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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서 배달까지"…지금 약국가는 전쟁중

  • 홍대업
  • 2007-12-17 07:03:07
  • 호객행위 갈수록 심화…과당경쟁 도 넘어 대책 시급

의약분업 이후 약국들은 속속 병원 앞으로 모여 들였다. 바로 처방전 수용을 위한 것. 그러나, 이같은 행태는 약국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겼고, 급기야 약국을 과당경쟁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생존의 법칙, 이웃 약국의 환자를 가로채라?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약국의 호객행위. 이는 어떻게 하면 환자를 자신의 약국으로 유도해 처방조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과당경쟁에서 비롯된다.

호객행위는 직접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방법과 무상드링크나 교통편 제공, 조제료 할인 등을 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올해 2월 서울 강동구의 S약국 K약사와 M약국 O약사는 공동으로 1명의 삐끼를 고용, D대학병원 앞에서 환자를 유인하다 적발됐다.

이들 약사는 O상가 1층에서 나란히 약국을 운영하면서, D병원에서 환자가 많이 나오는 시간에 삐끼를 배치한 것이다. 이들의 경우 보건소의 약사감시에 적발되자 “먹고 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의 W약국도 지난 8월 호객행위로 주변 약국에서 민원이 제기되자 구약사회로부터 제지당하기도 했다. 1층엔 W약국이, 2층엔 의원이 위치해 있다. 약국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W약국 J약사의 동생이 처방전을 지닌 환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호객행위를 한 것.

구약사회는 청문을 통해 이에 대한 시정조치와 재발방지를 다짐받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또, 지난 11월엔 서울아산병원 앞 문전약국들이 환자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다가 MBC의 보도에 된서리를 맞았다. 주변 약국가에 따르면, 처방전을 지닌 환자를 대상으로 문전약국 삐끼들의 과당경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아산병원 앞 문전약국의 행태는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약국의 행태는 의약품에 대한 투약 서비스가 아니라 의약분업 이후 약국 접근성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산병원 앞 문전약국들도 따가운 약사사회의 비판에 대해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뾰족수는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제료 1000원 이상도 할인…처방약 배달까지

지난 8월 정률제 실시 이후 약국마다 약값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조제료 할인행위가 일부 줄어들었다는 것이 약국가의 전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제료 할인은 약국간 과열경쟁의 주요 폐해 중 하나. 정률제 이전에는 65세 노인환자의 본인부담금 1200원(1만원 이하일 경우)에서 200원을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방의 경우 노인환자 유치를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하다 단속을 당하거나 주변 약국가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10월말 대전시 소재 O약국에서는 시약사회 홈페이지에 ‘오르디핀 1곽을 4000원 받은 약국을 찾아달라’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혈압환자인 L모(여·73)씨가 다른 약국에서 본인부담금 5100원을 받아야 할 것을 1000원이 할인된 4000원에 구입한 경험이 있다며, O약국에 1000원짜리 넉장을 내밀더라는 것.

조제료를 할인해준 약국은 오로디핀 30정 30일분의 조제료가 9460원인만큼, 1000원을 할인해줘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O약국 J약사는 “전국적으로 200∼300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준다는 말은 들었지만, 1000원을 할인해줬다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약국간 상도의를 지키지 않으면 결국 약사들만 환자들의 신뢰를 잃는다”고 꼬집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처방약 배달’을 하는 약국도 있다. 이것도 역시 과당경쟁이 주원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6~7월경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대학병원의 문전약국 5곳이 이런 행위를 하다 약사감시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약사 감시에 나갔던 구약사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약국에서 고용된 직원이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의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조제한 뒤 환자에게 배달해주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무상드링크 척결 난망…“약 바꿔치기 한다” 이웃약국 흠집도

“기다리기 지루하시죠? 이거나 하나 드세요.” “이기 뭡니꺼? 이거 감기약 아이라요?” “아니요. 쌍화탕이에요. 피로회복에 좋은 겁니다.”

대구시 달서구 R약국. 데일리팜 기자가 지난 11월초 취재차 방문했던 곳의 풍경이다. 2층 외과의원에서 처방전을 가지고 1층 약국으로 내려온 환자에게 드링크를 건네는 것이다.

이같은 무상드링크 제공 역시 약국가의 뿌리 깊은 관행이다. 각 지역 약사회에서도 이를 척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무상드링크 제공은 ‘호객행위’의 일종. 무조건 법적인 잣대를 대기는 어렵지만, 처방전 유인을 목적으로 드링크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호객행위로 볼 수 있다.

현재 무상드링크 척결을 주창하고 있는 지역 약사회를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송파, 강동, 금천, 경기도 부천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무상드링크 제공이 오히려 약국 경영활성화보다는 약국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약사를 장사꾼의 이미지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약국간 과당경쟁은 이웃약국에 대한 중상모략으로까지 이어진다. 가장 흔한 경우는 ‘특정약국에서 약을 바꿔치기 한다’는 식이다.

의사의 처방약을 그대로 조제하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수익을 챙기기 위해 고가약을 질이 떨어지는 저가약으로 대체조제하고, 고가약으로 청구한다는 식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이웃약국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말이다.

이런 행태는 보건소에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도 진행되며, 가끔은 약사회의 면대척결 작업에 불만을 품고 제보자로 추정되는 이웃약국에 대한 투서를 넣는 경우도 있다.

어둠이 내린 종로약국가.
일부 약국선 아직도 처방없이 전문약 판다?

서울의 대표적인 약국가인 종로. 한때 카운터 문제로 언론에서 떠들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카운터에 의한 의약품 판매문제는 완전히 척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팜 기자는 종로약국가에서 전문약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이달초 평일 오후 7시경 실제 탐문을 해보았다.

취재진이 관절염치료제인 카덱신을 요구하자, 종로5가의 한 약국에서는 약사 가운을 입지 않은 50대 후반의 남성이 “국내 제품은 25mg짜리이지만 현재는 없고, 하루에 한번 복용하는 이태리산 카덱신 100mg짜리가 있다”고 권했다.

종로 3가의 또 다른 약국도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가운 미착용)이 “처방전이 없으면 안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조제실로 들어가 약을 찾았다. 그는 잠시 후 “지금은 약이 없으니, 내일 오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직까지 암암리에 전문약을 처방전 없이 판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취재진이 직접 약을 구입할 순 없었지만, 처방전 없이 전문약을 구입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관악구에 거주하는 S모(남·67)씨의 경우 지난 10월 카덱신과 혈압약인 테놀민을 종로의 한 약국에서 구입한 바 있다.

이 환자가 찾는 한 동네약국은 “30년 단골환자가 처방전 없이 종로약국가에서 전문약을 샀다”면서 “동네약국에서는 왜 팔지 않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이 약국의 약사는 “이처럼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니, 약국들이 과당경쟁을 하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약국간 과당경쟁으로 촉발되는 문제들을 무조건 불법으로 몰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약사법과 형법 등을 적극 적용하면 대개 불법의 범주에 속한다. 이는 곧 행정당국으로부터의 규제와 제재의 요인을 제공하는 ‘덫’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약국간 과당경쟁은 약사의 신뢰지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의 힘이 아닌 스스로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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