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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안인득 사건 막으려면 지역사회가 나서야"

  • 김진구
  • 2019-07-10 11:34:53
  • l단박 인터뷰l 윤석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 2019 전국순회 정신건강포럼 개최…경기·강원·대구·제주서 열려
  • "일련의 사건으로 중증 정신질환자 인식 오히려 후퇴"

작년 말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올해 초 진주 안인득씨 사건 등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을 이끄는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이유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자 문제는 더불어 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국순회 포럼을 계획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포럼의 캐치프레이즈는 '파라디그마 비치노(Paradigma Vicino)'다.

이탈리아의 선례에서 따온 이 단어는 '가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가 보듬을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포럼은 오는 11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18일 강원도, 8월 27일 대구, 9월 3일 제주에서 각각 개최된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윤석준 교수에게 포럼의 의미와 정신질환자 대책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정신건강, 특히 조현병으로 대표되는 중증 정신질환자 문제는 더불어 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해결될 수 없다. 일련의 사건은 대부분 미치료자에 의한 것이었다. 조현병 환자는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약만 잘 복용하면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환자가 약을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제2, 제3의 안인득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캐치프레이즈인 파라디그마 비치노의 개념을 설명해 달라.

"파라디그마는 패러다임, 비치노는 가까이라는 뜻이다. 1978년 이탈리아 바살리아법에 근원이 있다. 당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탈원화 구호가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정상인은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전 국민을 설득했다.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전면 금지하고, 지역사회 치료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활동이었다. 이를 벤치마킹했다."

▶포럼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지난해 정신건강 실태조사만 봐도 국민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평생 한 번 이상 겪는다. 그럼에도 정신건강 문제는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로 인식한다. 포럼은 이런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한다. 작년엔 인식 개선에 포커스를 뒀고, 올해는 관심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원단은 객관적·전문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자체와 함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계기를 삼고자 한다."

▶이번에 4개 지자체를 선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경기·강원·대구·제주에서 이번 포럼을 개최한다. 작년과 겹치지 않는 지역을 선정했다. 작년엔 서울·광주·부산·세종에서 각각 진행한 바 있다. 정신질환의 경우 지역별 정신병원 분포가 다른 질환과는 조금 다르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에 폐쇄병동은 은평병원 한 곳뿐이다. 대학병원에 딸린 작은 규모로만 있다. 지방도시에 오히려 많다.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다."

▶지역별로 주제를 달리 잡은 이유가 있나.

"경기도는 '배제에서 통합으로' 강원도는 '고립에서 함께로' 대구는 '공포에서 공감으로' 제주도는 '가까이 패러다임, 파라디그마 비치노'가 각각의 주제다. 주제를 잡을 때 지역적 특성을 반드시 고려했다.

일례로, 대구의 경우 지역적 특색 때문에 최근 공포감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이런 주제를 선정했다. 내 주위의 정신질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의제로 던지려고 한다. 다만, 지나치게 무거울 수 있어 전달 방식에 다변화를 꾀했다. SNS를 활용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정신건강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자 한다."

▶포럼엔 주로 누가 참석하나.

"작년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았다. 여기에 올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인식 개선 서포터즈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30팀을 모집하려 했는데, 전국에서 120개 팀이 신청했다. 최종 423명을 발탁했다. 전국 70개 대학에서 서포터즈가 활동 중이다. 이 학생들의 미션 중 하나가 포럼 참석이다."

▶관련 예산은 어느 정도 배정받았나.

"인건비까지 포함해 작년 기준 2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10년 가까이 동결된 상태였다. 그래서 작년에 오자마자 3억2000만원으로 50%를 인상했다."

▶국내 3대 중증 정신질환은 조현병과 양극성 정동장애, 반복성 우울증 등이 꼽힌다. 현재 상황은.

"2017년 기준 건강보험 청구코드로 분석해보니, 조현병으로 한 번이라도 입원한 사람이 23만명이었다. 양극성 정동장애와 반복성 우울증은 각각 10만명씩이었다. 합치면 43만명 수준이다.

학계에선 중증 정신질환자가 전 국민의 1%, 즉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7년 43만명이 확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미치료 현황에 대해 설명하자면.

"30%는 지금도 잘 치료받고 있다. 나머지 30만명이 관리 대상이다. 그러나 전국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8만명에 그친다. 이밖에 기도원 같은 정신요양시설에서 수용하고 있는 게 1만명, 보건소 병설로 등록된 기관에 10만명이 있다.

최대 19만명이 소재가 파악되는 것이다. 중복을 감안할 경우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10만명 이상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란 추정이다.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의 가해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퇴원 후 1년 만에 병원을 찾은 것인데, 그 동안 거의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중증 정신질환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이들을 품고가야만 한다.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정신병원에만 가도 손가락질 당하는 게 싫어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다반사다."

▶커뮤니티케어는 어떤가. 정신질환자 모델이 하나 포함됐는데.

"지역사회 돌봄이라는 개념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이탈리아는 국립폐쇄병동을 운영하지 않는다. 원래 있던 병동을 전부 없앴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나왔다. 모두가 자신의 주거지역 근처에 있는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게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이다.

▶경증 정신질환자는 어떤가. 이들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중요하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국을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자살예방상담 사업 등 약국가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은데.

"정신질환자에 대한 포괄적·일상적 관리를 위해 경증질환자의 경우 접근성 향상이 중요하다. 모두를 시설에 수용할 수는 없다. 국민 전체가 상담가가 돼야 한다.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것도 도 이런 차원에서다. 시야를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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