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요양병원 약사인력 기준, 이대론 안된다
- 김지은
- 2021-12-21 17: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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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위반으로 복지부로부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한 요양병원 원장은 최근 법정에서 약사의 사전 조제와 간호사의 조제 개입에 대해 ‘정당한 행위’라며 항변했다.
법정에서 드러난 이 요양병원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의사가 소위 ‘묶음 처방’으로 특정 처방 조합을 설정해 약사, 간호사와 공유했고, 약사가 입원환자의 일주일 분량 약을 미리 조제해 두면 간호사가 최종적으로 해당 약을 환자에 전달했다.
때에 따라 묶음 처방에 한, 두가지 약이 추가로 처방돼 나오면 간호사는 약사가 사전에 조제해둔 약에 직접 해당 약을 추가해 환자에 투약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법원 판결에서 요양병원의 의약품 조제와 관련한 약사법 위반, 이에 따른 관련 기관의 과징금부과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의 약사 역할 범위, 그에 따른 의약품 조제, 관리에 대한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양병원 의약품 조제, 투약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병원약사회는 물론 대한약사회도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약사 인력기준 재조정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초고령화사회 속 요양병원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약물관리의 취약성과 불법적인 의약품 조제, 투약의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200병상 이하 중소 요양병원은 주당 16시간 이상 시간제 약사를 두도록 규정돼 있다.
그렇다 보니 200병상 이하 규모 요양병원은 약사 1인의 주당 16시간 근무 기준 채우기에만 급급한 곳이 대다수이고, 이 안에서 약사의 역할은 조제 정도에만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실제 앞선 판례에서도 병원에 고용된 약사는 주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 16시간 병원에서 근무했으며, 병원 관계자들도 법정 진술에서 ‘약사가 1초도 쉬지 않고 일해야만 하루 분량의 약 조제가 가능하다’고 증언했다.
요양병원의 물리적 숫자가 늘고 있는데 더해 입원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율이 높고 다제 약물 복용 환자가 많다는 점은 심각하게 들여다 볼 문제다. 그만큼 약사의 역할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치료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약사가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지켜내자’는 취지에서 더 강력하게 요양병원 인력기준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도 환자 안전 차원에서 더 이상 병원, 요양병원 약사 인력기준을 방치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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