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신약만큼 쌓여가는 비급여 항암제, 해법은 있나?
- 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2026-06-17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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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SA 확대-사후평가 강화…급여 패러다임 변화 요구
- 제네릭 약가 개편 본격화…혁신신약 재원 확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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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첨단 신약이 늘어 갈수록 비급여 항암제도 쌓여가고 있는 현실은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혁신 항암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방사성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기전 항암신약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일부 암종에서는 장기 생존을 넘어 완치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재정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과 허가 속도를 현재 급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치료제조차 급여 진입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허가 이후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의 허가 후 등재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659일로 집계됐다. 약 1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네릭 약가 구조 개편을 통한 재정 효율화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위험분담제 확대 등을 통해 혁신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급여 평가체계 변화 요구 공감대
의료계는 항암신약 급여 논의를 단순한 재정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급여 논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재정 영향이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최근 급여 평가를 보면 치료 효과보다 예상 청구액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은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급여 논의가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환자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급여 진입이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난다"며 "생존 혜택이 입증된 치료제조차 재정 문제 때문에 접근성이 제한되는 구조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암질심 참여 전문가는 항암신약 급여 평가를 두고 "돈을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용효과성은 단순히 약값이 높다, 낮다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생존 연장과 삶의 질 개선, 완치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인 약 3만600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증질환 영역에서는 그 두 배 수준인 7만달러 이상도 수용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만6000달러 이하라면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7만달러를 넘어가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 사이 영역은 결국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는 과학적 판단이라기보다 사회적 선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현재 급여 평가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현재 암질심 결과는 급여기준 설정, 급여기준 미설정, 재논의 등의 형태로 공개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기준 미설정이라는 결과만 공개될 뿐 임상적 근거 부족 때문인지, 비용효과성 문제인지, 재정 영향 때문인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다음 심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급여 평가가 재정과 환자 접근성 사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경우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질 수 있다"며 "평가 기준과 판단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향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약가 개편…재정 절감 넘어 혁신신약 재투자 관건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 개편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이 혁신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급여 체계가 치료 가치를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재정 절감 정책을 넘어 환자 중심 제도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연구개발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단순 약가 인하 정책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재편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을 다시 혁신신약과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절감 효과만 강조되고 실제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 개편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이 단순 산업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혁신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RSA 확대·약가 유연계약제…환자 접근성 높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분담제(RSA)와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신약의 재정 부담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이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급형 중심 RSA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급여 진입 이전 단계에서 거의 모든 판단을 끝내려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환자는 더 오래 기다리고 제도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먼저 환자 접근성을 확보한 뒤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평가하고 약가를 조정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급여 전 심사보다 급여 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생존기간(OS)이 가장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생존과 재발 방지,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가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혁신신약들은 OS 데이터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PFS2의 긍정적인 경향, 무질병생존기간(iDFS) 개선 등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고형암에서 OS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지만 최근 항암 치료 환경에서는 그것만으로 모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기 생존 환자가 늘어나고 후속 치료 옵션도 다양해지면서 과거보다 OS 해석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치암이나 희귀암의 경우 환자 수가 적고 예후가 좋지 않아 OS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질환 특성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OS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적응증 확대가 빠른 면역항암제와 ADC를 중심으로 기존 급여 체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는 국내 허가 적응증만 35개에 달한다. 하나의 품목이 사실상 수십 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급여 심의 역시 반복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적응증이 암질심이나 약평위 단계에서 장기간 논의될 경우 후속 적응증 역시 순차적으로 심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혁신신약의 개발 속도와 급여 심의 속도 사이 간극이 커질수록 환자 접근성 문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적응증별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도입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하나의 약물이 여러 적응증을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약가 체계가 적용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적응증에 따라 치료 효과와 환자 규모, 비용효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 환급형을 넘어 성과 기반 위험분담계약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RSA는 예상 청구액 환급이나 총액제한 방식이 중심이지만 해외에서는 실제 치료 성과에 따라 제약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성과 기반 계약 모델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단순히 약값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생존 연장과 완치 가능성, 환자 접근성 등 새롭게 등장한 치료 가치를 제도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약의 허가 여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환자가 실제 치료 혜택을 얼마나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급여 체계 역시 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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