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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대기업의 잔혹사와 긍정적인 변신

  • 천승현
  • 2022-11-01 06:16:02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 대기업들의 연이은 통 큰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미국 바이오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5억6600만달러에 인수했다. 아베오는 지난 2021년 신장암치료 신약 포티브다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LG화학은 단숨에 FDA 승인 신약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네덜란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75.8%를 2677억원에 인수했다. 바타비아는 유전자치료제를 위탁개발 생산하는 기업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미국 뉴욕 동부에 위치한 BMS 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며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BMS와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도 체결했다.

모두 전통제약사나 바이오벤처가 감당하기 힘든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번에 단행하는 모습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연이어 가동하면서 CDMO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매출 8730억원과 영업이익 3247억원을 기록했는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상 모두 신기록이다.

SK그룹에서는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SK팜테코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미 자체 개발한 2개의 신약이 글로벌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 미국 앰팩 등 의약품 생산기지를 통합 운영하는 법인인데 지난해 매출 7750억원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상업화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한때 대기업들이 의약품 산업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화는 지난 1996년 의약사업부를 신설하고 2004년 에이치팜을 흡수 합병하면서 드림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6년에는 한국메디텍제약을 인수했다. 지난 2014년 드림파마의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케미칼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드림파마를 미국 제약사 알보젠에 매각했다.

지난 2013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을 한독에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백기를 들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분사했다. 지난 2012년 모 그룹으로 다시 편입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했다.

최근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CJ와 롯데도 의약품 사업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자회사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의약품 사업에서 손을 뗐다. 롯데는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해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의약품 시장에 진입했다. 롯데제약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2011년 롯데제과에 흡수 합병됐다.

최근 대기업의 제약바이오산업 대규모 투자가 아쉬운 점도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확보한 제조시설을 가동하면서 위탁 생산 사업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기업들이 생산을 의뢰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숙원인 '글로벌 신약 배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LG화학이 거액을 들여 인수한 FDA 신약도 글로벌 성공에 근접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위탁개발생산으로 축적된 노하우가 신약개발 역량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 사례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글로벌제약사와 비교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전 세계 제약사 중 매출 50위권 이내 기업을 한 곳도 배출하지 못했다. 유수의 전통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신약을 단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과거 대기업들의 의약품 사업 실패는 내수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와 경쟁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불법 리베이트로 구설수에 오른 대기업 계열 제약사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광폭 투자를 단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대기업들의 투자가 어떤 성과를 낼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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