎아 신약 창출과 필수약 안정공급으로 유인하는 큰 틀의 정책적 방향성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복지부 개편안이 '디테일은 악마에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복지부 개편안에 대해 제약사들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포인트는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다. 복지부는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를 혁신성을 꾸준히 지키며 재정 투자를 이어 온 제약사와 위탁 제네릭을 통한 수익창출에 매달려 온 견실한 제약사를 큰 차등없이 일괄적으로 깎는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28일 복지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개편안에서 현행 제네릭 산정률 53.55%를 '40%대'로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조항이 그것이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에서 제시 수정안에서 제네릭 산정률을 40%대에서 '40%초중반'으로 손질하는 동시에, 혁신형 인증 제약사와 혁신형 제약사에 준하는 제약사의 경우 일정 기간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21개 품목 이상' 허가된 성분은 인하 유예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단서조항을 달고서다.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사의 약가인하 유예 자체가 그다지 큰 메리트나 베네핏으로 작용하지 않는데다, 21개 품목 이상 미적용이란 단서조항 대로라면 사실상 실질적 이익은 0에 수렴한다고 말한다. 혁신 제약사에 대한 약가인하 유예 조항은 겉보기엔 마치 멀쩡하고 달콤한 과일처럼 보이지만, 잘라 내 속을 들여다 보면 곪아 터져 실상 발라먹을 게 없는 규정이란 얘기다. 복지부가 설계한 약가 우대 규정에 대해서도 제약사들은 단편적인 가산 형식에 얽매여 아무리 애를 써도 별달리 큰 폭 약가 이익을 누릴 수 없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정말 혁신 제약 생태계를 설계한다면, 약가 가산 차원을 뛰어 넘어 범부처 협의를 통해 진짜 제약사에 대한 세제 혜택을 드라마틱하게 강화하고, 고품질 의약품 생산에 기여한 제약사들에 대한 규제 면제로 실질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신약 R&D에 쓸 수 있는 기업 이익이 창출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왜 똑같은 약가제도 개편안과 동일한 정책 목표를 놓고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이렇게까지 정 반대되는 입장을 내며 충돌하게 되는 걸까. 결국 지난 11월 28일 개편안 초안 공개 이전에 정부와 산업 간 충분한 민관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용두사미식 약가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초안 공개 직후 제약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도 수정안 마련때까지 제약사들과 이렇다 할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20여개 제약사 약가 실무진을 모아놓고 분절된 의견을 제출받은 단 한 차례 실무 협의가 복지부와 제약사가 얼굴을 맞댄 유일한 사례다. 복수 제약사 약가담당자들은 "10년, 15년 넘게 MA(의약품 마켓억세스, 약가정책)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이번처럼 복지부가 전격적이고 일방적으로 중폭 이상의 약가개편안을 내놓고 상호협의에도 힘을 쏟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고 토로한다. "복지부가 귀를 닫고 일방 행정을 계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국내 제약사 제네릭 약가를 깎아 글로벌 제약사 신약에 퍼주는 구조의 약가제도가 확립된다. 국내 제약산업 육성, 신약 기반 제약환경 구축이란 복지부 정책 목표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뒤따른다. 심지어는 복지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상호관세 압박으로부터 선제적으로 눈치보기에 급급해 속칭 '알아서 기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만든 뒤, 수정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는 행정을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난마저 들리는 형국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복지부에 호소하는 단 한가지는 상호협의 없이 급하게 추진된 약가제도 개편안의 '일단정지'다. 복지부가 진짜 제약산업 혁신을 목표로 개편안을 설계·운영할 의지가 있다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개편안을 고수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최종 시한을 설정하고 '민관 합동 약가제도 개편안 거버넌스'를 조속히 가동해 전면 수정안을 도출하자는 게 제약사들의 외침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 창출, 필수 의약품·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소, 제네릭 난립 문제 해결, 위탁 제네릭 매몰 제약사로 인한 리베이트 경쟁 근절 등 건강한 국내 제약환경과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과 수정안만으론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란 게 혁신성에 진력한 견실한 국내 제약사들의 흔들림 없는 입장이다. 개편안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약가 담당자의 목소리가 연일 귓가를 멤돈다. "차라리 건강보험재정 약제비 절감이 이번 약가인하 목표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혁신 제약사 우대와 신약 생태계 구축이 복지부 행정 명분이란 점엔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진짜 제약사를 우대하는데 왜 약가를 일괄적으로 깎아 내리나요? 글로벌 빅파마 제약사들만 웃고 국내 제약사는 손해율 계산에 진땀흘리는 현실을 왜 기어이 외면하나요? 언론플레이 할 시간에 산업 실무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제도를 설계하는 게 올바른 행정가의 태도 아닐까요?"2026-03-17 06:00:42이정환 기자 -
[기고] 화순 바이오특화단지, 원스톱 패스트 트랙 도입해야신약개발의 아킬레스건: ‘시간’과 ‘실패율’의 벽’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신약개발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다. 후보물질 하나가 신약으로 승인되기까지 15년의 세월과 수조 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 확률은 고작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이제는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초기 단계에서 인체 효능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검증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 ‘초기 검증 플랫폼 경쟁’ 돌입 최근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흐름은 분명하다. 신약 후보물질을 많이 발굴하는 것보다 실제 인체에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얼마나 빠르게 선별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평가 기술과 인체 마이크로도징 연구다. 오가노이드는 환자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를 활용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미니 장기’ 모델로, 기존 동물실험보다 인체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마이크로도징 연구를 결합하면 신약 후보물질이 인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작용하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FDA 현대화법2.0'이 시행되면서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화순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남 화순에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Hwasun One-stop Fast Track)’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 HOFT는 전임상 연구부터 초기 임상 단계까지 이어지는 신약 검증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차세대 신약개발 모델이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은 전임상 연구, 약물 분석,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가 서로 다른 기관에서 분절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연구 데이터의 연속성도 떨어지게 된다. HOFT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가노이드기술과 방사성동위원소 기술을 적용하여 연구·검증·임상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진행하는 통합형 신약개발 모델이다. 즉,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선별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마이크로도징 연구를 통해 실제 인체에서의 약물 작용을 조기에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전통적인 신약개발 방식에 비해 전임상에서 임상 1상까지의 기간을 약 절반 이상을 단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왜 화순에 ‘HOFT’가 도입되어야 하는가 HOFT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화순은 이미 바이오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역이다. 따라서 연구 인프라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과 투자 지원, 기업 유치 정책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기반도 갖추고 있다. 특히, 화순은 이미 화순전남대병원의 임상 환경과 탄탄한 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신규 플랫폼이 결합했을 때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입지가 갖춰져 있다. 따라서 현재 화순에 구축된 자산에 ‘오가노이드 적격성평가센터’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 라는 핵심 플랫폼이 도입된다면, 전임상부터 초기 임상까지의 검증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다. 특히 오가노이드 연구와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연구가 한 지역에서 동시에 가능한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HOFT 모델이 구축된다면 화순은 단순한 연구 지원 지역을 넘어 신약 후보물질 검증과 초기 인체 데이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개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찾는 ‘데이터 중심 연구 거점’ 산업적 측면에서 HOFT가 갖는 의미도 매우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 거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단순한 연구 시설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 생산 능력이다. 오가노이드 기반 효능 데이터와 인체 마이크로도징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 결과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러한 데이터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이 구축된다면 글로벌 제약사와 CRO, 바이오 벤처 기업의 연구 수요가 자연스럽게 화순으로 모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역 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 바이오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할 HOFT HOFT 모델이 구축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 바이오 산업은 지금 ‘속도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더 빠르게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임상 단계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화순 원스톱 패스트 트랙(HOFT) 모델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신약개발의 시간을 단축하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HOFT 모델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HOFT 모델 완성을 위한 전문가 그룹 구성이 시급하다 화순은 이미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어 대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과제는 HOFT 모델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전문가 그룹을 조속히 구성하는 것이다. 기술적 표준을 정립하고 규제 대응 및 대외 협력 전략을 수립할 집단지성이 결집되어야 한다. HOFT 모델 도입은 단순히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결정지을 국가적 전략 과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체제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HOFT 추진단’ 발족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2026-03-17 06:00:40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허·평·협을 비롯한 신속등재 방안의 실효성[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보자. 보건복지부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품목 허가, 급여평가, 약가 협상 과정을 병행 처리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장 300일 이상 소요되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150일로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2026년 현재, 허평협 시범사업은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23년 시작된 1차 시범사업도 약 2년만에 마무리돼 당초 목표했던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1차사업 약제 중 가장 마지막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빌베이(오데비식바트)'에 급여 등재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24년 12월 선정된 제2차 시범사업 약제 역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림카토(안발셀)' ▲'핀테플라(펜플루라민)'가 선정되고,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급여 논의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제약업계에서는 "허평협 시범사업의 '150일'도 잘 안 지켜졌는데, 과연?"이라는 의문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난치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기간 단축은 거의 매년 거론돼 왔으며 실제 조금씩 규정상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및 협상 단계 모두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 신속 등재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답담함은 환자의 몫이다. 애타게 기다리지만 답이 없고 향방도 알려주지 않는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단축방안, 올해는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정말 짧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26-03-16 06:00:34어윤호 기자 -
[기자의 눈] 정부-제약사 약가 인하 줄다리기 해법은[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최근 제약업계에서 '약가제도 개편'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업체를 중심으로 약가 인하 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급감하며 신약 개발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책정된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최소 48% 수준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하 폭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약가 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약 산업을 혁신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제네릭 수익이 연구개발(R&D)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급격한 약가 인하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약가인하 개편안 시행시기를 오는 7월에서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 마저도 약가 인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속도와 방식에 대한 조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한정된 재정 속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고, 제약업계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있어야 신약 개발과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양측 모두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실제로 국내 제네릭 시장은 동일 성분 제품이 과도하게 난립하면서 가격 경쟁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구조를 혁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다. 제네릭 약가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낮출 경우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수익 구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제네릭 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개량신약이나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가 인하가 추진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제약 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줄일 경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약가 제도 개편이 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결국 해법은 ‘속도 조절’과 ‘차등 접근’에 있다. 단순히 제네릭 약가를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이나 연구개발 투자 수준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약가 인하로 절감되는 재정 일부를 혁신 신약 개발 지원이나 연구개발 인센티브로 다시 산업에 환류하는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제약 산업 발전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두 목표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양보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설계다.2026-03-13 06:00:38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K-바이오, 이젠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덴마크 제약 기업 상당수는 비영리 재단이 최대주주로서 기업을 지배하는 독특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재단이 지주회사 형태 투자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이 모델은 외부 투자자의 단기 수익 요구로부터 경영진을 보호, 10년 이상 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재단 중심 지배구조를 갖춘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탄생시켰고 2023년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 업계에서 일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한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 철학에 따라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켜왔다. 특정 개인이나 가문이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으며 내부 승진을 통한 임기제 대표이사 구조를 50년 넘게 유지 중이다. 유한양행은 2024년 첫 국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 '렉라자'를 배출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 산업에서 기술수출 포문을 연 기업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일라이릴리·베링거인겔하임·사노피·얀센 등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수주하면서 국내 제약 업계 매출 1위로 우뚝 섰다. 한미약품은 1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지난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경영 개입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배구조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기준 한미약품은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 등에 밀리며 업계 5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는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를 맡아온 인물의 유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 승계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 직후 기업은 대체로 경영 공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R&D와 사업을 예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을 조직이 버텨낼 수 있을까.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가운데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너 중심 경영은 장기 투자나 전략적 결단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 업종에서는 오너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문경영인이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결정하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너 경영 자체가 성과로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기업 경영이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산업 내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긴 호흡의 R&D가 필요한 바이오 산업에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이 회사를 이끄는 구조가 더욱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 산업을 이끄는 대다수 빅파마가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제 같은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창업자는 기업의 토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기업을 백 년 넘게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투명한 거버넌스와 시스템에서 나온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갈등,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경영 시스템이 개인을 넘어 조직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K-바이오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기업을 오래 가게 하는 경영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길 바란다.2026-03-12 06:00:36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GMP 원스트라이크 규제, 강도보다 정교함을[데일리팜=황병우 기자]GMP(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 취소 제도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고의적인 데이터 조작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판정을 받은 업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제도다. 당시 제조기록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정해진 공정을 무시한 채 약을 만드는 임의제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제도 탄생의 배경이다. 정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GMP는 제약 산업의 신뢰를 떠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제조 과정의 품질 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제도 시행으로 제약사 내부에서도 품질 관리 조직의 위상이 높아지고, 데이터 관리와 문서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한 규제가 실제로 품질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GMP 위반의 유형과 수준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는 규제 구조가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의도적인 품질 조작이나 중대한 제조 위반과 단순 관리 미흡 사례까지, 경중의 구분 없이 동일한 규제 프레임에서 논의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국회에서는 GMP 적합판정 취소 제도에 중간 단계 조치를 도입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GMP 규정 위반 때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 단위를 지금보다 세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논의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정밀함을 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실제 최근 글로벌 제약 규제 환경은 점차 '리스크 기반 관리'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반 행위의 고의성,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재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수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위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필요성과 별개로 현장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규제 완화가 해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약품 품질 규제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의 강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정교함이다. 품질 규제가 현장을 위축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품질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GMP 원스트라이크 제도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규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품질 수준을 높이는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규제가 만들어내는 방향이다. 이번 제도 개선안이 산업의 숨통을 틔우면서도 의약품 안전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켜낼 수 있는 정밀함이 더해지길 기대한다.2026-03-11 06:00:36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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