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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버섯처럼 번지는 의약담합 해법을 찾아

  • 데일리팜
  • 2018-05-05 06:22:52
  • 조양연 경기도약 제도개선특위 단장(대한약사회 보험위원장)

의사와 약사의 담합은 의약분업 정신을 훼손하여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한다. 약사법은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행위 그 자체로 담합의 개연성이 높은 경우는 약국 개설등록을 허용하지 않고(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내지 제4호), 그 밖의 경우는 일정한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다(동법 제24조 제2항).

그런데, 현행 약사법의 개설등록불허조항을 포함한 담합금지조항이 과연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의약분업 실시 초기 교묘히 회피해 가려는 수준에서 이제는 이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려는 대범한 시도까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위 규정들은 이젠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창원 경상대병원 사태는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의 전형적 사례다. 처분청인 창원시장은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를 문언적으로만 따져 등록처분을 한 것인데, 이는 의약분업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소극행정의 전형이다.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대법원은, 위 조항의 입법취지, 즉 위 조항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 의료기관과 특정 약국 사이에 업무상 배타적인 연관을 가지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시 취지를 고려할 때, 창원시의 약국 개설등록 처분은 결국 법원의 판결로 취소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앞으로다. 일부 의사, 약사의 법무시 태도와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소극적 태도는 국민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 무엇보다 국민 건강권을 심히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이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를 살릴 능력이 모자라거나 이를 포기, 방기할 경우에는 입법자가 의도한 바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에 보다 세세하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병원과 특정 약국이 주차장을 공유하거나, 둘 사이에 형식적 경계만 표시하고 있다거나,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특정 약국을 소개, 안내하고 있거나, 병원과 특정 약국 관계자가 일정한 범위 내의 친인척관계에 있거나, 특정 약국이 원외처방을 일정 비율 이상 독점하거나 하는 경우 중 2개 내지 3개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로 보아 행정당국이 약국개설등록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나머지 개설등록불허조항인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 제4호의 경우도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일부 의사, 약사의 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다음으로 약국개설자(또는 개설예정자)와 의료기관개설자(또는 개설예정자) 사이에, 직접 또는 브로커를 통한 인테리어 명목 등의 금전 등 수수, 요구, 약속행위는 약사법 제24조 제2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다.

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는, “약국개설자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보아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을 문언 그대로만 본다면, 약국 개설예정자, 의료기관 개설예정자, 브로커와 같은 제3자 등이 위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금전 등 제공 외에 이를 수수, 요구, 약속한 경우도 위 범죄의 행위태양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최근 김순례 의원이 위 조항을 보완하는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결국, 약사가 아무런 원인관계도 없이 의사에게 금전 등을 건네도 현행 약사법의 담합금지조항으로는 이를 규제하는데 역부족이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약사가 의사에게 돈을 건넬 리는 없지 않은가? 같은 건물 혹은 같은 층, 또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의료기관 관계자와 약국 관계자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는 담합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약사와 의사 사이의 이유 없는 돈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일정한 신분에 있는 자에게 금전 등 수수를 금지하는 법률은 이미 존재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일정한 금액 초과의 경우에는 직무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고, 위 금액 이하라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대가성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를 따라 약사와 의사 사이의 금전 등의 수수 그 자체를 금해야 하며, 이를 입법화해야 한다.

이제 그 수명을 다한 현행 약사법의 개설등록불허조항을 포함한 담합금지조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적 이익 추구에 광분한 담합행위가 독버섯처럼 여기저기서 자라나 우리 국민의 건강을 심히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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