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실력 검증 나선 국산 수술로봇…글로벌 경쟁력 시험대
- 황병우 기자
- 2026-08-04 06:04:3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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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보아이 후속 공급·큐비스 4만5000례로 사업성 확인
- 복강경·정형·뇌·신장결석…특정 영역 선점 전략
- 해외 판매 늘어도 설치 기반·특허·현지 임상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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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국산 수술로봇이 기술 개발과 국내 허가에 머물던 단계를 지나 해외 병원에서 사업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공급 국가가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뇌수술과 신장결석처럼 글로벌 선도 플랫폼과 직접 겹치지 않는 영역을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도 눈에 띈다.
다만 국내 기업 전체를 같은 성장 단계로 묶기는 어렵다. 반복 공급과 다국가 임상 경험을 확보한 기업이 있는 반면 해외 인허가나 초기 임상 검증 단계에 있는 기업도 공존한다. 국산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와 글로벌 시장 안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사업 성과 가시화…현재 위치 평가는 엇갈려
국내 기업들은 국산 수술로봇의 현재 위치를 서로 다르게 바라봤다.
미래컴퍼니는 복강경 수술로봇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가능성 검증을 넘어 글로벌 상용화와 시장 확대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을 포함해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몽골, 파라과이, 튀니지, 모로코 등 7개국에 레보아이를 공급했고 일부 국가에서 후속 주문이 이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복강경 수술로봇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업은 기술 개발과 가능성 검증을 넘어 글로벌 상용화와 시장 확대 단계에 들어섰다"며 "후속 공급이 이어지는 국가가 나온다는 것은 현지에서 제품의 신뢰성과 사업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큐렉소도 국내 수술로봇 기업들이 해외 인증과 초기 진출을 넘어 실제 판매와 임상 레퍼런스를 만드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빠른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 국내 의료진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에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큐렉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인증과 초기 시장 진출이 주요 과제였다면 최근에는 실제 판매와 임상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엔서지컬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로엔서지컬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국내 기업은 시장 진입 초기에서 검증 단계에 있다"며 "일부 기업이 해외 인허가와 실제 수술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설치 기반과 술자 생태계, 제품 신뢰도에서는 글로벌 선도기업과 격차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국산 수술로봇 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복강경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장결석 수술로봇은 적용 술기와 임상 경험, 인허가 단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수술로봇이라는 산업군은 형성됐지만 기업별 사업 위치는 초기 검증부터 다국가 상용화까지 길게 펼쳐져 있는 셈이다.
선도 플랫폼과 정면승부 대신 술기·지역 차별화
국내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에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선도 플랫폼과 모든 기능을 비교하기보다 특정 술기와 지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방식이다.
레보아이는 고가 장비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장비와 소모품, 유지보수 비용의 경제성을 내세운다. 제품 공급 이후에는 집도의뿐 아니라 간호사와 의공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국내 초청 교육과 현지 실습, 수술 참관, 초기 임상 지원을 제공한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글로벌 선도 플랫폼과 기능이나 임상 규모 전반에서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병원이 도입과 운영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우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며 "장비 판매보다 현지 의료진이 로봇수술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도록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렉소는 특정 임플란트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오픈 플랫폼을 활용한다. 병원이 여러 임플란트를 선택할 수 있고 해외에서는 현지 임플란트 기업이나 의료기기 유통망과 로봇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제시한다.
현재 큐렉소는 인도에 수술로봇 100대 이상을 공급하며 임상 경험을 쌓았다. 이집트에서는 현지 정형외과 임플란트 유통사와 협력해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했다. 장비를 단독 판매하기보다 기존 임플란트 유통망과 결합해 추가 도입과 인접 국가 확장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큐렉소 관계자는 "선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특정 술기 최적화와 현장 대응력, 임상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가격 경쟁력을 결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밝혔다.
고영테크놀러지와 로엔서지컬은 연조직 복강경 수술과 직접 겹치지 않는 영역을 선택했다.
고영의 지니언트 크래니얼은 뇌전증과 파킨슨병 등 이상운동질환, 뇌종양 조직검사에서 정밀한 위치 설정과 기구 이동을 지원한다. 미국 FDA에 이어 일본 PMDA 인허가를 확보하고 일본 신경외과 병원을 대상으로 초기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로엔서지컬은 연성 요관내시경 조작과 신장결석 제거라는 특정 술기에 최적화한 자메닉스로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빈치가 자리 잡은 복강경 시장에서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기존 플랫폼이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수술을 먼저 로봇화하는 전략이다.
로엔서지컬 관계자는 "복강경 수술 전반에서 정면승부하기보다 특정 술기에 최적화된 기술과 임상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언급했다.
첫 수출 넘어 반복 도입으로…현지 안착이 관건
수술로봇의 해외 성과를 판단할 때는 첫 수출과 시장 안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장비 한 대를 판매했다고 사업이 완성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지 의료진이 교육을 마치고 실제 수술을 시작해야 하며 초기 수술에서 안전성과 운영 안정성을 확인한 뒤 반복 수술과 추가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레보아이가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파라과이에서 후속 공급을 확보한 점은 첫 설치 병원의 사용 경험이 다른 병원이나 교육기관의 도입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큐렉소가 확보한 4만5000례 이상의 국내외 임상 레퍼런스와 인도 설치 기반도 단순 수출 대수보다 반복 사용 경험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회사 역시 수십 년간 임상 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를 축적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지속적인 임상 성과와 안정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외 병원과 유통 파트너가 우선 확인하는 것도 자국 시장에서의 사용 경험이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활용되는지, 어느 수술에 적용됐으며 반복 수술과 연구 결과가 축적됐는지를 살핀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해외 의료진과 파트너들은 한국 주요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사용되는지, 어떤 수술에 적용됐고 임상 결과는 어땠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며 "국내 수술 사례와 논문, 학술 발표가 해외 병원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유통 파트너와의 협상에서도 신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이 해외 병원을 찾아 초기 수술을 지원하는 프록터링도 장비 도입과 현지 임상 안착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 설명서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수술 흐름과 기구 활용법, 돌발 상황 대응을 실제 수술을 통해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임상 경험만으로 모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환자 특성과 의료환경, 보험·조달 구조에 맞는 수술 데이터가 추가로 요구된다.
로엔서지컬 관계자는 "국내 임상은 해외 인허가와 파트너십 협상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현지 보험 등재와 병원 도입 과정에서는 현지 데이터도 필요하다"며 "국내 경험을 토대로 현지 근거를 생성하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설치 기반 넓혀도 원천기술·현지 근거는 과제
특정 술기와 신흥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은 국내 기업의 현실적인 진입로다. 다만 장기간 가격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으려면 정밀 제어와 센싱,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수술로봇 정밀 제어 특허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5개 특허청에 출원된 관련 특허는 3481건이었다.
미국 출원 비중이 39.9%, 중국이 29.8%를 차지했다. 유럽은 14.0%, 일본은 11.8%였지만 한국은 4.5%에 그쳤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관련 특허 1011건 가운데 한국 출원인의 특허는 6건이었다.

기술의 중심도 술자의 손동작을 기구에 전달하는 제어에서 힘과 접촉을 감지하는 센싱·피드백, 수술 위치를 인식하고 보정하는 내비게이션·자율 제어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강점은 의료진과 가까이 협업하며 제품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장 대응력과 가격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축적한 특허와 수술 데이터의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로엔서지컬 관계자는 "국산 수술로봇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의료진이 대안이 아닌 1차 선택지로 환자에게 제시하는 단계로 올라설 때 실질적인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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