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답정너'식 첩약급여, 국민건강은 빠져있다
- 김민건
- 2019-12-05 17: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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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전체 회의는 단 2회 열렸고, 분과별 위원회도 실제적으로 개최한 적이 없다는 게 약사회와 한약사회 지적이다. 두 전문가 단체는 안전성·효과성 검증 없는 시범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한약사회는 4일 복지부 앞에서 한약사 면허증 사본을 태우는 퍼포먼스로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결국 이달 중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건정심에 상정한다는 계획은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답정너식의 행태와 같다. 두 단체는 이러한 복지부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약업계는 1993년 한약파동과 2000년 의약분업을 겪으며 국가 정책 혼선으로 생기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다. 두 사건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Policy-making process)에서 주무부처와 직능단체, 언론, 시민단체 등이 개입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번 첩약급여화는 한의약 발전과 국민건강 보장성 강화에서 시작했다. 보건정책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결정하는 분야다. 그렇기에 협의 과정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의 추진 과정은 이러한 절차와 거리가 멀다.
첩약급여 문제는 1993년 한약조제권 분쟁으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주요 직능단체인 약사회와 한약사회, 한의사협회, 의사협회는 전문가 집단이면서도 결속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보건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정부가 직능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이유이다.
한의사와 청와대 유착 의혹이 불거진 현재 복지부는 국민이익을 담보하면서도 유관 직능단체 간 균형을 맞춰 반발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보건정책을 결정하는 데 어느 한 편을 들었다고 의심을 받는 건 주도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분쟁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말과 같다.
정부의 조정 기능 상실로 한약파동이나 의약분업 당시 계속해서 정책 결정을 번복할 수 밖에 없었다. 약사회·한약사회의 동의 없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특정 직능단체를 위한 이익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약사회와 한약사회의 반발은 1993년 한약파동 이후 지속돼 온 한방의약분업과 보험 문제에서 복지부 전략부재와 무사안일 태도를 보여준다.
복지부는 약사와 한약사, 한의사 직능간 전문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이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시범사업 추진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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