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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 시험법 잇따른 OECD 등재…민관 협력 주효

  • 이탁순 기자
  • 2026-07-08 06:00:50
  • 요약
  • 국산 인공피부 활용 ‘광독성 대체시험법’ OECD 등재 성공
  • 미국산 모델 대비 비용 50% 절감, 배송 기간 7일에서 1일로 단축
  • 지난 17년간 OECD 가이드라인 5건·ISO 표준 1건 등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는 7일 오송청사에서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인체피부모델을 이용한 광독성시험법의 OECD 등재 의미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인공피부를 활용한 광독성 동물대체시험법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으면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 기준을 주도하는 ‘룰메이커(Rule-maker)’로 우뚝 섰다.

식약처는 지난 2일 국산 인체피부모델(KeraSkin™)을 이용한 ‘생체외(in vitro) 광독성시험법’이 OECD 시험가이드라인(TG 498)에 최종 등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는 7일 오송청사에서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해당 가이드라인의 OECD 등재 의미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정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독성’ 평가, 이제 동물실험 대신 한국인 세포 모방한 ‘국산 인공피부’로

‘광독성(Phototoxicity)’이란 화장품 원료나 의약품 성분을 피부에 바르거나 복용한 뒤 햇빛(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급성 독성 반응으로, 피부가 붉어지거나 부어오르고 물집이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사진자료 제공 : 식약처

이번에 OECD 가이드라인으로 등재된 시험법은 마우스 세포를 활용하던 기존 시험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포경수술 과정에서 기증된 청소년의 포피 조직에서 분리한 각질형성세포를 3D 배양해 한국인의 피부 표피와 매우 유사하게 만든 국산 인공피부 모델 'KeraSkin™(케라스킨)'을 활용한다. 케라스킨은 바이오솔루션에서 개발한 3차원 인체조직 모델이다. 인공태양광을 조사한 조직과 조사하지 않은 조직의 세포생존율을 비교해 해당 물질이 광독성을 유발하는지 판별하는 원리다.

이번 등재는 특히 국내 화장품 업계에 엄청난 경제적·시간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의 경우 2013년부터 EU가 동물대체시험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수입·판매를 금지하면서 동물대체시험법을 통해 개발하는 제품이 자리잡았다. 

더욱이 광독성 시험은 기존 전량 미국산 인체피부모델(EpiDerm)을 수입해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과 통관 절차 등의 부담이 컸다.

국산 모델을 활용할 경우, 시험물질 1종당 실험 비용이 기존 약 704만 원에서 362만 원으로 약 50% 절감된다. 또한, 미국에서 항공 운송 및 세관 검역을 거치느라 7일 이상 소요되던 배송 기간이 최대 하루(1일) 내로 획기적으로 단축되어 시험법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국내에서 생산한 안전성 평가 결과를 전 세계 규제기관이 그대로 인정하게 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출 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17년간 다져온 독보적 노하우… 불모지에서 피워낸 글로벌 규제 성과

이번 광독성시험법 등재는 식약처가 지난 17년간 묵묵히 다져온 동물대체시험 검증 역량의 결정체다. 국내 안전성평가 분야에서 OECD 시험가이드라인 및 ISO 국제표준 등재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하고 국제 대응 역량을 갖춘 곳은 식약처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가 유일하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유세포분석을 이용한 국소림프절시험법 등재를 시작으로 ▲인체각막유사 상피모델 이용 안자극시험법('19년) ▲인체전립선암세포주 이용 안드로겐 교란물질 판별법('20년), ▲인체피부모델 이용 피부자극시험법('21년) ▲인체피부모델 이용 의료기기 피부자극시험법(ISO, '25년)에 이어 이번 광독성시험법까지 총 5건의 OECD 시험가이드라인과 1건의 ISO 국제표준을 등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박상애 독성평가연구부장은 “이번 성과는 17년 전 불모지였던 국내 동물대체시험 분야에서 하나하나의 데이터를 쌓고 국제적인 설득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낸 값진 결과물”이라며 “그 과정에서 쌓인 검증연구 노하우는 단기간에 흉내 낼 수 없는 KoCVAM만의 고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장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과거 ‘룰테이커(Rule-taker)’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가 등재한 시험법이 전 세계 기준으로 사용되는 세계적인 ‘룰메이커(Rule-maker)’로 인정받게 되었다”며 “대한민국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글로벌 기술 주권을 확실하게 확보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민관 협력으로 10년 걸릴 난제 ‘3년’ 만에 해결… 2027년 세계대회 개최

통상 새로운 시험법이 개발되어 OECD 가이드라인으로 등재되기까지는 약 10년이 소요되지만, KoCVAM은 전략적 분석과 민관 협력을 통해 이를 3년으로 대폭 단축시켰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전문가들의 고강도 '현미경 심사' 속에서도 식약처가 직접 시험법을 개발하며 다져온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논리적 방어에 성공했다"며 "추가 실험 요령에 대해서는 모델 제조사인 바이오솔루션과 긴밀히 협력해 회원국 만장일치 통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이번 성과와 글로벌 위상을 바탕으로, 오는 2027년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동물대체시험 관련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인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 및 대체법 세계학회(WC14 Seoul)’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 41개국 이상에서 2천여명의 규제기관 및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미래 대체시험법의 방향을 논의할 예정으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국제 논의의 중심으로 나아가게 됐다.

식약처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오가노이드(미니장기), 장기칩,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차세대 신규평가법(NAMs, New Approach Methodologies) 개발에 박차를 가해 미래 안전성평가 체계로의 전환을 선도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해 인체 반응 예측도가 높은 핵심 대체기술이다.

특히 식약처는 약물 대사 시 독성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인체와 동물 간 차이가 큰 '간(Liver)' 분야에 주목, 지난 2020년부터 전략적으로 연구해 온 '간 오가노이드 독성시험법'의 OECD 국제표준화를 전격 추진 중이다. 오는 2026년 10월 서울에서 OECD 신생과학자문그룹(ESCA) 회의를 최초로 유치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검증연구를 거쳐 오는 2030년 4월 세계 최초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OECD 시험가이드라인 등재를 달성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아울러 화장품 안전성평가를 위한 ‘국산 인체각막유사상피모델 이용 안유해성 시험법’ 고도화와 의료기기 대상 대체시험법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우수 첨단바이오 기술이 국제 규제기술로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 ‘KoCVAM-V.I.P’도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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