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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심평원 담당자였다면 더 심하게 할 수도"

  • 데일리팜
  • 2017-10-11 06:14:59
  • 모순된 사안 인식에서 협상전략가 면모 보여줘

다국적제약사 약가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매년 열리는 글로벌의약산업협회 MA워크숍. 약가업무를 담당하는 말단 사원부터 임원까지 약 100명이 지난 18일 경기도 양평의 한 장소에 모였다. 데일리팜은 운좋게 그들의 머리와 마음 속을 둘러볼 수 있는 '궤도열차' 티켓을 구했다. 데일리팜이 묻고 이들이 진심어리게 답한 '보팅(voting)' 게임이었다.

다국적제약사 약가업무 담당자들의 협상전략가로서 면모는 업무와 관련한 다소 모순적인 인식에서 엿볼 수 있다. 좋은 협상가는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한 일화를 보자. 한 다국적사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정부 측 담당자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머리가 나쁜게 아닌가 싶다." 이 말을 들은 이 회사 임원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만약 머리가 나쁘다고 여긴다면, 설득을 못시키는 자네 머리가 더 나쁜거야."

바로 역지사지다. 경험이 많은 약가담당자들은 상대편을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약가협상을 많이 한 다국적사 측 임직원들도 그렇지만, 건보공단의 약가협상 담당자들도 그렇다.

데일리팜은 "연간 비용이 1억원을 넘어서는 고가 약제가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해외에선 5억원이 넘는 신약도 나왔다. 이런 약값은 혁신을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국적사 약가담당자들 중 33명이 이 질문에 응답했다. 10명 중 3명만 답하고, 나머지 7명은 기권한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은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다. 답변은 '그렇다' 16명, '아니다' 17명으로 팽팽했다.

응답률이 저조하지만 적어도 다국적사 직원들도 응답자의 절반은 혁신을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치고는 너무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질문은 좀 노골적이다. "급여등재 과정에서 제약사가 나쁜 놈으로 몰리는 경향이 종종 있다. 우리나라 제도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봐야 할까."

응답률이 조금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 질문에도 절반가량은 기권했다. 응답자 52명 중 '그렇다'는 21명, '아니다'는 31명으로 동의하지 않는 응답이 더 많았다. 판단해야 할 두 가지 사안이 함께 제시돼 이 답변이 둘 중 하나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답변인지 애매한 측면도 있다.

두 가지 다를 연계해 하나의 질문으로 본다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은 '나쁜 놈으로 종종 몰리고, 이런 일은 국내 제도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나쁜 놈으로 몰리게 된 이유'는 "등재 요구가를 너무 높게 불렀거나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고 등재가 지연된다"는 외부의 곱지않은 시선을 전제로 한다.

다음 질문들의 관계는 흥미롭다. "현재 한국의 경제성평가제도는 잘 설계돼 있으며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6명, '아니다' 58명 등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현 경제성평가제도는 설계 자체는 물론 운영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 "내가 심평원에서 근무하면 지금 내 담당자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게 할 것 같다"는 질문에는 55명이 응답했는데, '그렇다' 25명, '아니다' 30명으로 45.4%가 심평원 직원보다 더 엄격히 제도를 운영할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앞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경제성평가제도에 대해 대부분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결과다.

또 하나 시사점은 '역지사지' 키워드로 분류한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고 생각이 많은 임원이나 '시니어(연장자)들'이 상당수 기권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동취재 = 최은택 안경진 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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