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부 R&D, 철저한 실패까지 인정하라
- 데일리팜
- 2017-11-16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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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기(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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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동의할 만한 이유로 실패한 팀에 대해서는 보너스가 주어지고, 공개 석상에서 동료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매니저들의 뜨거운 포옹을 받으며, 연봉이 인상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위한 몇 달 간의 휴가를 가게 된다.
예를 들어 팀원 30명이 2년 이상 해오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다른 회사와 협력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린 뒤 구글 X CEO인 아스트로 텔러에게 통보해버렸다.
그 다음날 아스트로 텔러는 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연단으로 그 팀 직원들을 올라오게 한 뒤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이분들이 프로젝트를 확실히 끝내버린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게 다른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 이 팀보다 더 구글X의 혁신에 기여한 팀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 팀원 전원에게 휴가를 주었다. 그 결과 구글 무인차, 구글 글래스 등과 같은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개발될 수 있었다.
실패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중한 경험이다. 어설픈 성공보다 철저한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수년전에 정부연구개발과제로 항체신약을 개발하던 연구자가 있었다. 현장점검결과 부정적인 결과가 발견되고 있어 조기중단을 고려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1년간 더 지원되었다.
1년이 지난 후 공식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중단되었다. 그 연구자는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항체신약 분야에 가장 잘나가는 벤처기업 CEO 중 한명이다.
실패는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비소세포성폐암치료제인 이레사는 미국 FDA에서 2003년 3차 치료제로 승인되었다가 2005년 퇴출되었다. 폐암환자의 생존율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미국 FDA에서는 이레사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하였다.
추가 연구를 통해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패를 어떻게 접근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될 수도 있다. 미국 NIH에는 'Drug rescue'을 통해 개발도중 실패한 약물이 다른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연구개발사업의 실패과제는 2% 내외이다. 미국의 혁신성과 및 성공률이 약 10%이니 거꾸로 말하자면 약 90%가 실패과제다. 그러나, 누구도 실패과제라고 부르지 않는다. 단순히 '성공' '실패'로 나누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관리하고 자원화한다. 의도적인 실패만 아니라면 별도의 제재도 없다.
최근 우리나라가 일부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면서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실패 확률이 오히려 99%에 가까운 일이다. 실패 확률이 높을수록 민간이 투자하기 어렵다. 하지만, 1%의 성공이 99%의 실패를 보상하고도 남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명분이 된다.
특히 신약개발을 비롯한 보건의료 R&D는 1만분의 1의 확률을 위해 도전하는 고위험 분야이다. 지금보다는 확실히 더 많은 실패가 필요하며 실패결과는 신속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연구개발사업도 실패를 장려하면 안되는가? 실패를 빨리 보고하고 나머지 돈은 연구자가 다른 주제의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오히려 매몰비용이 최소화되지 않을까? 연구자들의 모럴해저드가 걱정되는가? 구글에서도 모든 실패를 장려하는게 아니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이유를 가진 실패에 대해서 장려하고 있다. 실패연구는 전문가가 동의할 정도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논문으로 검증한다면 모럴해저드를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의대에서는 'Journal of Negative Results in Biomedicine' 저널을 발행하여 실패를 공유하고 있다. 공유된 실패는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며, 연구자에 따라 부정적인 결과가 긍정적인 결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실패연구결과를 실어주는 논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 창간의 성공여부는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와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함께 뒷받침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의 인식의 전환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실패연구결과 논문이 토대가 되어 언젠가 실패연구도 상을 주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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