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11:10:14 기준
  • 규제
  • 임상
  • #데일리팜
  • ai
  • #수가
  • GC
  • 급여
  • #의약품
  • 허가
  • #제품

"제약공장 매물만 65곳", 암중모색하단 공멸

  • 박찬하
  • 2007-01-04 07:33:17
  • 미생산 품목 내다파는 겉핥기 구조조정, 위기의식 태부족

기업정서 비슷한 일본도 M&A...한국도 가시권

대우증권 분석보고서 중 발췌.
2005년 일본에서는 대형 제약사간 M&A로 업계구도가 재편됐다. 2003년 순위를 기준으로 2위였던 산쿄와 6위였던 다이이찌제약이 결합해 2005년 새로운 2위인 다이이찌산쿄가 탄생했다.

또 3위인 야마노우치제약과 5위인 후지사와약품간 M&A로 3위 아스테라스가 출범했다. 12위인 다이니폰제약과 13위인 스미토모제약도 손을 잡은 덕에 6위로 성큼 올라선 다이니폰스미토모를 발족시켰다.

국내 제약기업의 현실로 따지면 한미약품과 중외제약간 M&A가 성사되는, 그야말로 사건에 해당하는 이런 일들이 일본에서는 1년새 몇 건씩 발생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M&A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강한 오너십(Ownership) 등 한국과 기업정서가 비슷한 일본에서 발생한 이같은 구조재편 사례는 우리 제약업계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도 M&A가 촉발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정책 리스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일면 다행한 일이다. 보험급여 시스템의 포지티브식 전환과 동시에 추진되는 cGMP급 제도도입은 기업간 차별화를 더욱 뚜렷하게 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약제비절감정책은 물론 소량포장과 안전용기 의무화 등 원가는 상승시키고 마진폭은 줄이는 다양한 기전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업체들의 성장기반인 제네릭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가능하든지, 제네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개발기획력을 가졌든지, 시장성 있는 신약개발 능력을 갖췄든지, 품목특화를 통한 전문화가 가능하든지 등등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향후 생존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수 밖에 없다.

경영부진·부도 등 업체만 M&A...눈치보기 급급

드림파마 본사 전경. 메디텍 인수는 성공적 M&A로 평가받는다.
2006년 한국 제약시장에서도 이같은 조짐은 조금씩 나타났다.

삼천리제약의 완제사업부문을 원료업체인 화일약품이 사실상 인수했고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정우약품은 두차례 M&A를 거쳐 결국 ACTS사에 넘어갔다. 슈넬제약은 경영권 분쟁 끝에 중소병원들이 주주인 이호스피탈코리아(EHK)에 인수됐고 수도약품은 삼성제약의 대주주가 됐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의 인수합병도 붐을 이뤘다. 한화그룹 계열인 드림파마는 메디텍제약을 인수했고 CJ는 한일약품을, SK케미칼은 동신제약을 각각 흡수했다.

꽤 많은 업체들이 인수하고 흡수됐지만 따지고 보면 부도나 경영상 문제가 M&A를 촉발시킨 근본원인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평가할만한 사례는 없다.

그나마 SK케미칼과 CJ의 경우는 조금 더 기다려보며 1+1로 2이상의 성적을 거두는지 지켜볼 여지는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퍼스트제네릭을 런칭시킬 목적으로 수액제 공급라인을 갖고 있던 동신에 투자했던 한미약품이 동신과의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었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K는 동신과의, CJ는 한일과의 화학적 결합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M&A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비만제품 위주의 특화라인을 갖고 있었던 드림파마가 위수탁 중심업체로 꽤 괜찮은 생산시설을 확보한데다, 제품군도 전혀 다른 메디텍을 우월적 위치에서 인수한 케이스는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할만한다.

이렇듯 국내 제약업계에도 M&A 환경은 서서히 성숙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첫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눈치보기에 머물러 있다.

"M&A 망설이다 위기극복 타이밍만 늦춘다"

모 업체 개발본부장 P씨는 “현재까지 일어난 M&A나 품목 양도양수는 모두 매출보전 측면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미생산이나 가치창출 안되는 품목을 버리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품목교환이나 인맥에 기댄 M&A는 위기에서 벗어날 타이밍만 자꾸 늦추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600억원대의 매출볼륨을 갖춘 모 중소업체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매물로 나온 제약공장이 65개나 있다”는 말로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실제 업계에서는 매물로 나온 제약사가 60여개가 있다거나 100개에 육박한다는 루머가 암암리에 돌고 있다.

모 제약사 경영기획팀 K씨는 “괜찮은 제약사 100곳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구체적으로 매물로 나온 업체는 5곳 정도에 불과하다”며 “60~100개가 나왔다는 말은 업계에 의약품 사업이 앞으로 더 골치 아파질거라는 분위기가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구체적 압박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으려는 의도로 슬쩍 흘려보는 경우가 많다”며 “2007년 하반기에는 적어도 중소제약간 합종연횡에 불이 붙어야 향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신호탄인 일반약복합제들.
업계 일각에서는 2007년 하반기 무렵이면 최소한 중소업체간 합종연횡이 촉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경우도 있다.

작년말 기점인 ▲일반약복합제 비급여 전환 ▲소량포장 생산량 10% 의무화 ▲유소아용 약품의 안전용기 의무화 등 정책 리스크들이 재무재표에 반영되는데 6개월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모 제약사가 자체 조사한 결과, 소포장과 안전용기 실시에 따른 원가 상승분만 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요인이 업계현장에서부터 CEO 등 상층부가 실감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재무재표 반영기간인 6개월은 넘어서야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재무재표 수치반영 '6개월'...용단 못내리면 공멸

따라서 ‘현명한’ 중소업체라면 올 8월 이후에는 용단을 내릴 환경요인이 충분히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인수-인계자 사이의 자산평가 갭이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관측은 기대로만 끝날 수도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경영기획팀 H씨는 “중소업체는 전략제품이 많아야 2~3개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구색제품”이라며 “지금같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구색용 품목교환이 아니라 전략적인 품목교환만 이루어진다면 M&A는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업체의 경우 전략제품에 대한 품목교환이 사실상 나머지 품목에 대한 청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합종연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H씨는 “올 하반기에도 중소업체간 M&A가 촉발되지 않는다면 다치는 기업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2008년에는 압박감이 실질가치로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암중모색만 하다가는 공멸하고 만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같은 중소제약간 합종연횡이 현실화되다면 상위업체들의 흡수합병과 상위제약간 빅딜에 촉매역할을 할 것이란 진단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기업의 경영풍토를 감안했을때 이같은 시나리오의 달성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