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간호법 제정에 대한 시대적 단상
- 노병철
- 2022-05-26 06: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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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다툼을 벌여 온 민감한 사안이지만 상임위 통과라는 7부 능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되면 직역 간 상호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결국 의료 현장은 불법 파업으로 얼룩지고 원팀 의료행위는 사라질 것"이라며 저지와 투쟁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 적용 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도 고유 업무영역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 측은 간호법에 대해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에 신속 안건으로 강력 협조 요청을 진행했다. 세계의사회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하고 의료계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의사회는 간호법 제정 시도가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킨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의협의 자구책에 국회는 일정 부분 화답해 지난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간호법에는 의료계가 우려했던 몇몇 독소조항이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야가 합의한 안에는 먼저 간호법을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부여하는 조항이 삭제되어 간호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될 수 없도록 했으며, 간호사의 업무와 관련해 '지도 또는 처방 하에'에서 기존 의료법을 인용한 대로 '의사의 지도 하에'로 수정돼 있다. 또 간호종합계획-간호정책심의위원회-간호사 등 실태조사가 삭제되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적용하게 했으며,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과 의료기관의 책무(간호사 확충 관리책임자 선임 등) 규정 또한 삭제된 점은 의협 집행부를 포함한 각 시도지부의 전방위 설득과 논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의 업무, 무면허 간호업무 금지 등, 업무거부 금지 등, 간호기록부 및 면책사유 등, 전자의무기록의 작성 등 금지, 정보누설금지, 태아 성 감별 행위 금지 등과 같은 문제되는 내용 제15조~제21조항 또한 삭제됐다. 그렇지만 의협 측은 원안과 달리 사실상 대폭 수정된 형식적 법안이 되었다 할지라도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논의와 의결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철회를 위한 강경노선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러한 의협의 의지는 지난 22일 열린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통해 실천령을 천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간호협회는 새롭게 제정 예정인 간호법은 특정 직역단체에 특혜를 주는 법률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 치매환자 증가에 따라 보건의료 환경은 질병예방과 만성질환관리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학교·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요양시설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전문 간호서비스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고조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새로운 간호정책의 체계적 정립이 절실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간호협회는 인력 부족·업무 가중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독립적인 간호법의 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간호사를 포함한 5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이 의료법이란 하나의 법안에 묶여 있어 의사·의료기관 중심적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 간호협회가 제안한 간호법의 주요 내용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5개년 마다 종합계획 수립,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 지침 제정,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조사·교육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당시 의사는 5000명, 치과의사는 800명, 한의사는 1600명, 간호사는 17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의사는 13만명, 치과의사는 3만2000명, 한의사는 2만6000명, 간호사는 46만명에 달한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OECD 평균 8.9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3.8명에 불과하다. 40대 이상 간호사 비율은 미국 70%, 한국 30%로 숙련된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간호서비스의 질·환자 안전을 향상시킬 체계적 법률안을 원하는 간호협회의 주장도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독립적인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해외 사례는 어떨까. 일각의 우려처럼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분리하면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해외 90개국에서는 이미 간호법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의사법·간호법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대만 등 60개국은 의사법·치과의사법·간호법 등을 각각 분리해 법률로서 직역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간호법은 이미 필요성과 효과가 입증된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체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번 논란의 강 대 강 입장의 핵심은 의료법 상 간호사 업무범위 규정과 독립법안 분리를 기폭제로 또 다른 의료직역단체의 개별법안 마련 봇물 여론 형성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범의료인력에 대한 각각의 법률안 당위성이 형성될 경우 의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원팀시스템 붕괴는 보건의료 맏형 격인 의협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범위인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의 수정이 바로 그것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의무배치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간호조무사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과도한 확대 해석으로 보인다. 간호법안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의무배치 조항이 없고, 간호조무사 업무 규정도 현행을 유지된다.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의 정원을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게 한다는 부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신설법안은 진료·처방-의료행위의 주체 변경과 축소가 아닌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법률안 발의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나는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고, 조건이나 보수 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고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그리고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할 것'이라고 선언한 나이팅게일 선서. 의사로서 간호사로서 첫 발을 내디딜 당시 자신 뿐 아니라 환자와의 약속이자 인류애에 대한 맹약이다. 간호법 제정을 앞둔 산통의 시기, 업권 수호가 아닌 공생의 발전은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이념 확립과 화합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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