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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 응급환자 진료거부와 대지급제도

  • 데일리팜
  • 2021-06-17 10:13:32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도헌 변호사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모 병원 원무과 직원에 대하여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가 있습니다(2017. 12. 22. 선고 2016고단5902호 판결의 항소심). 해당 직원이 병원 응급실에 갑작스러운 복통과 오한을 호소하면서 실려온 환자가 과거에 진료비 1만 7천원을 미납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 접수를 취소하였고, 이로 인하여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만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특히, 위와 같은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병원 측에서는 국가에게 직접 진료비 전액을 대신 지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은 응급의료를 제공받은 응급환자로서 응급의료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자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과 구급차 등을 운용하는 자는 응급의료비 및 이송처치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신 지급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지급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한데, 동법 시행규칙은 제10조에서 상환의무자의 서명·날인을 받은 응급환자진료비(이송처치료) 미수금 대지급 청구서, 응급진료에 관한 진료기록사본, 요양급여비용명세서 또는 응급진료비산출 내역서, 진료비 계산서 등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지급 청구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령 및 관련 고시,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 청구 심사기준 및 국민건강보험법령 등을 적용하여 의학적인 측면과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 응급의료를 적정하게 행하였는지를 심사 후 응급기간에 발생된 본인부담미수금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의료기관 및 구급차 등을 운용하는 자에게 대지급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향후 발생될 치료비 청구 문제를 일일이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응급환자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 직원이 국가의 재정적 낭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4항은 '기금관리기관의 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제2항에 따라 미수금을 대신 지급한 경우에는 응급환자 본인과 그 배우자, 응급환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진료비 부담 의무자에게 그 대지급금(代支給金)을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하여,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 혈족(부모 또는 자식 등을 말합니다)에게도 대지급금의 전액을 구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응급의료비와 관련한 문제는 국가의 재정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체계적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사건과 같이 병원 직원이 과거 진료비 미납을 이유를 들어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응급환자를 치료한 후, 보호자나 본인의 응급환자진료비(이송처치료) 미수금 대지급 청구서를 작성 받는 절차를 밟았다면 병원은 응급진료비를 대지급 받고 환자 역시 사망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아마도 병원 직원은 사망한 환자의 평소 행동을 고려할 때, 관계 서류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득이 진료를 거부한 것이 아닌지 추측됩니다. 아니면, 사망 환자의 기존 진료비 미납 행위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진료를 거부한 것일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당시 시행되었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현재 시행 중인 동법 시행규칙 제10조 제2항은 환자 또는 그 보호자의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해당 의료기관 또는 구급차 등을 운용하는 기관의 장이 발급하는 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를 매우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응급진료 중 사망한 자로서 무연고자로 확인된 경우, 응급진료 종료 후 도주한 사람으로서 주소지 확인이 불가능함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 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아니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환자나 가족의 확인서를 요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d위 사건에서 병원 입장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백 번 양보하여, 위 병원이 대지급금 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1만 7천원 때문에 환자가 죽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이 진료거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와 그 필요성 및 현실의 문제점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는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산 기미를 보이던 임산부가 고열이 난다는 이유로 모 대학병원 분만실이 출입을 거부하여 결국 사산을 하게 된 사건이나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의 자녀가 화상을 입어 응급실에 이송되었으나, 밀접접촉자라는 이유로 간단한 처치만 받고 다시 집으로 귀가 조치 당한 사건 등을 신문 기사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는 하나, 자칫 잘못하면 진료거부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와 관련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일단,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형사처벌과 자격 정지 등의 행정벌이 함께 부과됩니다.

이처럼 현행법은 의료인에 대한 진료거부를 원칙적으로 강력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내용을 의료법만이 아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서도 반복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행법의 기본적 태도는, 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료행위는 수급권자인 환자에게 최대한 평등하게 제공되어야하며, 의료인이 임의로 환자를 선택하여 진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진료거부에 대하여 지나치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하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진료거부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환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일반 환자보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는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가 막연히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정당한 사유가 도대체 무슨 사유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사건 중, 진료비 미납이라는 사유와 같은 경제적 시비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인 것으로 보입니다(서울형사지방법원 1981. 7. 2. 선고 80노8696 판결 등). 반면,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설비 및 지리적 요인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진료를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이 현재 법원의 태도인 것으로 보입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 판결 등).

그러나 의료 현장, 특히 응급의료 현장과 같이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막연히 판례로만 형성되어 있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적시에 판단하여 진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국, 의료인이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거부한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이미 의료계에서는 '상당한 이유'를 의료법 등에 명시하여 예견가능성을 높이고, 진료거부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성을 낮추자는 제도개선 논의까지 있었으나(심지어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개선된 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로 인하여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분간 코로나로 인하여 의료인력 부족사태가 전국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 명백한 상황이고,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진료를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임이 명약관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전담병원이라 할지라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여야 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일반환자와 감염 환자의 동선을 완벽히 분리하라는 권고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선의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의료인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진료와 진료거부 사이에서 갈등해야하는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루빨리 진료거부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법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적법한 진료거부 시에 응급환자를 빠르게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의학계 노력은 물론이고, 입법부의 적극적인 입법지원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억울하게 처벌 받는 의료계 종사자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도헌 변호사 약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6회 변호사시험 합격 전 공무원연금공단 변호사 전 조달청 변호사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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