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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발암물질보단 발암 '가능물질'이 더 맞는 표현"

  • 김지은
  • 2018-07-12 12:15:54
  • [인터뷰] 발사르탄 고혈압약 판매중지 사태에 대한 이지현 약사의 생각

이지현 약사
발사르탄 고혈압약 판매중지 사태로 일선 약사들은 연일 쏟아지는 환자 문의와 응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식약처 발표와 뚜렷하지 않은 요양기관 대응 방침, 이런 상황을 악용해 직역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단체의 여론화 작업까지, 현장에 약사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바라보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무엇일까. '내 약 사용설명서'의 저자 이지현 약사를 통해 일선 약사는 물론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 이번 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들을 짚어봤다.

-N-니트로소메틸아민이 발암물질이라고 하니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보면 되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유기화학물질이다. 즉, 동물의 발암성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만,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불충분한 단계를 의미한다.

일정량을 초과할 경우 사람에게도 잠재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알려진 물질로 발암물질이라고 명명하는 것보다는 발암 '가능 물질'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는 가공식품에는 1급 발암물질들도 많이 함유돼 있다.

-중국산 원료가 쓰였기 때문이라 해서 논란이 많은데 원산지가 중요한가?

얼마 전 중국산 가스를 사용해 눈 수술을 한 후 실명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중국산이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가스'가 의료기기나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감독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 이후 해당 가스를 '의료기기'로 변경했다.

이번 원료 회사도 22개국에 수출한 의약품 원료를 만들던 회사다. API에서는 중국이나 인도의 회사가 우수한 의약품 원료 공급사다. 중국 회사에서 '발암물질'을 첨가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제조공정'이 바뀌어서 원치 않는 물질이 생긴 것이다. 제조 공정에 대해 검토하고 다른 원료 회사들도 조사해야 한다고 유럽에서 이미 밝혔다. 이번 발사르탄의 경우 국내 원료도 있는데 이 또한 성분을 면밀히 조사 할 문제다.

-이번 고혈압약 판매중지는 기존과는 다른 것으로 아는데.

이번 조치는 아직 NDMA 검출량과 위해성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예방책을 취했다는 입장이다. 보통은 시판 후 사망을 포함한 아주 위험한 부작용이 보고된 경우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취하지만 이번 회수 조치는 '예방 차원'이라 볼 수 있다. NDMA 수치와 관련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조사하는 중이며 이 원료 또한 아주 오랜 기간 쓰여온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로 발사르탄이 마치 발암물질인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다.

발사르탄은 좋은 약이다. 해당 성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생겼을 뿐이다. 고혈압 뿐 아니라 심부전, 당뇨, 고지혈증 등에서 심혈관계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널리 쓰인다. 발사르탄 자체는 절대 발암물질이 아니다.

-판매중지 된 약의 종류가 많다. 115개나 회수조치 됐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는 original의 특허가 끝나서 따라만든 'generic'약에 사람이름과 같이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다. 성분이 동일하지만 이름으로 보기에는 약 종류가 수천가지도 될 수 있는 거다. 고혈압약 중의 특정 한 성분인데(그것도 해당 회사 원료를 사용한 제품만 문제) 한바닥 가득히 나열된 이름만 보자면 고혈압약 드시는 분들은 정말 많은 고혈압약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혼란을 주는 우리나라의 generic 명명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체 조제 때문이라는 논란도 있다. 어떻게 보나?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문제시되는 약을 처방한 경우 문제 없는 약으로 대체조제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이건 병의원과 약국을 탓할 일이 아니며 의사와 약사가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일 일도 아니다. 원료가 수입, 판매돼서 사용한 제약사, 처방한 의사, 조제한 약사 잘못이 아니라 원료를 제대로 검증하고 판매 허가해야할 일이다. 원료를 면밀히 검토해보지 않은 당국에 문제를 제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보도로 전문가 집단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가 관리 감독의 주체인 국가 기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 사실 그렇다. 안과 수술용 가스 문제 때도 그랬듯이 해당 제품의 품질과 유통 경로 등을 관리, 감독할 기관과 부처가 어딘지, 또 어떤 법을 적용해서 규제해야 할 지 모르는 정부 관리 체계의 헛점이 나타났다고도 한다. 이번 사태도 이러한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원료를 수입해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제약회사나 병의원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조치도 사실 유럽 연합의 조치를 따른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원료를 포함한 의약품 원료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이번 사태로 한국에서 제네릭약을 처방하는 것을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해당 원료는 22개국에 보내져 전 세계적으로 약 2300여개의 제조배치가 회수된다. 국내에서 generic 처방을 두고 리베이트 문제를 거론하거나 brand약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이는 옳지 않다. 해외의 경우 보험이 generic약가만을 커버하고 약국에서도 generic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generic의 품질을 잘 관리해 generic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약품을 허가하는 당국의 노력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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