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입찰 양극화 심화 전망...'저가낙찰 갈등' 쟁점
- 정혜진
- 2020-02-25 0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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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입찰시장 경쟁 과열, 대형 업체 독식 현상
- 부림·엠제이·인산MTS 등 '강세' 올해도 이어질까?
- 병원도 대형업체 선호, 예가 낮아지며 대형업체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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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약품, 엠제이팜(전 개성약품), 신성약품 등 입찰시장에서 대형업체로 분류되는 업체들과 소규모·신생업체들의 경쟁이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시장은 이미 대형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입찰시장에 진입하는 소규모·신입 입찰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나 시장 양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자본력 없으면 낙찰시켜도 포기...빈자리는 대형 업체가 메워
최근 입찰 시장에는 '극소수 업체가 입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찰 경력이 많으면서 대형 입찰마다 적지 않은 그룹을 따내는 업체 몇곳의 이름이 거론된다.
과거에도 입찰결과가 공개되면 몇몇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소위 '싹쓸이' 현상이 나타나긴 했다. 입찰업체가 저가 투찰로 우선 낙찰권을 따놓고 제약사를 압박해 저가에 약을 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입찰시장 경향은 사뭇 다르다. 과거와 같은 한탕주의식 싹쓸이가 아닌, 자본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조직적인 입찰시장 지배다. 낙찰로 끝이 아니다. 업체에 자본력과 조직력, 오랜 경험이 있어야 투찰과 낙찰, 의약품 공급까지 계약을 문제 없이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엠제이팜 다음으로 4개 그룹을 낙찰시킨 카카오팜은 결국 제약사와 의약품 공급 협상에 실패해 납품을 포기했다. 빈 자리는 엠제이팜과 부림약품이 메웠다.
올해 초 열린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찰에서는 유일하게 한 그룹만 낙찰이 됐는데, 낙찰업체는 부림약품이었다. 부림약품은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울산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부산대병원 등 수도권과 전국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좋은 입찰 성적을 보이는 입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한 도매업계 관계자는 "입찰은 단지 가격만 낮게 적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모든 약에 대한 병원 별 공급규모, 병원의 원내처방과 원외처방 현황, 제약사마다 갖춘 약의 구색과 품목, 제약사와 병원 사정, 제약사와의 관계, 빠른 판단과 정확한 계산력, 몇억 원이라도 손해볼 수 있는 배짱, 제약사와의 친분관계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야 낙찰률을 높일 수 있다"며 "결국 이런 조건을 더 많이 갖춘 업체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강자인 엠제이팜과 부림약품, 신성약품과 최근 몇년 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산MTS 등 일부 업체의 시장 지배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병원과 제약사가 안정적인 낙찰률을 보이는 입찰업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업체들 우후죽순...일부 입찰 경쟁률 100:1 훌쩍
시장이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지만 입찰에 뛰어드는 도매업체는 증가 추세다. 일단 공급권을 확보하면 1년 매출이 확보되는데다, 입찰도매는 약국 거래 종합도매와 달리 많은 수의 영업사원과 배송기사, 대형 물류와 배송망이 필요없어서다.
신생업체가 대거 늘어나면서 입찰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경찰병원 입찰에는 수익성이 보장되는 그룹에는 80곳에서 112곳 업체가 투찰했다. 경쟁률이 1:100을 훌쩍 넘긴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지오영, 백제약품, 태전약품, 지오팜, 복산나이스 등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투찰로 시장에 변수로 등장했고 때때로 지나치게 낮은 낙찰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약국도매로 출발한 대형업체들이 입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년 간 약국 도매업체들이 대거 입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대부분 약국 도매들이 투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복산나이스, 태전, 지오영 등이 시장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도 전통적인 약국도매업체들의 공격적 투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약국도매업체 관계자는 "약국 유통만으로는 기업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다.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시설을 갖추려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고 반대로 제약사는 마진을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병원 입찰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의약품 유통업계 경영사항이 악화되면서 소위 '돈이 되는' 입찰시장에 너도나도 몰리는 형국이다.
◆병원은 예가 낮추고 제약사는 저가공급 거부...생존 어려운 입찰 도매업체
최근 유통 마진을 인하해 경비를 줄이려는 건 비단 제약사뿐만이 아니다. 병원도 저가낙찰을 유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약을 공급받고자 고민 중이다. 투찰액 상한선으로 정한 예가를 낮게 잡아 입찰제도의 장점을 백분 활용하는 셈이다.
최근 입찰 결과는 이러한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2월 입찰을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은 낮은 예가로, 업체들이 예가대로 투찰해도 이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보훈병원은 예가를 보험가의 절반 이하로 잡았다. 여기에 업체들이 더 낮은 80% 이하의 가격을 투찰하면서 최종 낙찰가는 보험가 대비 30% 수준에 머물렀다. 저가 낙찰인 셈이다.
삼성의료원이 입찰을 2년 째 미루는 건 저렴한 공급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란 의견도 있다. 새로 입찰을 열어 기존보다 낮은 낙찰가를 담보할 수 없어 기존 가격을 유지하려는 임시방편이란 뜻이다. 각각 방법은 다르지만 병원들은 더 작은 예산으로 약을 공급받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의료원이 올해 입찰도 생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약가를 낮추려는 병원, 보험가대로 받으려는 제약사 사이에서 버틸 수 있는 입찰업체들만 생존하는 식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이 결과가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시장 양극화는 결국 입찰업체 간 과열경쟁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앞뒤 안보고 낙찰만 시키는 업체들을 경험한 병원이 자체적으로 안전망을 고안해내고, 이는 곧 대형업체 선호 추세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입찰업체의 투찰가가 계속 낮아지고, 이 가운데 무리하게 낙찰을 시키려 제약사와 협의 없이 초저가낙찰을 하는 입찰업체가 나타난다. 제약사가 이 업체에 약 공급을 거부하면서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병원은 제약사 장악력이 높은 대형업체를 점차 선호하게 됐다.
한 예로, 보훈병원은 지난해 입찰에서 최근 3년 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납품실적이 있는 업체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했다. 올해 초 용인세브란스도 대형업체에게 가점을 부여해 대형 업체 투찰을 유도했다. 대형업체 선호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렇듯 대형 입찰업체 가점 제도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어나면서 투찰자격 전반이 엄격해지고 있다. 중소형업체와 신생업체 입장에서는 입찰시장에 들어갈 문이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병원들의 자격조건 강화, 제약사 공급확인서 제출 의무화는 전체 병원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업체 간 양극화와 대형업체 독식 현상, 낮아지는 예가 수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도 적지 않은 병원들이 낮은 예가로 입찰시장을 열고, 공급권 입찰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낮추려는 병원과 보험가를 지키려는 제약사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입찰업체의 고군분투도 계속될 전망이다.
제약사 입찰담당자들은 도매업체가 제시하는 입찰가와 본사에서 허용하는 최저가 사이에서 양쪽을 만족시킬 최적점을 찾기 위해 이미 분주한 2월을 보내고 있다.
한 제약사 입찰 관계자는 "병원의 사회적 책임이 높아지면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인지를 중요한 자격요건으로 보고 입찰도매업체에게 점점 더 많은 서류와 높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투찰업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이같은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도 수익이 중요한 시대가 됐고, 제약사도 손해보는 장사는 피하려 한다"며 "올해도 과당경쟁과 제약사와 도매업체의 줄다리기로 치열한 입찰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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