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침대정돈이 세상을 바꾼다고?
- 데일리팜
- 2018-01-15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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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현철 R&D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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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침대 정돈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 날의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작은 뿌듯함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완수된 과업의 수가 하나에서 여럿으로 쌓여있을 겁니다. 침대를 정돈하는 사소한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보건의료 R&D는 길고 더디게 진행된다. 정부도 연구자도 보건의료 R&D를 시작할 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1990년 초부터 신약개발을 위해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B형 간염백신을 자체개발해 성공한 경험도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신약개발도 단기간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1999년 초 첫 국산 항암신약이 나오고, 2003년 국산 항생제가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04년 배아복제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때만 해도 우리나라도 바이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인 양 한껏 가슴이 부풀어 있었고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대열에 곧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줄기세포 스캔들이 터진 후 국가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한동안 국제사회에서 보건의료 R&D 연구자들은 힘들게 버텨왔다. 그 이후 변변한 글로벌 신약개발 소식 없이 2010년을 훌쩍 넘겼다.
2000년대 전후로 설립한 1세대 벤처기업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힘들게 버텨왔다. 자금시장이 좋으면 좋은 대로 자금시장이 나쁘면 나쁜 대로 울고 웃었다. 급기야 바이오투자 회의론마저 일었다. 정부에서 바이오 R&D 투자를 축소시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2015년부터 연이은 성공스토리가 나오기 전까지 위기감마저 돌았다. 2016년에는 제2의 바이오 스타트업 붐이 불었고, 2017년에는 민간투자시장에서 바이오/의료는 가장 뜨거운 분야가 되었다.
우리는 보건의료 R&D 30여년 역사 속에서 세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 기본이 밑받침이 되어야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압축성장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R&D도 소위 지름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보는 성과는 대부분 2000년 초중반부터 시작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 오늘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그 이전 10년은 경험을 통해 연구역량을 축적하는 시간이었고 이후 10년은 경험을 토대로 성과를 실현하는 과정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견뎌오면서 매일 아침 침대정돈과 같은 기본을 지켰나갔던 연구자만이 오늘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둘째,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 맥레이븐 장군이 언급한 미해군 잠수부대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훈련을 견뎌내면서 150명에서 시작해 마지막 42명이 성공해 낼 때까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료의 격려와 도움이 마지막 버틸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보건의료 R&D도 마찬가지다. 신약개발이 성공하기까지 198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분야에 좋은 인재들이 몰렸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정부투자가 시작되었고, 2000년대부터는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국가 인프라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2010년대부터는 전략적 민간협력 투자가 이루어졌다. 먼저, 그 시간을 인내하고 결국 성공했던 연구자에게 공을 돌려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적인 시스템이 짜임새 있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끝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술이전 사례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미약품은 당뇨신약을 개발하면서 이를 실험하기 위한 질환모델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때, 복지부에서 지원 중이던 대학병원 내 당뇨병 유효성평가센터의 도움을 받아 당뇨신약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셋째, 정책에 대한 신뢰와 평가가 중요하다. 보건의료 R&D 정책의 역사를 전지에 포스트잇으로 붙인다면 수많은 전략과 사업으로 빼곡히 채워질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아젠다와 전략이 쏟아졌고, 어제는 줄기세포, 오늘은 유전자치료라는 식으로 주요 아젠다가 바뀌었다. 정부 정책방향은 민간투자가와 외국인에게도 시그널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이오를 포함한 보건의료 R&D 투자를 강화한다는 메시지만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또한, 일단 정책이 시행되면 결과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평가는 정책을 개선하고 수립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건의료 R&D 정책은 시행 후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갖기 어렵다. 이 경우 중간단계에서는 마치 매일 아침 침대정돈 상태를 보고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것과 같이, 연구주체와 시스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정부 R&D투자가 추가적인 민간투자를 유발시켰는가? 병원에서 연구비, 연구자, 연구시간 등 연구자원을 늘렸는가? 실질적으로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 연구주체 간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가?
맥레이븐 장군은 연설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희망을 가지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 시간에도 묵묵히 실험실에서 피펫을 잡고 하루를 시작하는 연구자분들에게 고한다. 당신이 피펫을 잡고 시작한 실험실에서 하루하루가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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