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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절감·금융리스크 축소...거래 도매 줄이는 제약사들

  • 정혜진
  • 2020-01-29 06:15:47
  • 여신 수수료 부담 줄여 관리비용 절감 추구
  • 도도매거래 활성화로 적은 도매 거래로 유통 가능..."도도매 비중 80% 육박"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거래 도매업체 수를 줄여나가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더 많은 도매업체를 통해 유통망 넓히기에 주력하던 제약사들이 이제는 대형 도매업체 위주로 거래량을 조절하거나, 일정 매출 이상의 도매업체만 거래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정적으로 불안한 도매업체 거래를 줄여 금융 리스크를 낮추고 도매업체 관리비용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아울러 도도매거래가 활발해진 점도 거래 도매 축소를 가능하게 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국내제약사가 최근 도매업체에 '매출 2000억원 이상이 아니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소제약사들 중 엄격한 거래조건을 내세워 일정 규모 이상 도매업체와만 거래하겠다고 통보한 곳들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약사가 거래 도매업체를 줄이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관리비용 절감이 꼽힌다. 제약사들은 보통 직거래 도매업체가 결제대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평균 거래금액 만큼 여신이나 채권 등을 확보해둔다. 그러나 도매업체 대부분이 은행 대출을 통해 여신을 마련하기 때문에 제약사도 대출이자의 일정부분을 도매업체에 지급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도매업체로부터 여신을 받아놓지만, 회사에서 지출되는 이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여신을 주는 도매업체를 줄이면 제약사도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메나리니가 '풀케어'와 '더마틱스울트라'의 독점 공급권을 광동제약에 넘긴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메나리니는 이전에 5곳 도매업체를 통해 두 제품을 공급해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모든 도매업체가 광동제약을 통해 두 제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제품 취급 도매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조사인 메나리니 입장에서는 직접 관리하는 거래 업체 수가 5곳에서 한 곳으로 감소해 거래 도매업체 수가 줄어든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거에도 GSK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거래 도매를 줄이려다 몇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제약사들도 거래 도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매업계는 제약사들 비공식적으로 거래규모가 작은 도매업체를 정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출처: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
최근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이상원 제약산업학과 교수)이 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연구한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이 도매업체'도도매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도매업체 78개소 중 59.1%가 '담보문제를 포함한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 제한'을 이유로 꼽아 가장 높은 답변률을 보였다.

신용도가 낮은 도매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제약사의 거래 제한이 강해지자 도도매거래가 활성화됐고, 이는 다시 제약사의 거래제한이 가능해지도록 도왔다.

같은 연구보고서에 실린 도도매거래 규모는 2009년 7조원에서 차차 늘어나 2018년 17조원으로 9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제약사가 도매업체에 공급하는 의약품 중 약 79.8%가 도도매를 통해 요양기관에 도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출처: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매출 1000억원을 만들기 위해 100개의 도매업체 거래를 하든, 150개 도매업체와 거래를 하든 큰 차이가 없다"며 "거래 도매업체 수를 줄여도 도도매를 통해 필요한 곳에는 다 약이 전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약사의 거래 도매 축소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도도매거래로 유통망이 완성되어 있는데다, 제약사의 비용 절감 니즈도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객관적인 거래 여건이 되는 도매업체 공급요구를 거절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다국적사 대부분이 한정된 도매업체와 거래하고 있고, 국내사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어 이같은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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