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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7700만원 진실…오늘의 문전약국, 안녕하신가요?

  • 김지은
  • 2023-07-16 18:11:15
  • [팜인사이드] 경기 준종합병원 A급 월세 가격에 '술렁'
  • 외래 900건 중 절반 수용 추산…“조제수입만으로는 충당 불가능"
  • 조제수입은 한정, 임대료는 천정부지…대형 문전, 기업화 추세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경기도의 한 준종합병원 A급 문전약국의 월 임대료가 7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약업계가 술렁였습니다. 2년전 서울조달청 약국의 연간 임대료 최고 낙찰가가 9억원대인 것으로 확인돼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이쯤에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문전약국은 한 달에 과연 얼마의 수입을 올리기에 임대료로만 월 수천만원대를 지출한다는 걸까. 빅5 종합병원을 넘어 최근에는 외래 처방건수 1000건이 채 안되는 준종합병원 문전약국가까지 임대료가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걸까. 그래서 확인해 봤습니다. 문전약국을 운영 중이거나 개설, 운영에 관여 중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예전같지 않다”며 손사래 치는 오늘, 수천만원대 임대료도 마다하지 않는 대형 문전약국들은 안녕한지 말입니다.

2년만에 30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약사들 “불가능해”

지역 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월세 7700만원으로 화제가 됐던 경기도의 한 준종합병원 문전약국은 점포 소유주인 종교단체가 공개입찰을 통해 임차 약사가 선정됐고, 이 약국이 임대인인 종교단체 측에 내는 월세는 77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으로, 세금을 제외하면 약국에서는 월 7000만원을 매월 지출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약국 임대료는 월 3000여만원에 책정돼 있었는데요. 당시는 공개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공식적으로 임대료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약국과 관련한 다수 법적 분쟁 과정에서 월 임대료가 3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년만에 월세가 2배 이상 뛴 셈이죠.

그렇다면 주 처방전 유입 주체인 병원 외래 처방건수는 어느 정도 선일까요. 인근 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이 병원의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외래 처방건수는 900~1000건 사이, 주말인 토요일은 200~300건 사이입니다. 병원 주위로 6곳의 문전약국이 포진해 있단 점도 고려할 점입니다.

경기도 분당의 A병원 문전약국가. 2년 간 공실이었던 A급 문전약국 자리에 약국이 새로 개설된 가운데 이 약국 임대료가 월 7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됐다.
이 약국 위치나 규모상 A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래로 나오는 처방건수의 절반 정도를 수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400건에서 500건 사이라는 건데, 다수의 대형 문전약국 약사들에 따르면 약국에서 하루 평균 400건에서 500건 사이의 처방조제가 이뤄질 경우 조제 수입은 1억원대로 계산됩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 약국에서는 7700만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제수입을 뛰어넘는 뾰족한 묘수가 있지 않고서는 말이죠. 1억원대의 조제 수입에서 70%가 넘는 7000여만원의 월세를 제외하면 그밖의 인건비, 고정 지출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외래 처방 1000건이 채 안되는 병원 앞 약국 월세가 8000만원 턱밑인 데다가, 대표약사가 개업한 지 2년도 채 안된 30대 초반이란 점에서 크고 작은 말도 새어나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 A약사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고 약사들 사이에서도 비현실적 상황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대형 문전약국을 운영 중이지만 월세가 7700만원이라는 것은 계산이 안되는 액수이기 때문”이라며 “문전약국가에서 아무리 1번 자리라 해도 전체 외래 처방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기 힘든 구조다. 많아야 하루 평균 500건 밑이고 조제수입은 1억원을 추산할 수 있는데, 월세가 7700만원이면 2300만원이 남는 구조다. 표면상으로는 약사, 직원 인건비도 충당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 문전약국을 운영 중인 B약사는 “병원 규모나 인근 약국가 상황으로 볼때 문전약국가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약국에서 도매를 함께 운영해 약가마진이 발생한다 해도 쉽지 않은 구조다. 무엇보다 대표 약사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다. 별다른 조정이 없거나 조제수입 이외 뾰족한 수입 창구가 있지 않은 이상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겠나 싶다”고 했습니다.

“문전약국, 조제수입의 30% 임대료로”…넘어서면 ‘베팅’

그렇다면 대형 문전약국의 적정한 임대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또 실제로 통상 어느 정도 수준에 임대료가 책정돼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조제 수입의 30%를 대형 문전약국의 적정한 임대료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형 문전약국의 기준은 월 조제수입 5000만원 이상을 말합니다. 만약 월 1억원의 조제수입이 발생하는 약국이라면, 이 약국의 적정한 임대료는 3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죠.

월 조제 수입이 5000만원 이하로 내려가면 적정 임대료 포션은 25%대에서 점점 더 낮아지는 구조라는 게 약국 전문 부동산 관계자와 문전약국 약사들의 전언입니다.

문제는 시장에 형성된 적정 수준을 파괴하는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명 ‘보장된’ 대형 문전약국의 건물주나 임대인이 시장에서 통상 적정 수준으로 책정된 임대료 포션을 넘어서는 액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죠. 그 선을 뛰어넘는 거래에 뛰어든다면 이것은 곧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 베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형 병원의 경우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 이전하거나 폐업하지 않는다는 안전성 하나로 베팅을 거는 건데, 왜 이것이 위험하다는 걸까요.

문전약국 약사들의 “예전같지 않다”는 말에 그 답이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대형 병원 문전약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가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존 대형 병원 인근에 이미 형성돼 있는 문전약국가에 신규 약국이 추가로 개설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설립된 대형 병원 인근으로 수십개 약국이 몰리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A약사는 “조제료 인상률은 매년 3%를 넘지 않는 데다가, 처방 건수는 정체하거나 약국 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에 비해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건물주, 임대인들은 약국 임대료를 계속 올리고 그 밖에 고정비용들도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문전약국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형 문전약국이 예전만 못한 원인 중에는 금융비용, 일명 백마진의 투명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통상 리베이트 쌍벌제 적용 이전에 문전약국들은 백마진으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을 충당하는 게 관례였다고 하는데요, 법 시행으로 백마진이 크게 줄면서 조제수입에서 임대료, 인건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는 말입니다.

약국 전문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운영 중인 C대표는 “문전약국은 통상 백마진을 받아 임대료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마진으로 임대료를, 매약이 크지는 않지만 매약 수익, 조제료 일부로 인건비를 처리하고, 나머지는 대표 약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보니 대표약사의 수익이 꽤 쏠솔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조제, 매약 수입에서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충당하다 보니 대표 약사가 가져갈 포션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룹화 하는 대형 문전약국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문전약국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과감히 베팅에 나서는 약사가 적지 않다는 거죠. 달라진 게 있다면, 천문학적 수준의 진입비용을 감당할 만한 업체가 관여한다거나 여러 약사가 그룹을 이뤄 대형 문전약국 개설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라는 겁니다.

통상 문전약국 시장에서 합리적 선으로 보는 조제수입의 30%선을 뛰어넘는 임대료를 제시함에도 과감히 베팅에 나서겠다는 약사가 적지 않은 이유인데요. 종합병원, 준종합병원은 이전 등의 대한 변수가 적은 데다가 수천, 수억대의 조제수입은 매력적인 조건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매월 수천만원대 임대료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가 마진을 수익으로 돌리기 위해 도매상을 직접 운영하며 문전약국 시장에 뛰어드는 약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약사 여러명이 팀을 이뤄 대형 문전약국 여러 곳을 운영하고, 도매도 직접 운영해 조제수입과 더불어 약가마진도 가져가는 구조라는 겁니다. 진입 비용이 수십억대에 월 고정비용만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대형 문전약국은 더 이상 약사 개인으로 진입하기는 힘든 시장이 됐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C대표는 “이미 대형 문전을 운영 중인 약사가 도매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새로 진입하는 약사들 중 대학 동문이나 기존에 알고 지냈던 약사 여러명이 그룹을 이뤄 도매를 세우고 대형 문전 2~3곳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본 조제 수입 이외 약 회전에 따른 약가마진을 창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문전의 경우 약값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이를 하나의 자체 수익구조로 보는 것이다. 사실상 약국이 기업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베팅을 건 약사들의 기대와 달리 이 같은 약국들의 수익이 ‘드라마틱’하지 않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은 눈 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최근 새로 개설된 대형 병원 문전약국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줄폐업을 하거나 개업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합니다.

올해 초 돌연 운영을 중단한 아산병원 인근의 한 대형 문전약국. 약사는 잠적했으며 부도 가능성이 제기됐다.
A약사는 “최근 형성되는 문전약국가를 보면 출혈경쟁으로까지 가는 추세다. 기존 문전약국가에 새로 치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 새로 형성되는 문전약국가는 도를 넘어선 경쟁으로 결국 다 죽는 꼴이 되는 구조”라며 “적자생존으로 그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약국들은 결국 수십억원대 손해만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대표도 “문전약국 시장은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3등 밖으로 밀려나면 문전약국이라 해도 조제료가 월 70~80건, 조제수입은 2000만원대에 형성되는 구조이고 수익이 일반 로컬약국과 다를 게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문전약국의 임대료, 약제비 규모는 로컬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수익은 같은데 고정지출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결국 임대료, 약값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손 털고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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