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걸었다" 맨발걷기에 푹 빠진 약사
- 강혜경
- 2023-11-07 16: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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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범석 경기 고양시약사회 문화복지단장(파머싱 동호회장)
- "우연히 접한 어씽에 꽂혀 100일 넘게 맨발걷기"
- "흙, 낙엽길 걸으며 자연의 소리 들으면 심신안정, 저절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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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땅을 밟는 어씽이 유행이다. 과거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맨발걷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 조성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 역시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 어씽에 진심인 약사가 있다. 경기 고양시약사회 문화복지단장을 맡고 있는 심범석 약사(48·경희대 약대)는 최근 시약사회 맨발걷기 동호회인 '파머싱(Pharm+Earthing)'을 창단했다.
맨발걷기에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사실 심 약사도 어씽을 시작한 지는 이제 갓 100일이 지났다. "올해 7월 23일부터 맨발걷기를 시작했으니 기간이 길진 않지만, 평상시 겪었던 수면장애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약국업무는 물론 일상에서의 활력도 늘었어요."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내려진 7일 오전 9시 고양시 흥도둘레길에서 심범식 약사를 만났다. 십 년 넘게 수많은 약사들을 만나고 인터뷰 했지만 산에서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요즘은 어씽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둘레길이나 산 초입에 발을 닦는 곳들이 마련돼 있어요. 저는 여기서부터 신발을 벗고 시작을 합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어씽을 접하게 됐어요. 맨발걷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영상 몇 개를 보다 보니 '나도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봉구 초안산을 간 게 시작이었어요."
평소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해 탁구, 골프 동호회 활동도 꾸준히 하던 그였지만 막상 맨발로 걸으려니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 때 먼저 맨발걷기를 시작한 중년 남성과 얘기를 나누면서 위축됐던 마음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낙엽과 나뭇가지, 돌맹이를 밟으며 한참을 걷던 그가 코스 중 가장 좋아하는 길을 소개했다. "저는 평탄하게 닦인 길보다는 험지를 좋아하다 보니 직접 비질을 하면서 길을 닦고 다니는데, 이 길이 제가 열심히 닦고 있는 길 가운데 하나입니다. 열심히 빗자루 질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땀도 나면서 노폐물이 배출되거든요." 거칠었던 조금 전 길과는 달리 부드러운 찰흙같은 길이 나왔다. 비가 온 터라 지렁이도 기어다니고, 도토리도 또르르 굴러다녔다.
그의 루틴은 오전 걷기 후 점심을 먹고, 약국으로 출근해 오후 8시까지 근무하는 패턴으로 정형화 돼 있다. "맨발걷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전시간에 혼자 드라이브 하고, 차에서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었는데 만성피로를 떨치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그런데 걷고 난 뒤부터는 확실히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매일 출근 전 1, 2시간씩 걷고 난 뒤 식사를 하면 노곤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오히려 배터리가 충전된 듯 가뿐하다'고 말했다. 흙을 밟고, 낙엽을 밟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느끼는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는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
"약국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고, 종일 서있다 보면 육체 피로는 물론 정신적인 피로도 만만치 않잖아요. 그런데 잠시 잠깐 짬을 내 걷는 시간이 힐링이 되는 거죠. 저의 경우에는 잠을 잘 자게 되더라고요. 꾹꾹 땅을 누르듯 걷는 스탬프식 걸음으로 걷냐, 까치발을 들고 걷냐에 따라서 효과도 다르고요. 코로나19 당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약사님들이 스트레스를 받으셨을 텐데, 이 때 맨발걷기를 알지 못한 게 아쉬워요."
또 다른 재미는 사람들과 일상과 건강은 물론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맨발로 걷고 계신 분들한테 먼저 인사도 하고, 말을 거는 편이예요. 언제부터 맨발걷기를 시작하셨냐,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됐냐 이런 얘기부터 땅이 어는 겨울철에는 수면양말을 개조해 신고 점심시간에 걷는 게 좋다는 나름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죠. 특히 오전 시간대에는 중장년층 분들이 많다 보니 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으시다 보니 전문성을 살려 건강상담을 해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죠. 개중에는 약국으로 찾아와 상세히 건강을 상담하고 약을 사가시는 경우도 있으니 약국경영에도 효과가 있는 셈이죠."
인생에 대한 얘기도 등장한다. 편마비를 앓는 23세 청년부터 파킨슨병으로 손을 떨면서도 심 약사를 대나무숲 삼아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는 70대 할아버지까지, 짧은 인연이지만 꽤나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내리막 길이 나오더니, 어느 샌가 다시 오르막길이 나왔다. "저는 늦은 나이에 약대에 가서 2006년에 면허를 땄어요. 지금은 약사라는 직업에 만족해 하고 보람을 느끼지만 자연이 주는 메시지는 결국 인생이거든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찾나봐요."
겨울 활동 계획에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운동을 접해 봤지만 한 가지를 오래 한 적은 없었어요. 이렇게 재미있고 중독성 강한 운동은 처음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고요. 지금까지 꼬박꼬박 출석체크를 한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저는 계속 이걸 할 거 같아요."
현재 파머싱 동호회원은 10명이다. 10월 29일 첫 걷기 이후 한 차례 번개 걷기도 열렸다. "평소 어씽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다 보니 평소 각개전투로 다니다 시간이 될 때, 함께 걷는데 차분하게, 좀 더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약사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최적의 운동이 아닌가 싶어요. 자연을 벗삼는 일, 한 번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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