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제약계 반정부 행보
- 데일리팜
- 2008-06-09 06: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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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인하와 보험급여목록 조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최근 몇 년간 가히 복마전의 양상을 띠어왔다. 물론 그 정책들을 담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발단이고, 복지부가 이 방안을 발표한 지난 2006년 5월 이후부터 갈등은 쉬지 않고 줄곳이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일명 ‘약값인하 바이블’로 터부시 되어온 터였기 때문이다. 주 타깃이 된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줄소송으로 맞대응했다. 수없이 많은 법정싸움으로 제약계와 정부는 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세가 정부쪽에 기울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고, 법원의 판단은 이를 비켜가지 않았다. 때마침 외자 제약사들이 최근 국내사와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을 같이하고 나서 주목된다. 조만간 국내, 외자사 할 것 없이 전 제약계가 반정부 정책항거에 나설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제약계는 최근 몇차례 잇따라 대책회의를 가진 뒤 공개적으로 ‘전면전’, ‘일전’ 등을 자처하고 나섰다. 자칫 의약품 공급대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8일 93개 제약사가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취소소송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정부로 보면 제1라운드 한판승에 비유될 만하다. 갈등의 제1막을 걷어 올린 판결이라는 것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제약계를 압박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동일 또는 유사한 사안으로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제약업계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 그 갈등의 와중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사건이 급기야 터지고 말았다. 물론 예상되기는 했지만 상상 이상의 갈등이 정부와 제약계간에 전개될 조짐이자 전주곡이다. 지금까지의 갈등을 한꺼번에 갈아치울 만한 사건의 성경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 보다 더 나서고 있는 외자 제약사들의 가세가 그 반증이다.
약효군 별 경제성 평가를 통한 ‘#기등재약 목록정비 방안’이 그것이다. 이는 역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중 하나다. 포지티브제와 함께 적정화 방안의 골간을 이룬다. 정부가 이에 대해 #고지혈증치료제 시범평가를 지난달 완료하고 30% 가량의 약가인하를 통보하자 제약계는 항거수준의 반발에 나서고 있다. 좀처럼 하나가 되기 힘들었던 한국제약협회(KPMA)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양 단체가 우선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이례적이다. 양 단체는 시범평가가 기술적, 학문적, 의학적 오류들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낸다. 양 단체는 학문적 자문을 수행해 왔다는 대한심장학회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의 우려를 무시하고 동의를 생략했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제2라운드 갈등의 서막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외자제약사와 KRPIA가 총대를 멘 것이 향후 사태를 예측불허케 한다. KRPIA는 학술적 근거를 들이대면서 고강도 톤으로 시범평가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국내 제약사들도 이심전심 가세하고 있어, 이 사안은 확전이 불가피하다. 기등재약 정비는 고지혈증치료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은 2007부터 2011년까지 5년이다. 이 기간에 다른 약효군에 대한 정비가 진행되면 약가인하 폭탄이 잇따른다. 고혈압치료제, 소화기관계 약물, 당뇨치료제 등이 그 수순이다. 고지혈증약 인하폭을 보면 짐짓 이해가 된다. 시범평가를 통해 통보된 품목별 인하율은 ‘리피토’ 32.3%, ‘크레스토·리바로’ 31.2%, ‘메바로친’ 33.5%, ‘레스콜’ 35.9% 등이다.
문제는 사태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업계의 반박에 하나하나 재반박하고 나섰지만 제약업계는 줄기차게 시행철회 내지는 연기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업계가 이제와서 배수진을 치는 것은 뒤늦은 측면이 있다. 2006년 5월에 개략적인 방안이 공고됐고 같은 해 말에 구체적인 시행계계획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제약계는 지금처럼 강한 반발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면에서 제약계를 비판한다. 급기야 복지부의 한 사무관이 ‘식민지 근성론’까지 꺼내들자 갈등이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제약계는 정부정책 불복종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5개 시민단체들이 KPMA와 KRPIA의 공동성명에 재반박 공동성명을 내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 주자 제약계는 아예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이러다가 의약품 공급거부 사태까지 간다면 엄청난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기등재약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인 지난달 말이라는 묘한 시점에 탄력을 받을 만한 전기를 맞았다. 제약협회의 소송에 대한 법원의 각하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지금까지 보다 더한 무소불위의 기준이 되게 됐다. 거기다 서울고등법원은 비슷한 시기에 미생산·미청구 품목의 급여삭제가 부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는 ‘급여삭제 정당’ 판결을 내렸다. 이 건 역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이었다. 복지부나 심평원이 이에 탄력을 받는 것은 짐짓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럴수록 자제하고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기등재약 경제성 평가는 신약 보다 더 많은 인력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향후 5년간 본평가를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작 평가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만큼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기준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고 우리만의 기준을 엄정하기 마련하는 것은 더 어렵다. 앞으로 숱한 시행착오가 일어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래서 정책의 유연성과 폭넓은 의사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평원이 고지혈증치료제 이의신청 기간을 긴급히 한 달 더 늘려 최장 60일로 한 것은 그런 면에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또한 급여목록에서 삭제치 않고 약가인하를 시킨 것 자체가 유연성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가인하 폭이 너무 커 전면전의 갈등을 잠재우지 못한다.
제약계의 생산포기 내지 사업포기는 곧 의약품 공급대란이다. 현재는 갈등이 그렇게 위기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본 사업을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또한 정부와 업계의 이해가 상충되는 것에서 나아가 전문가들간에 견해가 정 반대로 엇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합의·조정하는 기간을 둬야 한다. 이견을 조율할 한시적 조정위원회를 구성·가동하는 것을 정부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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