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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빅파마 기술이전과 변수…K-바이오, 파트너 행보 촉각

  • 차지현 기자
  • 2026-02-03 06:00:58
  • 사노피 '우선순위 조정'에 에이비엘 직격탄, 알테 파트너사 '공시' 홍역
  • 리가켐·에이프릴 등 후발 주자, '상업화 관문' 앞두고 빅파마 행보 촉각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이후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 자산에 대한 권리가 파트너사에 있는 만큼 개발 과정에서 변화가 발생해도 국내 기업이 이를 선제적으로 설명하거나 공개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따른다. 이 같은 구조 속 일부 정보가 먼저 시장에 노출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장면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에이비엘, 사노피 '우선순위 조정' 발표에 시총 2.5조 증발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30일 전영업일(24만5500원) 대비 19.5% 하락한 19만7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영업일 종가 기준 13조5332억원이었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같은 날 10조9655억원으로 줄어들며 하루 만에 약 2조5677억원이 증발했다.2일 에이비엘바이오는 주가가 소폭 반등한 19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비엘바이오 주가 변동 배경으로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조정이 지목된다. 앞서 사노피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임상 1상 단계 파이프라인 일부를 우선순위 조정(deprioritised)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2022년 기술수출한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사노피 코드명 SAR446159)이 해당 목록에 포함됐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 자체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적용해 파키슨병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로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랩바디-B는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병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의 혈액뇌관문(BBB) 침투를 극대화하는 IGF1R 타깃 BBB 셔틀 플랫폼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후보물질을 사노피에 이전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 7500만달러를 포함해 개발·허가·매출 단계별 경상 기술료(마일스톤) 등을 합산한 최대 10억60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은 임상 1상까지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한 뒤 이후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사노피가 맡는 방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진행한 임상 1상을 통해 ABL301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상태다.

(자료: 한국거래소)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 실적 발표 이후 즉시 소통에 나서며 이번 전략 변경이 ABL301 임상 개발 중단이나 계약이 해지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사노피가 ABL301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정교한 임상 전략을 검토 중"이라면서 "후속 임상의 구체적인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적 및 파이프라인 자료에 우선순위 조정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임상 전략은 경쟁 상황을 고려해 공개가 제한되지만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Grabody-B) 자체와는 무관하다"면서 "파킨슨병의 잠재적 병인으로 여겨지는 알파시누클레인과 관련된 전략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노피는 여전히 ABL301의 후속 임상 진행을 위해 면밀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면서 "ABL301에 대한 사노피의 개발 의지는 확고하며 당사와 소통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301 임상과 플랫폼 기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발 주체가 사노피로 넘어간 이후 후속 임상과 일정에 대한 가시성이 낮아졌다는 점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ABL301 임상 2상 진입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출시 시점 역시 기존 예상보다 지연돼 2030년에서 2033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밀이라더니"… 알테오젠, 파트너사 공시로 드러난 '2% 로열티'

이와 유사한 상황은 다른 기술수출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알테오젠은 최근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체결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전환 기술 계약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시장에서 기대해왔던 로열티 수준과 실제 계약 조건 사이 괴리가 뒤늦게 확인되면서 주가가 급변동하는 등 투자자 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핵심은 로열티 비율이다. 알테오젠은 2020년부터 MSD와 비공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자사의 피하주사 전환 기술 'ALT-B4'를 적용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후 2024년 해당 계약이 공개 전환되면서 알테오젠은 머크로부터 임상·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른 대규모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제품 상업화 이후에는 매출 연동 로열티를 받는 구조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로열티율 자체는 계약상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키트루다 SC 제형은 개발을 거쳐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MSD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키트루다 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과 일부 애널리스트는 키트루다 SC 제품이 본격 상업화한 이후 알테오젠이 순매출의 4~5% 수준을 로열티로 받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MSD가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Form 10-Q)를 통해 알테오젠에 지급되는 로열티가 모든 마일스톤 지급 이후 순매출의 2%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기존 가정이 수정됐다. MSD는 해당 보고서에서 "모든 매출 연동 마일스톤 달성 이후 순매출의 2%가 알테오젠에 지급된다"고 명시했다.

MSD 2025년 3분기 SEC 제출 분기보고서

이 내용이 뒤늦게 국내 시장에 알려진 이후 알테오젠 주가는 단기간에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알테오젠은 지난달 20일 종가 기준 48만1000원에서 1월 21일 37만4500원까지 떨어지며 불과 하루 만에 20%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위 대장주가 단숨에 무너지자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고 알테오젠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바이오주 전반에도 매도 물량이 확산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 넘게 밀리며 상승 흐름이 꺾였고 펩트론·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 종목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혼란은 개별 기업의 설명 부족이라기보다 기술수출 계약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자산의 임상 개발과 전략 수립에 대한 주도권은 대부분 도입사인 글로벌 제약사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파트너사의 내부 전략이나 판단 과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파트너사가 실적 자료나 공식 문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이를 선제적으로 공시하거나 설명할 권한도 사실상 제한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포트폴리오 경쟁 환경 역시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빅파마 입장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은 수십 개 파이프라인 중 하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경영 환경이나 전략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과 개발 우선순위가 언제든 조정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술을 이전한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을 '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음 관문 앞둔 K-바이오 주자들… 정보 비대칭 해소 과제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 외에도 수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국내 바이오 기업이 상업화와 후속 임상 결과라는 다음 관문을 앞두고 있다. 이들 역시 글로벌 파트너사의 개발 전략과 판단에 따라 기업가치와 주가 흐름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리가켐바이오는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형(HER2)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LCB14'를 중심으로 중국 임상 3상과 허가 전략이 가시화하고 있다. LCB14는 리가켐바이오가 중국 포순제약과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각각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이다. 중국에서는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1상과 로슈의 케사일라 비교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그외 지역에서는 익수다를 통해 호주·미국·싱가포르·뉴질랜드 등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포순제약은 LCB14 유방암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연내 중국 내 품목허가 신청(BLA)을 추진, 2027년 상업화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올 1분기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 'APB-R3'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2024년 6월 에보뮨과 APB-R3 관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 1500만 달러를 포함해 최대 4억7500만 달러(약 6550억원) 규모 계약이다. 에보뮨은 이를 자사 파이프라인명 EVO301으로 명명, 아토피피부염(AD)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보뮨은 향후 EVO301 적응증을 궤양성 대장염(UC), 크론병 등으로도 확장, 개발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에이프릴바이오가 룬드벡에 이전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PB-A1' 임상 1상 결과도 올해 공개될 전망이다. APB-A1은 에이프릴바이오의 지속형 단백질 플랫폼(SAFA)에 항CD40L 항체 절편을 결합한 CD40 리간드(CD40L) 억제제다. 룬드벡은 2021년 10월 APB-A1에 대해 총 4억4800만 달러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룬드벡은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최초 인체 투여(First-in-Human) 임상을 완료, 2024년 9월 TED 임상 1b상을 개시했다.

오름테라퓨틱은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와 버텍스를 글로벌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11월 BMS에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후보물질 'ORM-6151'을 총 1억8000만달러규모로 이전했고 이듬해 7월 버텍스와는 TPD² 플랫폼 기반 다중 타깃 라이선스·옵션 계약을 맺었다. BMS는 2024년 5월 말 ORM-6151 임상 1상에 착수했다. BMS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11개 기관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내 4곳의 신규 기관을 추가로 개설해 임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이후 단계에서 나타나는 변동성을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은 체결 시점의 규모보다 이후 임상·상업화 과정이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개발 주도권이 파트너사에 있는 구조에서는 일정이나 전략 변화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기업 신뢰도와 주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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