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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생산보단 위탁"...20년 논란 공공제약 실타래

  • 최은택
  • 2018-03-23 06:27:56
  • 정부·제약·전문가 공감대 형성...ODA 등 국제협력도

[종합] 권미혁 의원, 공공제약 정책토론회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나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등의 공급거부 논란으로부터 촉발된 한국내 공공제약 설립 논란의 가르마가 타지고 있다. 보건시민단체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부나 제약, 전문가 등의 의견은 생산시설을 설립한 '직접생산'보다는 '위탁생산' 쪽으로 사실상 정리되는 분위기다.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22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국가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한 가칭 '공공관리의약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급관리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정부가 공공관리의약품 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하는 건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는 비효율적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으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기존 정부소유생산시설을 적극 활용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민간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제품구비나 공공R&D와 공공특허, 의약품 원조 활성화 등 제도적 환경변화가 이뤄진 이후인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직접생산도 적극적으로 고려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제약계도 공감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상무는 패널토론에서 "희귀의약품, 공중보건위기 의약품, 대체제가 없는 필수의약품 및 기타 환자질환에 필수적이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및 공급관리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 필수의약품 공급관리를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컨트롤타워 구축으로 필수의약품 공급에 대한 원인파악부터 해결대안까지 현명한 방안이 나오길 바라며, 제약산업은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엄 상무는 특히 "당장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시설을 갖춰 공공제약시설을 구비하기보다는 연구가 충분히 돼 있고 허가 및 심사경험이 있는 제약사에 위탁협력하는 방식이 시간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훈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의약생산센터장도 "(공공제약은) 공공관리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기존 공공인프라를 활용하고 일부 협력하고 있는 제약사들과 꾸준한 업무협의와 모니터링을 통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민간보다는 정부출연 공공생산기반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급문제가 생기는 원료, 필수의약품 등 새로운 신약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정보제공과 정부 차원의 지원(세제혜택, 허가기간 단축 등), 민간이 공급을 중단한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공기관으로 품목이전 등 공공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국장은 공공제약사의 의미를 의약품 공적가치 실현과 의약품 독점에 대한 대안적 측면에서 찾았다.

강 국장은 "의약품은 건강권의 핵심적 요소로 접근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대표적인 시장실태 영역이어서 민간주도에만 맡겨서는 공적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어어 "공공제약은 의약품 독점권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민간주도 제약산업에서 채산성, 수익성 등을 이유로 생산이나 공급을 주도하거나 거부했을 때 정부 역할을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강 국장은 공공제약사나 공공제약 컨트롤타워의 역할로 공공 R&D 수행과 필수의약품 공급관리, 국가주요보건프로그램 역할수행 등으로 제안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수조원의 연구개발비용을 제약산업에 투자했지만 공적측면에서 성과나 가치는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공중보건 가치에 의거해 의학적 필요도가 높은 의약품을 공공제약을 통해 개발하거나 특허 고가 의약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예와 같이 의약품 원가, 마케팅 정보 등을 활용한 제약산업 정책의 기초자료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대체로 공공인프라와 민간위탁을 통한 정부개입 쪽으로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인데 반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경우 여전히 직접생산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부 논쟁점도 확인됐다.

권 교수는 "과거 공공제약 필요성을 연구할 때는 글리벡이나 푸제온, 노보세븐과 같은 신약의 공급거부 사태가 종종 발생하다보니가 그런 부분에 조금 더 많이 고려됐던 게 사실이다. 당시 다국적사 공급거부의 첫번째 이유가 약가에 대한 불만이었는데, 최근에는 약가제도가 유연해 지면서 이런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약사가 싼 필수약제 등을 억지로 생산하면서 기회만되면 생산을 포기하는 게 문제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이런 문제는 있는데, 약가를 올져주기보다는 국제협력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주면서 수익을 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엄 상무도 "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업체 68%가 수탁생산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제약사들의 니드는 원가보존방식이나 장기계약 방식이었는데, 정부가 ODA 등 국제협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해 구매방안(규모의 경제)이 나온다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강 국장은 "약가제도가 유연해서 신약 공급 거부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있다. 건보공단이 약가협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실제 정부가 협상력을 갖고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협상에서 주도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공공제약사가 논의될 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오늘 토론은 이견이나 논쟁보다는 대체로 한쪽으로 수렴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의외다"라고 평가한 뒤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특허 등을 문제를 두고 자본이 개입하면 첨예한 갈등구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아직은 수면위로 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권 측면에서 앞으로 토론될 필요가 있는 의제"라고 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이 공공제약 컨트롤타워 주무부처는 식품의약품안처가 맡는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윤 과장은 이날 "공공제약이나 컨트롤타워 논의에서 기존 조직이나 시설을 활용하든, 아니면 새로 만들든 재정적 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입장"이라며, "집행가능성과 미래 정책방향 등을 감안해 선택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안다. 정보제공 등의 문제는 이걸 통해서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기적인 집행과 성과 측면을 고려하면 식약처가 맡는게 현실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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