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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 시선] 제약사 행정처분과 명예회복

  • 천승현
  • 2023-11-24 06:15:37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제약사들이 정부의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크게 눈에 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일 제약사 34곳이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불순물 파동을 야기한 발사르탄제제의 후속 조치에 소요된 금액의 책임을 두고 제약사들과 보건당국이 펼치는 법정 공방이다. 1심에서는 제약사들이 완패했지만 2심에서는 사실상 승소했다. 재판부는 소송 참여 제약사 34곳이 부담한 구상금 15억원 중 11개 업체의 2억원에 대해서만 채무 이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진행 중인 법정 공방에서 연이어 2번 승소했다. 식약처는 2020년 6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허가취소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9일 원고 승소 판결이 결정됐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10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메디톡신주 50・100・150・200단위, 코어톡스주 등 5개 품목에 대해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 허가취소 행정처분을 내렸다. 수출 목적의 보툴리눔독소제제를 국내 도매업체에 넘긴 것은 국내 판매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했다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그러나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7월 메디톡스가 제기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식약처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당국의 급여재평가 결과가 부당하다는 재판 결과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제약사 4곳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2021년 빌베리건조엑스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고 급여 삭제를 예고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소송 결과 복지부 판단이 부당하다는 나면서 2021년 1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삭제가 예고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상급심의 최종 결론이 바뀔 수도 있지만 제약사들이 정부의 처분에 불복해 벌이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이 최종적으로 승소했을 때 기존에 내려진 처분으로 입은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을까.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의 경우 최종적으로 제약사들이 승소한다면 건보공단으로부터 기 지급한 구상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으면 된다.

하지만 허가취소와 급여재평가 실패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보상받기 힘들다.

이미 메디톡스는 잠정 판매중지와 허가취소 조치 발표 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다. 추후 행정소송 상급심에서 모두 승소하더라도 기존에 입은 손실을 보상받을 길은 없다. 정부를 상대로 손실을 보상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보툴리눔독소제제 행정처분의 경우 많은 업체들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년 간 총 7개 업체의 16개 제품이 허가 취소가 통보됐다. 메디톡스 뿐만 아니라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휴온스바이오파마 등이 보툴리눔독소제제의 허가취소 처분이 예고됐고 행정소송이 전개 중이다.

이들 업체들도 이미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과 매출 감소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만약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기존에 입은 손실은 돌이킬 수 없다. 처분 발표 당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고 추후 소송에서 무죄를 입증했더라도 주주들이 주가하락으로 입은 손실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급여재평가 소송도 마찬가지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빌베리건조엑스의 원외 처방실적은 78억원으로 2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빌베리건조엑스는 제약사들의 행정소송 이후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낸 제품에 대해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빌베리건조엑스의 급여 삭제 결정 이후 효능에 대한 불신으로 처방 기피 현상이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약사 입장에선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처방현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얘기도 된다. 향후 제약사가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이미 기존 손실을 만회할 도리는 없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행정처분을 무리하게 남발하면서 행정소송 결과가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한다. 식약처의 보툴리눔독소제제 처분의 경우 최종 처분을 내리기 전에 잠정 판매중지와 잠정 허가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동시다발로 여러 소송이 진행되는 복잡한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막대한 소송 비용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을 통해 지난 20일부터 약가소송 환수·환급 근거를 마련했다.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를 이끌어낸 이후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그동안의 건강보험재정 손실금액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들의 소송권 침해 등의 반대의견이 제기됐지만 소송 기간동안 입은 건보재정 손실을 보상받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행정처분이 소송을 통해 취소됐을 때 기존에 입은 손실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항변한다. 회사의 명운이 걸릴 정도의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더라도 소송에서 이겼다고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분 발표만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도 돌이킬 수 없다. 정부는 약가인하 처분 관련 소송에서 대부분 승소했다는 점을 환수·환급 법안 도입의 취지로 제시했다. 제약사들이 행정처분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하는 사례는 보기 힘들다. 다만 행정처분 한 건만으로도 기업과 투자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입을 수 있다. 정부의 행정처분 결정이 결코 경솔하거나 남발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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