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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약사와 치즈 한봉지…마스크에 울고 웃는 사람들

  • 김지은
  • 2020-03-18 18:45:11
  • [내러티브뉴스] 경기 안양 모 약사의 마스크 판매 후일담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지난 한주는 특히 더 힘들고 지치는 하루하루였다. 전무후무한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탓도 있겠지만, 마스크가 마치 생명줄과 같이 인식된 지금의 상황이 더 힘든 것이다.

그날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선 고객들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약국 바로 옆 약국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키가 자그마한 한 남성이 화가 가득 난 얼굴로 약국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 남성의 화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남성은 우리 약국으로까지 와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인근 약국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요즘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자가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고, 협박을 하는 게 다반사라던데 결국 약국에도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질 줄이야.

경찰이 상황을 살피는 와중에도 이 남성은 쉽사리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했다. 우선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길 한복판에서 그를 안고 등을 두드리고 진정하라며 마스크를 쉽게 받지 못하는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흥분한 남성을 맨손으로 잡고 그를 향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두려울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 주민인데 자칫하면 경찰서로 가야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그 남성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를 계속 붙잡고 토닥이며 “마음을 가라앉히라. 계속 이러시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토요일에 다시 오시면 필요한 마스크를 꼭 챙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나의 설득 때문이었을까. 이 남성은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만큼 이 남성을 따로 조사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를 막아서고 “우리 약국 단골 환자로 자주 봐왔다. 신원은 내가 보장할 수 있다. 그냥 가셔도 된다”고 설득했다. 경찰은 돌아갔고,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듯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토요일이 왔다. 문득 그 남성이 생각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2장의 마스크를 따로 빼놓았다. 그 전부터 약국을 찾기 힘든 고령 환자나 취약계층 등을 위한 배려로 몇장은 따로 분류해 놓고 있다.

약국 문을 빼꼼히 열고 순한 얼굴의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그때 고함을 치던 그 남성이었다. 그는 “그때 고맙고 또 미안했다. 별건 아니지만 드시라”면서 투약대 위에 치즈 한봉지를 수줍게 올려놓았다.

순간 수많은 생각이 몰려 와 울컥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렇게라도 전하고자 한 그의 마음이 따뜻해 다시 들려 보내지는 못했다.

그가 돌아가고도 한참 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지난 20여일 간 공적 마스크를 취급하며 얼마나 많은 일을 겪고, 지치고, 상처받았었나.

선해진 얼굴로 약국을 찾아온 그 남성을 보며 약사들은 더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해 힘들고, 국민들은 그렇게 필요한 마스크 한 장이 없어 그만큼 또 절실하고 힘들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결국 국민 모두 상처받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던 거다.

오늘도 역시 마스크로 인해 힘들고 지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건네는 “고맙다”, “응원한다”는 한마디, 지칠 때 먹으라며 건네는 소소한 간식에 다시 힘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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