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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약가인하 대비 R&D·영업 최대 30% 긴축…현장 비상

  • 이석준 기자
  • 2026-02-02 06:00:59
  • 고시 전인데 전부서 긴축 지시 확산…“성장보다 생존”
  • 신규 과제·광고 집행·채용 보류 현실화
  • 제네릭 53.55%→40%대 인하 구조…매출 단가 직격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약가 인하 예고가 제약사 내부를 흔들고 있다. 정부 고시 이전인데도 비용을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있어서다. 

전 부서 예산을 최대 30% 감축해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가 나온 회사도 등장했다. R&D, 영업, 마케팅, 인사 구분이 없다. 핵심 부서가 동시에 긴축 대상에 오르면서 조직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약가 인하 예고 이후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중견 제약사 임원은 “확정된 인하 폭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을 가정하고 현금부터 지키자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산 집행이 묶이면서 신규 프로젝트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 성장 전략을 이야기하던 회의가 최근에는 비용 통제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R&D 부문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신규 과제 착수는 보류되고 외부 용역 계약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임상 계획도 단계별로 나누거나 시작 시점을 늦추는 방식이 검토된다. 한 연구개발 임원은 “장기 프로젝트 승인 자체가 까다로워졌다. 투자 타이밍을 다시 계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부 결재가 지연되면서 연구 조직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과 마케팅 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학술대회 후원과 광고 집행이 줄고 판촉물 발주 규모도 축소되는 흐름이다. 일부 회사는 충원 계획을 사실상 멈췄다. 

광고 부문도 집행 시점을 늦추거나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한 마케팅 임원은 “연간 광고 예산을 재조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브랜드 인지도 유지가 과제지만 당장은 비용 통제가 우선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업 현장에서는 예산 승인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영업 본부장은 “목표는 그대로인데 지원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매출 방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R&D보다는 영업 부서에 향하는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와 경영지원 부문 역시 긴축 기조에 포함됐다. 교육 예산과 복지 항목을 조정하고 성과급 기준을 다시 검토하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조직 슬림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인사 관계자는 “지금은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공격적 투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다. 세부 적용 방식에 따라 품목별 차이는 있겠지만 매출 단가 조정은 불가피하다. 매출 기반이 흔들리면 연구개발과 영업 비용을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제약사가 선제적으로 긴축에 나선 배경이다.

산업 현장에서도 위기감은 감지된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공단에서는 제약업계와 노동계가 참여한 노사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와 입주 기업 노사 대표들은 약가 인하 개편 중단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수치로 충격을 제시했다. 약가제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간 매출 손실 규모는 총 1조2144억원, 기업당 평균 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은 평균 52%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수익성 악화가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생산·영업·연구 인력 전반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R&D와 투자 위축 전망도 제기됐다. 약가 인하 시행 시 연구개발비는 평균 25%, 설비투자는 3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소 제약사의 경우 투자 감소 폭이 50%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3만9000여명 수준인 산업 종사자 가운데 약 9%가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업계 고위 임원은 "고시 전인데도 일부 제약사가 전사 긴축에 돌입했다는 사실은 위기감의 강도를 보여준다. 비용 감축은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전략 우선순위의 이동이다. 현장에서는 성장보다 생존이라는 말이 반복된다. 약가 인하가 확정되기도 전에 기업 내부의 경영 기조가 이미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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